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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즈코퍼레이션 홈페이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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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즈코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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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휠을 만드는 회사 핸즈코퍼레이션은 1972년 설립해 4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이 회사에는 인천에 네 개의 공장,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자회사, 중국 청도에 있는 공장까지 합해 전체 15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연간 1200만 개의 휠 생산량을 자랑하며 업계에서 국내 1위, 세계 5위의 시장 점유율로 2012년 매출액만 5050억 원에 달한다.

국내 1위 알루미늄 휠 기업... 노동자만 죽어난다

하지만 회사가 이렇게 성장했음에도 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쳐도 병원도 제대로 못가고, 밥도 마음 편히 못 먹었다. 노조에 따르면, 고열 작업 등 위험한 작업이 많은 데도 회사는 기본적인 안전 조치나 보호구도 주지 않아서 노동자들이 화상을 입는 일이 빈번했다. 또 일하다 다쳐도 산재는 꿈도 못 꾸고 대부분은 자비로 치료했고, 간혹 회사에서 공상(자체)처리를 해 줄 때는 시말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올해 1월 한석훈 부지회장(민주노총 금속노조 핸즈코퍼레이션지회)이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한 부지회장이 '회전근개 파열(일종의 어깨관절 부상)'로 산재 승인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저는 2012년 12월 21일 1공장에 입사해서 주조반에서 근무를 했어요. 고열 작업이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았죠. 보통 하루에 SUV 차량에 들어가는 휠을 410개 정도 만들었는데 장갑을 몇 개씩 끼고 일해도 워낙 뜨거워서 별 소용이 없었죠. 예전에는 기계 1개당 담당이 1명이었는데, 제가 일할 때는 1명이 기계 2개를 담당하면서 일이 더 힘들었어요.

그리고 이 휠이 굉장히 뜨거운데 이걸 컨베이어벨트에 직접 올려야 해요. 문제는, 컨베이어벨트가 워낙 가까이 있다 보니 너무 뜨겁고 작업하면서 움직일 때 위험해요. 컨베이어벨트가 원활하게 작동을 안 하거나 물건이 끼이면 상황을 점검해야 하는데 그때 제 종아리가 끼는 사고가 있었어요."

이후에도 일하는 동안 목, 어깨,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 가거나 조퇴를 하는 것도 여유인력이 없어 쉽지 않았다.

"작년 5월에 허리를 다치고 화상을 입었을 때 진료비 지급과 관련해서 회사 면담을 요청했는데 차장이랑 부서장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후에 계속 항의하니까 나중에는 말을 바꿔서 진료비를 줄 테니 사고 경위서랑 시말서를 쓰라고 하더라고요. 치사하지만 일단 쓰라는 거 썼는데 위에서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리라 하더니 지금까지도 아무 답이 없네요."

한 부지회장은 아직까지 진료비를 지급받지 못한 상태다. 결국 지난 5월 15일 회사 측을 상대로 진료비를 지급해 달라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치료비를 6개월 후 월급에서 제하거나 물어내라고 강요했고 실제로 물어준 경우도 잦았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한 부지회장은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처리를 받았을 수 있었을까. 업무상 '재해'가 아닌 '질병'으로 산재승인이 나기는 한 부지회장이 처음이었다.

"작년 8월에도 작업을 하다가 어깨를 다쳐서 병원에 가겠다고 했어요. 그때 제가 당시 부서장에게 이전에 병원비도 안 줬는데 오늘은 병원비를 주는 거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꼭 주겠다는 거예요. 그 확답을 듣고 병원에 갔어요. 그리고 진료를 받는데 MRI를 찍자고 해서 찍었어요. 그리고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았죠. 한편 진료 끝나고 회사에 갔는데 말을 바꾸더니 병원비를 못 주겠다는 거예요. 이유가 참 황당했는데 MRI 촬영한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그걸 왜 했냐고 따지더니 못 주겠다는 거예요."

이후 회사는 부지회장에게 자체처리를 해주겠다고 했고, 빨리 진료 받고 회사로 복귀하자는 생각으로 일단 회사 말에 따라 회사 지정병원에서 두 달 가량 재활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진단 기간이 지나도 어깨 진통이 계속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건강이 악화됐고 두 달 추가 요양 진단을 받았다.

그러자 회사는 왜 완치가 안 되냐며 더는 자체처리가 힘드니 회사를 관두든 아니면 병가를 내고 개인적으로 치료하고 완치가 되면 출근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한석훈 부지회장은 이에 회사에 산재신청을 하겠다고 했고 회사에서는 산재처리는 절대 안 되니 병가를 내든 그만두든 결정하라는 얘기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하루에 50톤 휠 쌓아본 사람들은 안다

산재신청을 하려면 업무연관성을 인정하는 회사의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회사 측은 날인을 거부했고, 결국 작년 12월경 근로감독관이 직접 인천공장에 나와 노동환경을 둘러보고 업무연관성을 파악했다. 여기에다 동료들에게 사실확인서를 받는 등 한 부지회장이 직접 업무연관성을 증명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 1월 산재승인을 얻어냈다. 올해 2월 21일 요양기간이 끝나고 부지회장은 주조반에서 적재부서로 전환 배치되어 복귀했다.

