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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로 촌닭의 평양 진출은 2007년 워싱턴 포스트에 소개되기도 했다.
 맛대로 촌닭의 평양 진출은 2007년 워싱턴 포스트에 소개되기도 했다.
ⓒ 최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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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대로 골라 먹는다고 해서 '맛대로 촌닭'입니다. 치킨을 순 우리말로 바꾸다보니 촌닭이 되더군요."

지난달 16일, 맛대로 촌닭의 최원호(55) 대표를 서울 강서구 방화동 그의 가게에서 만났다. 그의 아내는 주방에서 조리를 담당하고 최 대표는 치킨 배달과 홀 서빙을 도맡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매장을 둘러봤다. 맛대로 촌닭의 캐릭터 3총사가 눈길을 끈다. 맛돌이, 맛순이, 맛깨비다. 맛돌이는 서울, 맛순이는 평양을 상징하는 남남북녀다. 무한 능력을 겸비한 맛깨비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캐릭터다. 최 대표는 이들 캐릭터에 세계 제패의 꿈을 담았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평양 진출을 시도했다. 2007년 6월 오픈한 평양의 1호점(락원 닭고기 전문식당)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5억 원의 자본이 투자되었지만 7년이 지난 지금껏 단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맛대로 촌닭의 캐릭터 3총사가 눈길을 끈다. 맛깨비, 맛돌이, 맛순이다.
 맛대로 촌닭의 캐릭터 3총사가 눈길을 끈다. 맛깨비, 맛돌이, 맛순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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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월 17일자 특집기획에 ‘평양 간 남쪽 치킨 집은 경협 중단으로 쪽박 찼다.’는 기사가 실렸다.
 <한겨레신문> 2월 17일자 특집기획에 ‘평양 간 남쪽 치킨 집은 경협 중단으로 쪽박 찼다.’는 기사가 실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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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간 남쪽 치킨 집, 경협 중단으로 '쪽박'

최근 <한겨레신문> 2월 17일자 특집기획에 '평양 간 남쪽 치킨 집은 경협 중단으로 쪽박 찼다'는 기사가 실려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맛대로 치킨은 평양에 진출한 대한민국 1호 치킨점이다. 평양 모란봉구역 개선문동 북새거리에 있다. 현재 남북 경협 중단으로 인해 평양의 가게가 최 대표의 손을 잠시 떠나있지만 그는 평양의 치킨 집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통일 대박은 아니더라도 남북 경협이 재개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연초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 정책은 최 대표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정작 남북 교류 협력은 중단(2010년)된 채 5·24조치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5·24조치의 조속한 해제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더불어 그의 간절한 소망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최 대표가 닭과 인연은 맺은 것은 올해로 23년째다. 컴퓨터 영업을 했던 그가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닭 장사 하던 친구의 일을 도운 게 인연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는 전기구이 통닭을 팔았다.

맛대로촌닭의 신 메뉴인 매운맛은 맛돌이(15,000원)다.
 맛대로촌닭의 신 메뉴인 매운맛은 맛돌이(15,000원)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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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로촌닭은 매콤하게 혀끝을 파고드는 짜릿함이 담겨 맛도 매혹적이다
 맛대로촌닭은 매콤하게 혀끝을 파고드는 짜릿함이 담겨 맛도 매혹적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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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 푹 빠져 산 그는 넥타이에 정장을 하고 치킨을 배달했다. 이곳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메뉴도 자신이 직접 개발했다.

맛대로촌닭의 신 메뉴인 매운맛은 맛돌이(15000원)다. 순한 맛은 맛순이, 반반치킨은 맛깨비라는 캐릭터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생맥주 한잔의 가격은 3000원이다. 촌닭을 주문하면 열무김치와 배추김치는 서비스다. 이곳에서는 여느 치킨 집과 달리 식사도 가능하다. 밥을 먹고 싶다고 하면 공기밥을 내준다. 이것 역시 그냥 덤으로 나온다.

그는 치킨 가게 앞에 옹달샘을 만들었다. 이곳을 지나는 모든 이들이 목마를 때 물 한잔 편하게 마시게 하기 위해서다. 5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곳 옹달샘의 물값만 해도 한 여름에는 10여 만 원이나 지출된다.

"얘들이 지나가면서 가장 많이 물을 마셔요. 한 달 유지비는 5~10만 원 정도 됩니다. 서울에서 그냥 물 주는 곳 없잖아요."

그는 더불어 사는 삶이 늘 즐겁다고 말한다. 12년 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3주 진단이 나왔다. 생명보험사에서 보상금으로 2천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돈이 아니라며 이웃돕기에 전액을 선뜻 내놓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교통사고 보상금으로 2천만 원을 받았는데 때마침 불교방송에서 노인 돕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곳에 다 줘버렸지요. 그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남을 돕는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거로구나 느꼈지요."

23년째 닭과 더불어 살아온 최원호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닭요리를 설명하고 있다.
 23년째 닭과 더불어 살아온 최원호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닭요리를 설명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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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째 닭과 더불어 살다

그의 고향은 충남 온양이다. 17세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 참 열심히도 살았다. 구두닦이, 신문배달, 목욕탕 때밀이, 건설현장의 잡부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는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에 당당하다고 자부한다. 어려운 이들에게 자신이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그 때문이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디딤돌 인생이 되기 위하여.

23년째 닭과 더불어 살아온 삶이지만 30년은 되어야 닭이 제대로 보일 거라며 겸손해 했다. 평양 칠향계에서 착안해 '칠향 닭찜'이라는 요리까지 개발한 닭요리에 관해서는 전문가인 그가 말이다.

이곳은 닭 한 마리 정량(1kg)이 다 나온다. 그래서 일반 치킨 집에 비해 양이 푸짐하다. 매콤하게 혀끝을 파고드는 짜릿함이 담겨 맛도 매혹적이다. 매운맛을 먹고 땀을 빼면 강한 희열이 느껴진다.

남북화가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통일 염원을 담았다.
 남북화가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통일 염원을 담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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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으로 세계 제패를 꿈꾸는 그는 외국 진출 시 진정한 우리 것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며 그래야 성공한다며. 그래서일까, 그는 오늘도 가장 근본적인 우리 것과 우리 맛 찾기에 열중이다.

그는 남북 화가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통일 염원을 담았다. 좌측 서울 촌닭은 이정 장재운화백이 그렸다. 우측 평양 촌닭 그림은 인민 예술가 정창모의 작품이다. 남과 북의 닭을 한 폭에 담아 자신의 꿈을 표현했다.

한때 150여 개가 넘는 치킨 프랜차이즈 지점의 대표였던 그는 현재 서울 강서구에서 치킨가게를 직접 운영하며 재기의 꿈을 꾸고 있다. 주향불파항자심(酒香不怕巷子深)이라는 중국 속담을 인용하며 가슴에 새겨야 할 글이라고 했다. 음식이나 술맛이 좋으면 아무리 깊은 산골짜기에 가게가 있어도 손님이 찾아든다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맛대로촌닭, #최원호 대표, #맛돌이, #평양,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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