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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오후가 되면 전국적으로 창궐하는 질병이 있다. 이 유행성 질환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면역체계의 상태와 무관하게 전염되어서 더욱 무섭다. 일순간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앗아가는 이 병의 이름, 짐작했는가? 무시무시한 이 질환의 병명은, 다름아닌 '월요병'이다.

사실 시간에는 경계가 없고 그저 한결같이 흘러갈 따름이다. 다만 우리가 선을 그어 나누어 놓은 요일과 시각이 사람들을 초조하거나 때로는 지루함에 늘어지게끔 만들곤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 마음에 달린 일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락가락 감정기복, 무사히 일주일을 보내는 법

<심리학 일주일>의 표지.
 <심리학 일주일>의 표지.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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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말이 있다. 사회심리학도 박진영씨의 책 <심리학 일주일>은 그 인식을 위한 길잡이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책은 '월요병 타파하기', '효율적으로 일하기', '슬럼프 극복' 등 현대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들을 짚어내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요일별로 하나씩 넘어야 하는 고단한 일상의 고민거리를 짝지어 구성한 점도 책의 제목과 조화되어 흥미롭다.

또한 이 책의 매력은 '그럴듯한' 말로 어설픈 '힐링'을 설파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심리에 대한 구체적인 요인을 찾고 그것을 실험으로 뒷받침한다는 점이다. 그 예로 우리가 막연하게 '차별은 나쁘다'고 알고있던 것을 '왜 나쁜가' 실제 실험으로 증명한다. 바로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클레이튼 크리쳐가 행한 연구가 그것인데, 조직 내에서 차별이 발생하면 업무 외적인 부분(차별)에 지나치게 신경쓴 나머지 에너지가 소모되고 이로 인해 생산성 저하가 나타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결국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사회에서도 지역·성별·학벌·개인적 취향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막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도덕적 이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도 개인의 정체성 유지를 도와야 한다니, 상당히 신기하면서 수긍할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리고 앞서 언급한 실험에서 '다른 일에 지나치게 신경쓰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는 경향'이 드러나는데, 여기서 '자기통제력'의 특성도 노출된다. 흔히 '정신력은 무한하리라' 믿곤 하지만 사실 '자기통제력'은 물질처럼 일정량을 소모하면 바닥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월요일이 다가온다'는 사실에 신경쓰는 나머지 미리 피곤해지는 '월요병'도 평소의 업무과다 혹은 스트레스가 초래하는 '정신적 연료낭비'의 결과인 셈이다.

더 가뿐한 삶을 위해

그 외에도 '화가 나지 않는 화요일 살기' 등 요일마다 정리된 '심리 다스리는 법'이 책장을 술술 넘기도록 독자를 이끈다. 각 파트마다 인용된 실험사례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험참가자들이 돈을 불린 후 이득을 나눠주는 실험'에서 '세제냄새가 나는 방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 방보다 두 배 정도 돈이 더 나누어지며 비교적 공평한 부의 재분배가 일어났다'는 실험이 대표적이다. 세제냄새가 청결함을 연상시켜 '도덕'이라는 개념 및 사고방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인데, 이러한 예시들은 심리학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우며 책의 재미를 더한다.

<심리학 일주일>을 통해 저자는 조언한다. 지나친 목표설정과 높은 기대는 쉽게 삶을 지치게 하며, 거기에 매몰되도록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긍정으로 위장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며, 그런 심리에서 발동되는 안전불감증도 막아야 한다고. 그리고 무엇이 나를 즐겁게 하는지, 어떠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지를 직시하고 스스로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덧붙인다. 자아실현에 앞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 어떠한 인간인지 깨닫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보는데, 미국에선 연소득이 4~5만 달러를 넘어서면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보다는 타인을 돕는 행위에서 사회전체의 체감행복이 상승하며, 더불어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이 희망을 주며 '불평등에 대한 지각'이 행복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이는 '복지정책'을 단순히 소비되는 '비용'으로 생각하며 '나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한국이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물질주의와 지나친 오지랖, 동시에 개인을 고립시키는 공동체주의가 모순되게 기승을 부리는 사회에서 우리는 일요일마다 괴로워한다. 다가오는 월요일에 '인생은 고통'이라 혼잣말을 되뇌이며 차마 부정하고만 싶은 심정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심리학 일주일>은 내 마음과 현실과의 관계, 나와 사회와의 관계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이 무너진 자존감을 재건하고 삶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는 일을 조금이나마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더 가뿐한 삶, 더 활기찬 월요일을 위해 멘탈을 가다듬자. 더 이상 쉽게 붕괴하는 일이 없도록.

덧붙이는 글 | <심리학 일주일> (박진영 씀 | 시공사 | 2014.3. | 1만4000원)



심리학 일주일

박진영 지음, 시공사(2014)


태그:#심리학 일주일, #사회심리학, #월요병, #지뇽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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