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톤>의 건달 두목 김뢰하(남해 역).

영화 <스톤>의 건달 두목 김뢰하(남해 역). ⓒ (주) 샤인픽쳐스


순간의 선택은 삶을 크게 좌우한다. 영화 <스톤>은 그런 중요한 선택을 바둑 한 수에 투영한다. 이 영화는 바둑을 "한 번에 한 수씩 두는,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게임"이라 한다. 실수로 잘못 놓으면 그 게임은 지고 결국 자신의 돌은 죽는다. '무르기' 따위는 없다.

<스톤>은 프로기사의 꿈을 접고 내기 바둑 꾼으로 살아가는 천재 바둑기사 민수(조동인 분)와 건달 두목 남해(김뢰하 분)의 우연한 만남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관객에게 '삶에 대해 고민해보라'는 미션을 남긴다.

액션 영화라고?...액션은 옵션, 스톤은 '인생 영화'

<스톤>은 삶에 대한 고민을 바둑에 접목해 풀어낸다. '바둑의 규칙은 이러한데 삶도 그렇다'는 식. 어찌 보면 '바둑을 두듯 사는 것이 가장 옳은 삶의 방식'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같다.

장르는 '액션, 드라마'지만, 액션이 가미된 인생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가 아니다. 액션신이 나오는 이유는 남해의 직업이 건달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건달'이라는 직업은 중요하다. 건달은 바둑처럼 '무르기 없는 세상'에 사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직업이다.

만약 남해가 건달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면, 당장 사직서를 제출하고 원하는 여생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마음대로 은퇴할 수도 없었다. 삶의 후회를 바둑으로 대신 풀 수밖에 없는 남해의 모습이 눈물겹기도 했다.

그래서 남해는 바둑을 공부한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선생이 없었다"는 그는 별다른 고민없이 '살아남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남해는 바둑을 두면서 처음으로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남해의 모습은 그저 물 흐르듯 살아온 인생들에게 삶에 대한 깊고도 따가운 일침을 놓았다.

왜 바둑만 두고 있나 했더니...오가는 대화, 공감지수 높였다

 영화 <스톤>에서 남해(김뢰하 분)와 민수(조동인 분)가 바둑을 두고 있다.

영화 <스톤>에서 남해(김뢰하 분)와 민수(조동인 분)가 바둑을 두고 있다. ⓒ 박민영


영화 초반에는 '왜 바둑만 두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중반이 넘어가면서 어느새 영화로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물들이 일상 속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한 사람씩 천천히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마음에 크게 공감갔다. 대개 영화는 악역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마련인데, <스톤>에 악역은 없었고 그저 모든 인물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묵묵히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갈등과 관계가 드러났다. 인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지만, 세상에 분노가 치밀게하거나 반성하도록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저 '너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볼래?'하고 속삭이는 정도였다.

민수와 남해의 관계...규정하기 어렵지만 흥미로워

 영화 <스톤>에서 남해를 찾아간 민수(조동인 분).

영화 <스톤>에서 남해를 찾아간 민수(조동인 분). ⓒ (주) 샤인픽쳐스


남해와 그의 바둑 선생님 민수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았다. 꿈을 포기했고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물흐르듯 되는대로 살아간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면서 '살기위해서'라는 이유가 변명이라는 걸 깨닫는다.

민수와 남해의 관계는 흥미롭다. 생판 남이지만 연인 같기도 하고, 가족 같기도 하다. 설정으로는 민수가 남해의 선생님이지만, 결국 남해는 민수의 인생 선생님이었다. 남해가 민수의 인생을 돕는 것은 마치 부모들이 못 이룬 꿈을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 하는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민수는 20대 초반으로 이제 게임을 겨우 시작한 정도였고, 남해는 한 조직의 보스로서 '끝내기'를 해야했다.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걸고 승부사로서 과감한 게임을 벌인다. 서로의 선생이 되어 인생이라는 바둑을 두는 두 사람의 모습은 애잔한 감동을 전한다.

두 사람의 인생을 '바둑 한 판'에 빗대어 보여주는 <스톤>. '급수도 있고 교본도 있는 바둑처럼 인생에도 급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겼다. 오는 6월 12일 개봉한다.

스톤 조동인 김뢰하 박원상 조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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