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스쿨(2014, Zombie School) 스틸컷 -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좀비로 변한 교장선생

▲ 좀비스쿨(2014, Zombie School) 스틸컷 -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좀비로 변한 교장선생 ⓒ (주)피터팬픽쳐스


관객들 반응이 매우 흥미로운 시사회였습니다. 사실 태어나서 이런 광경을 처음 보기 때문에 시사회에 와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지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봤을 때도 이런 반응은 보지 못했는데 이 시사회에선 모든 관객이 혼연일체 되어,

"어떻게 너무 스토리가 말도 안 돼."
"아니 이건 너무 유치한데."

라는 말들을 일행과 주고받더군요. 설사 감독이 웃음을 유도한 유치한 장치라 할지라도 그것이 웃음 코드로 유발되기까지의 점화력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표정과 말투가 항상 진지한 그런 사람이 술자리에서 열댓 명 모아놓고 날리는 회심의 개그 같은 느낌이랄까요. 순간 마법처럼 주위를 모두 얼어붙게 만든 뒤 이게 유머를 유도한 건지 아니면 진담으로 하는 소린지 뒷골을 긴장 타게 만드는.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영화에서는 적절치 못한 메이크업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좀비물이면 좀비의 분장은 지저분하고 괴기스럽도록 하는 게 맞는 것처럼요. 그런데 첫 장면부터 식겁했습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남학생들이 모두 풀 메이크업입니다. 일진의 상징을 나타내기 위해 염색도 해보고 여학생들까지 풀 메이크업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남학생들이 풀 메이크업이라니요.

모든 소설과 영화가 반드시 현실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허나, 모든 소설과 영화의 제작자는 반드시 스스로가 만든 세계관에 충실해야 할 필요가 있지요. 좀비와 싸우고 혼전이 벌어진 뒤에도 다들 메이크업 유지가 기가 막히게 잘 돼 있습니다. 호러가 등장했으면 당연히 치열함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 풀 메이크업이 처음에는 몰입을 방해하고 뒤에는 개연성까지 부족하게 만들어버립니다.

'대체 뭐야 이건...' 이런 반응은 제가 말한 게 아니라 시사회에 있었던 관객석에서 나왔던 반응입니다. 관객석에서 이런 반응이 나올 정도면 대략 어림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스토리가 너무 직접적이란 비판은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추상적이고 비유가 강하다고 해서 훌륭한 작품은 아니지요. 거시적으로는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과 미시적으로는 학생과 교단 사이의 트러블 등 여러 가지를 상당히 다이렉트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심플하고 좋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것을 나타내기위해 굳이 '좀비'여야 할 필요성이 있나라는 질문이 남게 되지요. 사실 미쳐버린 정신병자나 야수 같은 것들을 대입했어도 크게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국내든 해외든 모든 좀비물의 문제점들은 왜 좀비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속 시원하게 만족시켜주지 못하죠. 이런 얘기는 국내 좀비물에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라 지금은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관객들이 시사회에 왔을 때는 좀비물에 메시지 이상의 호러를 분명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충족시켜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밖엔 볼 수 없습니다.

이 영화의 장점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래도 대사는 잘 쓴 부분이 있더군요. 영화 중반 민지와 교감 선생님만 창고에 남았을 때 민지가 묻죠.

"선생님은 밖에 나가면 뭐 하실 거예요?"
"그러는 너는 뭐 할 건데?"
"학교부터 때려 쳐야죠."
"나도 같은 생각이다."

뭐 이런 대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네 교단은 결국 학생도 관두고 싶고 선생도 관두고 싶게 만드는 시스템이란 거지요. 결국 설정이 과하다는 비판이 있겠지만 혐오스런 설정들을 하나씩 지니고 있는 선생들까지도 관두고 싶게 만드는 체계, 즉 개인에서 체계로까지 교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모습은 좋았습니다.

또한 주인공 정식과 혜나가 교실에 숨어서 얘기를 나누던 도중, 혜나가 잠시 핸드폰을 꺼내 공부하던 시절의 사진을 보면서 말하지요.

"그래도 이때가 좋았지."
"넌 공부가 체질에 맞나 보다."
"너도 공부해야지. 나 자신을 위해."
"응, 그런데 학교에서는 싫어."

나 자신을 위해 공부하고는 싶어도 그 장소로서 학교는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겠지요. 학생들이 자신을 위해 공부하고 싶은 장소는 그럼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잘 던졌지요.

필시 이 시사회에 오신 분들이 기대했던 것은 비슷했을 겁니다. 시사회가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면서 남성관객 두 분이 나눴던 대화가 그것을 나타내주지요.

"그래도 한국에서 좀비 영화 도전한다는 게 대단한 거여."

<좀비스쿨>이 한국에서 여덟 번째로 제작된 좀비영화라고 했던가요. 아마 여덟 번 제작됐었고 아홉 번인지 이번에 여덟 번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다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좀비물이 탄생되길 바라는 마음이었겠지요. 사실 필자도 좀비 마니아까진 아니지만 공포성애자로서 좀비물이 공포의 교집합이기 때문에 같은 마음이었지요. 한국에선 이제나저제나 언제쯤 임께서 오시려나 하는 그런 애틋한 최초를 기다리는 그리움.

임께서 언제쯤 오시려나 여드레째 기다려보는데 오지는 않습니다 그려. 대체 언제쯤 오시려나. 언제쯤 제대로 된 우리 님께서 오시려나 몰러.


좀비스쿨 시사회 지금우리학교는 한국좀비 백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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