야구, 대만 꺾고 금메달…AG 2연패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대만과의 경기에서 6대 3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하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마운드로 뛰어나와 기뻐하고 있다.

▲ 야구, 대만 꺾고 금메달…AG 2연패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대만과의 경기에서 6대 3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하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마운드로 뛰어나와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한국 야구가 힘겹게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제패에 성공했다. 독기를 품고 발톱을 감춰왔던 대만에 벼랑 끝까지 몰릴 뻔했지만, 결국 뒷심을 발휘하며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지난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만과 결승전에서 6-3으로 역전승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은 2회 연속 우승이다. 이로써 한국은 야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6번 중 4번째 정상에 올랐다.

대만 '변칙 마운드'에 혼쭐... 안지만이 살렸다

의욕 앞서다가 아웃되는 장즈시엔 대만 야구 대표팀 쟝즈시엔이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한국과의 경기에서 2회말 왕보롱의 투수 플라이 아웃 때 1루로 귀루하다가 아웃되고 있다.

▲ 의욕 앞서다가 아웃되는 장즈시엔 대만 야구 대표팀 쟝즈시엔이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한국과의 경기에서 2회말 왕보롱의 투수 플라이 아웃 때 1루로 귀루하다가 아웃되고 있다. ⓒ 유성호


홈 쇄도하다 아쉽게 아웃되는 손아섭 한국 야구 대표팀 손아섭이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대만과의 경기에서 5회초 2사 1,3루 김현수의 내야땅볼 때 유격수의 실책을 틈타 홈으로 쇄도하다가 아웃되고 있다.

▲ 홈 쇄도하다 아쉽게 아웃되는 손아섭 한국 야구 대표팀 손아섭이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대만과의 경기에서 5회초 2사 1,3루 김현수의 내야땅볼 때 유격수의 실책을 틈타 홈으로 쇄도하다가 아웃되고 있다. ⓒ 유성호


24일 예선전에서 대만에 10-0 콜드게임 승을 거뒀던 한국은 4일 만에 결승전에서 재회한 대만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당초 한국전 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쟝사오칭이나 천관위 대신 대만이 꺼내든 카드는 22세의 대학생 유망주 궈진린이었다.

혼란을 주기 위한 위장선발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러일으켰으나 뚜껑을 열자 궈진린은 한국 타선을 초반 압도했다. 4.2이닝 4피안타 2실점, 뒤이어 5회 2사에서는 한국이 가장 경계하던 천관위가 (2⅔이닝 3탈삼진 2실점) 마운드에 올랐다. 한국은 두 대만 투수의 구위에 막혀 7회까지 2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한국은 믿었던 에이스 김광현이 1회 천핀지에의 3루타에 이어 린한의 땅볼로 선취점을 먼저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5회 손아섭의 적시타와 김현수의 땅볼 타구에서 상대 실책을 묶어 2-1로 역전에 성공했아. 하지만 6회초 다시 김광현이 대만 타선에서 2점을 내주고 2-3으로 재역전을 허용한 상태에서 강판 당하자 분위기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최대 고비는 7회였다. 한현희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7회말 시작과 함께 등판한 양현종이 두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무사 1, 3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1점이라도 더 내주면 그대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대만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안지만을 소방수로 투입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안지만은 첫 타자 주리런을 몸쪽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고, 이어 린쿤셩과 판즈팡을 잇달아 뜬 공으로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야구의 공식처럼, 위기 뒤에는 반격의 기회가 찾아왔다. 6, 7회를 깔끔하게 막아낸 천관위는 투구수가 늘어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8회말 민병헌과 김현수가 안타를 뽑아내며, 1사 1, 3루의 찬스가 돌아왔다. 대만 벤치는 천관위가 힘이 떨어졌다고 판단했지만 불펜에는 그보다 더 뛰어난 투수가 없었다.

대만은 150km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뤄자런을 선택했지만 그에게는 위기 상황을 냉철히 뜷고 나갈 만한 강심장과 제구력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천관위를 좀 더 끌고가지 않은 게 대만으로서는 오히려 독이, 한국에게는 복이 된 셈이다.

