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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루 지음, <카페에서 책읽기>, 나무발전소.
 뚜루 지음, <카페에서 책읽기>, 나무발전소.
ⓒ 뚜루 지음, <카페에서 책읽기>, 나무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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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페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따뜻하고 연한 아메리카노 한 잔 또는 달콤한 카페모카 한 잔을 시켜놓고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이 내가 가장 나일 수 있는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행복한 휴식시간이며, 한편으로는 전투에 나서기 전에 숨을 고르며 바싹 말라있던 내 안의 나무에 촉촉하게 물을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책읽기에 몰입할 수 있고, 행복하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았다. 카페라고 해서 모두 책읽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고, 같은 카페라도 내 자리처럼 꼭 마음에 드는 자리는 많지 않았다. 지하철, 도서관, 내 방, 거실, 공원 벤치나 나무그늘 아래 등 다양한 곳을 시험해 보았으나 역시 가장 좋은 장소는 카페였다.

물론, 다른 손님에 의해 독서가 방해받는 일은 허다하다. 본의 아니게 남의 집안사를 다 듣게 되기도 하고, 남녀 사이의 싸우는 소리나 고백의 순간, 혹은 귀를 틀어막고 싶은 교태스러운 대화도 들어야 한다. 정말 어린 아이 혹은 아기를 데리고 카페에 오는 주부들도 많기 때문에 아이의 울음소리나 온 카페 안을 휘젓고 다니는 시끄러움에 시달려야 할 때도 있다.

카페 안에서 종교적인 모임을 하거나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 남 흉보는 사람, 불륜남녀의 대화, 계약을 따내기 위해 고객을 만나러 온 사람까지 가지각색의 사람이 모여든다. 하지만 시간을 잘 선택해서 나에게 꼭 맞는 자리를 잡는다면 방해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나처럼 카페에서 책읽기를 좋아하는 카투니스트가 있다. 그리고 '국내 최초의 북 카투니스트'라는 별칭을 가진 사람이다. 이 북 카투니스트는 무더운 여름,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래서 테이블 위에는 책과 스케치북과 그림 도구로 가득하다. 온라인서점 예스24의 웹진 채널예스에 7년째 카툰으로 책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뚜루'가 바로 그다. 그리고 연재된 내용 중 베스트를 엄선해 이미 두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뚜루의 <카페에서 책읽기>(총2권)다.

남들은 요즘 무슨 책을 읽을까, 그 두껍고 어려운 책을 어떤 자세와 스타일로 완독해낸 것일까. 서평을 카툰으로 한다면 어떤 매력이 있을까. 저자는 소설을 좋아한다는데 정말 요즘 소설이 재미있나. 나만의 취향을 찾아 책을 고르는 방식과 안목을 어떻게 키우지 등등 숱한 궁금함을 가지고서 책을 펼쳐들었다.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겠다는 부담없음과, 그럼에도 카툰의 묘한 매력과 함께 그 속에 담긴 책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와 중독성 강한 재미까지 더해져, 책 속으로 빨려드는 것은 눈깜짝할 새였다. 

왜 그 작가가 좋은지, 왜 그 소설이 좋았는지를 짧은 카툰 속에 표현해냄으로써 저자는 소설읽기를 끔찍히 싫어하는 나로 하여금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천명관의 <고래>, <고령화가족>,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 모옌의 <개구리> 등등 수많은 소설가와 그들의 장편을 꼭 챙겨봐야겠다고 강력하게 동기 부여를 해주었다.

또 드라마나 영화 등 다른 장르의 대중문화로 너무 유명해졌거나, 작가 자체가 너무 알려진 사람이라 소설 자체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낯익은 소설가들의 작품에도 새로운 흥미를 가지게 해주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도서관에 달려가 뚜루가 추천한 이 소설들을 읽어버리라고 다짐한다.

뚜르는 주변에서 목적이 있는 독서를 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콧방귀를 뀐다. 재미가 있어야지, 왜 꼭 무슨 목적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소설 편식은 나쁜 게 아니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은 넓고 읽을 소설은 많다. 소설은 통해 얼마나 많은 삶을 또 경험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저자가 소설만 서평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서경식의 <나의 서양음악순례>, 김연수의 <지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에세이집도 있고, 만화도 있고, 톡톡 튀는 예술적인 책들도 있다. 같은 소설이지만, 미스터리와 호러물 같은 장르물도 많이 다루고 있다. 평소 장르소설, 특히 한 권을 넘어가는 여러 권짜리 책에 도전하는 것을 꺼려하는 나이지만,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뚜루의 북 카툰을 보면 어느새 그의 모든 책 목록을 나도 따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카페에서 책읽기>1,2권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독서 편식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었고, 내가 평소 읽지 않았던 책들 중에도 매력적인 책들, 아까운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저자가 "스토킹할 작가를 발견"했다고 표현한 것처럼 그렇게 뛰어난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 역시 세상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다. 나보다 더 탁월한 독서의 고수들에게서 또 책읽기의 즐거움을 배운다. 그리고 "평생 책에 파묻혀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시절의 나와, 또 그렇게 말하던 수많은 책사랑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한때는 작가들의 뛰어난 필력과 놀라운 상상력 때문에 오히려 나의 재능없음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다.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다. 놓쳐버린 책들을 찾아 읽으며, 그들의 번뜩이는 상상력과 지혜, 위트에 자극받고 싶다. 아놔! 일단 빨리 책부터 읽어야겠다. (P.S. 뚜루의 카툰 책 이야기는 현재도 온라인에서 연재중이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3권도 나오려나?)


카페에서 책 읽기 - 뚜루와 함께 고고씽~ 베스트컬렉션 39

뚜루 지음, 나무발전소(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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