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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 출범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 대통령 2기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조건을 개선할 목적으로 추가수당 조정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콜롬비아 일간지 <엘 티엠포>(EL TIEMPO)는 정부 관계자로부터 위와 같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10일 기사를 통해 밝혔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정부는 금주부터 본격적으로 입법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에 의하면 법안의 핵심은 주간근무시간 변화다. 기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를 주간근무로 인정하던 것에서 오전 6시~오후 6시로 기준을 변경할 예정이다. 법안이 발효될 시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주말 및 휴일 추가수당 비율을 75%에서 100%로 올리기로 했으며 근무시간 제한의 경우 일일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이번 추진안은 2002년 우리베 정부에서 통과된 노동개혁법(ley de reforma laboral)의 사실상 폐기를 의미한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기존 오전 6시~오후 6시 주간근무 기준을 오후 10시까지로 변경하고 주말 및 휴일 추가수당을 줄이는 내용의 노동개혁법을 추진하였다. 당시 정부는 해당 개혁법을 추진하면서 향후 65만~7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002년에서 2007년까지 4년 동안 목표했던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 로스안데스 대학(Universidad de Los Andes), 과메데진 대학(Universidad de Medellín)이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베 정부의 노동개혁법은 목표했던 만큼의 일자리창출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수입을 악화시켰다.

목표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임금조건을 악화시킨 노동개혁법을수정하자는 주장은 지난 2012년 폴로대안민주당(Polo Democrárico Alternativo)의 알렉산데르 로페즈(Alexander López)와 윌손 아리아스(Wilson Arias) 두 의원에 의해 시작되었다.

두 의원은 노동개혁법이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주장하였고 2013년 4월에는 추가수당 조정 추진안이 논의되었다. 그러나 1년 동안 추진안에 대한 논의는 진척되는 것이 없었다.

추진안에 대한 논의가 더디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당시 산토스 정부가 해당 법안의 추진에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페즈 상원의원은 대선을 불과 6주 남겨놓은 4월 1일 다시 추가수당 조정 추진안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당시 상원의장이었던 후안 페르난도 끄리스또(Juan Fernando Cristo)는 해당 추진안에 대한 의원표결을 준비 중이었다. 표결이 진행된다면 해당 추진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여당연합(Unidad Nacional) 내 국가연합사회당(Partidode la U) 소속 아우렐리오 이라고리(Aurelio Iragorri) 상원의원은 표결 전 폴로 추진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표명을 요청했다. 당시 해당 사안을 담당해야 하는 라파엘 빠르도(Rafael Pardo) 노동부 장관은 임시 보고타시장 직수행으로 공석인 상태였다.

대신 후안 까를로스 꼬르떼스(JuanCarlos Cortes) 노동부 차관이 장관을 대신해 추진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기대와 달리 후안 까를로스 차관은 노동개혁법이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켰다 결론짓고 폴로대안민주당이 내놓은 추진안 부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여당연합은 180도 입장을 바꾸었다. 우리베 정부 실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노동개혁법을 지적하면서 산토스 대통령은 추가수당조정 법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해당 공약은 상대후보 오스까르 이반 쑬루아가(Oscar Ivan Zuluaga)에게 반노동자 성격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노조와 폴로대안민주당의 표 일부를 끌어올 수 있는 적절한 카드였다.

집권을 위해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반대했던 추진안을 손바닥 뒤집듯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호르헤 엔리께 로블레도(Jorge Enrique Robeldo) 폴로대안민주당 상원의원은 추진안과 관련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르헤 의원은 추진과정을 지켜보고 당 차원에서 지지할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결선투표까지 이어지는 혈전을 펼치고 신승을 달성한 산토스 대통령 입장에서는 좋든 싫든 진보세력의 도움을 받았고 그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수많은 공약 중에서도 2기 산토스 정부가 첫 추진법안으로 노동자 임금조건 개선법안을 선택했다. 기존 보수지향 경제정책의 균열 혹은 변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선거기간 중 산토스 대통령은 실업률이 한 자릿수 대로 하락할 경우 추가수당 조정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중앙은행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콜롬비아의 실업률은 4개월 연속 한 자릿수 대를 유지했다.(6월 9.19, 5월 8.8, 4월 8.97, 3월 9.73) 법안추진 여건이 무르익은 것이다.

2002-2014 콜롬비아 월별 실업률
 2002-2014 콜롬비아 월별 실업률
ⓒ 안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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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지난 4월 경제통계자료를 발표하면서 콜롬비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였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과 같은 지역 내 주요 경제강국들의 경제성장률이 모두 하향 조정된 것과 비교하면 소폭 상향조정이지만 콜롬비아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으로 해석될 수 있다. IMF는 콜롬비아의 실업률이 개선되는 추세임을 강조였고 특히 실업률이 두 자릿수 대에서 한 자릿수 대로 진입한 점에 주목했다.

2006 - 2014 콜롬비아 GDP 변화. 2006-2010년 상반기까지 우리베 대통령 집권. 2010년 하반기 산토스 대통령 집권.
 2006 - 2014 콜롬비아 GDP 변화. 2006-2010년 상반기까지 우리베 대통령 집권. 2010년 하반기 산토스 대통령 집권.
ⓒ 안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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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 2014년 콜롬비아 경제성장률 변화. 2006-2010년 상반기까지 우리베 대통령 집권. 2010년 하반기 산토스 대통령 집권.
 2006 - 2014년 콜롬비아 경제성장률 변화. 2006-2010년 상반기까지 우리베 대통령 집권. 2010년 하반기 산토스 대통령 집권.
ⓒ 안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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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적 성장과 비교해 양극화 및 빈곤문제 해결에서는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극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2010년에서 2011년까지 감소추세였으나 2012년, 2013년에는 0.539로 정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빈곤율 및 극빈곤율은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지만 빈곤율의 경우 라틴아메리카 평균인 27.9%에 못 미친다.(극빈곤율의 경우 라틴아메리카평균은 11.5%) 라틴아메리카 내 경제모범생으로 평가받는 칠레(빈곤율 14.4%, 극빈곤율 2.8%[2011년])와 비교하면 아직 가야 할 길이 구만 리다.

2010 - 2013 산토스 대통령 재임기간 지니계수 변화
 2010 - 2013 산토스 대통령 재임기간 지니계수 변화
ⓒ 안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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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013 산토스 재임기간 빈곤층 및 극빈고층 비율 변화
 2010 -2013 산토스 재임기간 빈곤층 및 극빈고층 비율 변화
ⓒ 안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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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도 정책에밀려 더뎌진 소득분배 문제가 이번 법안 추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분배에 방점을 둔다는 점에서 2기 산토스 정부의 경제정책이 기존 보수지향 경제정책에서 중도지향으로 1보 전진했다고 볼 수 있다.

추진안 소식과 더불어 2기 산토스정부 노동부 장관에 과거 콜롬비아 공산당 관련 노조원 출신 루이스 에두아르도 가르손(Luis EduardoGarzón)이 임명되었다. 과연 추가수당 조정 추진과 노조 출신 노동부 장관 임명이 단발성 이벤트로 그칠지 아니면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를 가져올지는 2기 집권 4년 동안 지켜볼 일이다.


태그:#콜롬비아, #산토스 정부2기, #추가수당 조정, #분배정책, #성장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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