한국은 1사 만루 찬스에서 뤄자런을 상대로 강정호가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며 3-3 동점을 이뤘고, 나성범의 2루 땅볼 때 3루 주자 김현수가 득점해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황재균이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점수 차를 6-3까지 벌리며 대만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승부의 흐름이 한국 쪽으로 넘어오는 장면이었다.

한국은 8회에도 안지만이 마운드에 올라 깔끔하게 이닝을 틀어막았다. 안지만은 2이닝 3탈삼진 32개의 역투로 이날 승리의 최대 수훈갑이 되었다. 9회에는 더블 스토퍼 임창용과 봉중근이 잇달아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3개를 분담하며, 더 이상의 위기 없이 깔끔하게 한국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참사만 면한 야구대표팀, 쑥스러운 금메달

김현수 '진짜 금 맞어?' 한국 야구 대표팀 김현수가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시상식에서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금메달을 건네받은 뒤 깨물어보고 있다.

▲ 김현수 '진짜 금 맞어?' 한국 야구 대표팀 김현수가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시상식에서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금메달을 건네받은 뒤 깨물어보고 있다. ⓒ 유성호


한 자리에 모인 각 구단 응원단장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한국과 대만과의 경기에서 프로야구 각 구단 응원단장이 응원석에 올라와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한 자리에 모인 각 구단 응원단장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결승 한국과 대만과의 경기에서 프로야구 각 구단 응원단장이 응원석에 올라와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유성호


한국 야구대표팀은 당초 공언한 대로 '아시안게임 전승 우승'이라는 약속을 지켜냈다. 통산 4번째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최강이라는 자부심을 지켜낸 데다, 젊은 선수들의 병역혜택과 세대교체의 가능성 등을 보여줬다는 것은 이번 대회가 남긴 성과다.

하지만 한국의 우승과 별개로, 이번 대회는 한국과 아시아 야구에 여러 가지 생각해볼 만한 숙제를 남겼다. 가장 큰 문제는 아시안게임의 현저한 팀간 전력 불균형이다. 아시아 3강인 한국, 대만,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수준 차이는 너무 컸다. 최정예 멤버를 구성하지 못한 대만과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출전한 일본도, 한국과 격차가 뚜렷했다. 조별리그부터 콜드게임이 속출하고 결과가 뻔한 승부가 이어지면서 대회의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도 엄밀히 말하여 최고의 선수들을 구성한 것은 아니었다. 병역 미필자와 팀별 안배에 치우친 구성은 아시안게임을 바라보는 한국 야구계의 자세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미필자 위주로 구성된 팀으로도 아시안게임 정도는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아시안게임이 일부 프로 선수들의 '합법적인' 병역혜택을 노리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토너먼트에서 한국을 상대로 보여준 중국과 대만의 선전은 한국의 우승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어차피 우승해야 본전인 상황이었다. 올림픽이나 WBC도 아니고, 아마추어 혹은 2진급 유망주들을 상대로 한 대회에서 한국이 프로 1군을 총출동 시키고 패했다면 엄청난 망신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승에 가려졌지만 토너먼트에서 한국팀은 야수진의 교체카드 부족과 어설픈 주루-수비플레이가 속출하며 진땀을 흘렸다. 한 선수는 중요한 결승전을 앞두고 유니폼을 챙겨오지 못해서 선수가 팬으로부터 유니폼을 빌려 입는 등 대표팀의 정신적 해이가 드러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우승의 감동보다는, 태극마크의 가치와 아시아 야구의 미래에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이미 부와 명예를 누릴 대로 누리는 프로 선수들이 과연 수준이 떨어지는 아마추어 대회에서 병역 혜택까지 넘보려 하는 게 정당한지,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라는 종목이 계속 존속되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만일 야구가 계속 유지된다고 해도 프로 선수들의 참여 문제를 다시 검토하거나, 아니면 축구처럼 연령 제한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 이미 경찰이나 상무처럼 이미 합법적으로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특혜'가 있는 프로 선수들에게, 이중혜택이나 다름없는 아시안 게임 병역혜택을 주는 것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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