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형편없는 기사를 쓰거나 직업의식이 없는 기자를 일컫는 은어다. 지난 세월호 참사 때 유가족에게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하는 기자를 보고 나 역시 '기레기'라고 속으로 되뇌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내가 기레기가 되었다. 어제 작성한 개그맨 장동민의 발언을 비판한 기사 때문이다.(관련기사:장동민, 코디 향해 욕설...'옹꾸라' 삭제하면 끝?
)

# 기사의 후폭풍

 
기사는 발행 직후 포털사이트 연예면에 오르며 '도마'에 올랐다. 순식간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나를 '선비'나 '기레기'로 칭하는가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의 욕을 하는 누리꾼도 더러 있었다. 쪽지가 수십 통씩 왔고, '가만있지 않겠다'거나 '일주일 안에 찾아가겠다'는 누리꾼도 있었다. 심지어 카카오톡을 알아내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낸 누리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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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오마이뉴스> 사이트의 기사 점수는 -338점을 기록하였다. 내가 <오마이뉴스>를 본 이례로 가장 낮은 점수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받는다면 분명 기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비판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기사를 쓴 계기

 
우선 기사를 쓰게 된 과정부터 되돌아보았다. 장동민과 유세윤, 유상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이하 '옹꾸라')에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일. <옹꾸라>가 업데이트 되었나 확인해보던 중, 모든 방송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싶어 팟캐스트에 대한 댓글을 볼 수 있는 '팟빵닷컴'으로 갔다.

팟빵닷컴에서는 <옹꾸라>를 놓고 상당히 많은 누리꾼들이 논쟁을 하고 있었다. 49회 방송에서 장동민이 자신의 코디를 향한 욕설 및 발언이 '과하다'는 지적과 '괜찮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나는 우선 삭제된 방송을 들어본 후 판단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를 통해 49회를 들었다. 그리고 장동민의 욕설이 심했다고 판단, 시청자와 코디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 기사를 썼다.

# 악의적인 기사인가?

 
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대부분 '이런 악의적인 기사를 왜 쓰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악의성에 대해 꼭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기사를 작성한 의도는 악의적인 것이 아니었다.

나 또한 오랫동안 <옹꾸라>를 들어온 청취자이고 그 방송을 좋아한다. 그 어떤 팟캐스트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몇 방송에서 나온 표현에 대해서는 '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번에 논란이 된 장동민의 발언을 듣고 이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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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사가 너무 자극적으로 작성될 것을 염려하여 문제가 된 장동민의 발언을 인용하지 않았다. 기사에서는 '지나친 욕설'이라고 적었다. 악의적으로 쓰고자 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맥락 없이 특정 부분만 비난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부분'과 '전체'가 다름을 말하고 싶다. 신발끈이 풀렸다고 누군가 나를 놀려도 내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나는 <옹꾸라>의 특정 부분의 과도한 욕설을 지적한 것이지, 방송 전체를 비난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옹꾸라>에서는 '욕설'이 상당히 자유롭게 사용되어 왔고, 장난으로 넘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 발언이, 방송 분위기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 팟캐스트를 심의하자는 주장인가?

 
일부 누리꾼들은 '팟캐스트를 심의하자는 주장이냐'며 비판했다. 심지어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치기 위해 <옹꾸라>부터 공격하는 것이 아니냐'는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팟캐스트를 심의하는 것을 반대한다. '심의'라는 형태로 제3자가 방송에 개입하게 되면 팟캐스트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자신의 목소리를 마음껏 내는 것이 팟캐스트 방송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심의'가 아니라 '비판'이다. 누군가에게 심의를 받는 것과 비판을 받는 것은 다른 것이다. 심의는 강제력으로 방송을 구속하는 것이고, 비판은 당사자가 인정하면 받아들이는 것이고, 납득할 수 없으면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옹꾸라>에 욕설이 자주 등장하니 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 아니다. 욕설은 <옹꾸라>에서 중요한 개그코드다.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욕설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 무엇이 문제인가?

 
물론 내가 기사를 쓰며 실수했던 부분이 있다. 문제가 된 49회 방송의 다음회인 50회 방송에서 장동민이 코디에게 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내가 최초 기사를 작성할 당시 모든 방송은 삭제된 후였고 미처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때문에 많은 누리꾼들이 '방송을 통해 당사자에게 사과했고 잘 해결된 일을 왜 기사화 해서 논란을 키우냐'며 '악의적인 기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놓친 부분은 수정을 했다. 그 발언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은 여전하지만, 스텝이 엉킨 것은 사실이다.



결국 나는 이렇게 '기레기'가 되었다. '수위조절을 잘 해달라'는 비판이 <옹꾸라>의 잠정 중단 선언을 책임지라는 비난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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