"적재 부서의 경우, 하루 8시간 일하면 2000개 정도, 12시간 하면 3000개 정도 휠을 쌓았어요. 무게만 다 합쳐도 40~50톤 정도 될 텐데 그렇다 보니 몸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회사에선 처음엔 건강이 염려된다 하고, 저도 아무래도 걱정도 되고 하니까 회사 말을 따랐는데 알고 보니 일도 힘들고, 잔업도 없어 월급 적으니 사실 나가라는 말이었던 거죠. 무엇보다 다른 동료들은 밥도 허겁지겁 먹고 담배 피우고 커피 마실 시간도 부족해서 허덕이는데 저는 1시간씩 쉬면서 미안하고 눈치도 보이고... 그런 게 힘들었어요."

지난 3월 18일 핸즈코퍼레이션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노조원 수가 많을 때는 최대 405명에 달했지만 5월 23일 현재는 243명이다. 왜 노조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박광일 지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여기서 일하다 보니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고요. 회사 규모가 이렇게 큰데 작업환경이 왜 이렇게 열악한지 이해가 안 돼서 알아보다 보니 노조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 이 회사는 노동자들 노동력을 착취해서 벌어먹는 회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집행부가 1년간 노조 설립을 준비하게 됐고 이번 3월 18일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죠."

개선해야 할 점이 많겠지만 가장 먼저 시급한 게 무엇인지 물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유 인력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회사가 날이 따뜻해지는 4월이 되면 주조 부서에 여유인력을 뽑기는 하는데 일이 워낙 힘들고 근무 조건이나 월급이 많지 않으니까 대부분 금방 그만둬요. 회사도 그만둘 거 알고 사람을 뽑는 거고요.

여유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하다 다쳐도 병원 가기가 힘들고, 제대로 쉬거나 치료도 못 받아요. 뜨거운 쇳물 작업을 하는데 방열복을 못 입어요. 여기는 방열복을 입고 일 할 수가 없어요. 이거 입고 일하려면 30분 일하고 30분은 쉬어야 하는데 인원이 부족하니까. 30분 쉬는 게 불가능한 거죠. 밥도 교대로 먹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정말 화상이나 근골격계 질환은 달고 살아요. 정말 토가 나올 지경이에요."

산재신청 사진 찍었더니 회사 보안 유출?

핸즈코퍼레이션 지회 창립 후 4월10일 인천 중부고용노동청 북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게시간 보장과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했다
 핸즈코퍼레이션 지회 창립 후 4월10일 인천 중부고용노동청 북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게시간 보장과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했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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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고 지난 4월 1일 핸즈코퍼레이션에는 복수노조가 만들어졌다. 이어 4월 23일에는 부지회장은 해고, 지회장은 3개월 정직, 사무장과 문화체육부장 1개월 정직이라는 징계가 내려졌다. 4명 모두에게 '무단 결근' 혐의가 적용됐고 부지회장과 지회장에게는 '보안정책 위반'이 추가됐다. 하지만 노조는 이 징계가 산재신청과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이 징계도 정말 어이가 없어요. 회사는 정보보안정책 위반이라고 해요. 우리가 산재신청 하거나 노동부에 보낼 자료로 쓰려고 식사 시간에 일하는 조합원들 사진을 찍었어요. 그런데 회사는 기계를 찍어서 회사 보안을 유출했다는 근거로 징계를 내린 거예요.

잔업을 안 했다고 업무지시 위반이라고 하고, 조합 활동시간 보장을 안 해주니 4명이 연차를 썼는데 제품 생산에 차질이 있다고 반려를 했어요. 직원이 1500명인 회사에 4명이 휴무를 쓴다고 해서 무슨 차질을 빚는다는 건지. 회사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박광일 지회장)"

징계로 자칫 현장 분위기기가 위축될 수도 있는 등 상황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핸즈코퍼레이션지회는 아침·저녁으로 공장별 선전전을 계속 진행하고 조합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박 지회장의 말이다.

"예전에는 아침 8시 출근인데 7시 반에 조회를 하는 바람에 돈도 못 받으면서 일찍 출근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조합에서 문제를 제기 하면서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또 전에는 사람들이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일을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분위기도 많이 좋아지고 웃는 사람도 늘어나고... 1년에 1번도 회식이 없는 문화였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임도 만들고 그러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조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회사측은 징계통보 외에 노조에 대해 공식답변을 한 적이 없다. 핸즈코퍼레이션지회는 그동안 점심시간과 휴게시간에 일한 대가를 받기 위해 체불임금 지급 건으로 회사를 고소한 상태다. 또 부지회장은 해고와 관련해 회사의 재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징계 등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핸즈코퍼레이션 인사부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혀 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재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이 쓴 글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5월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핸즈코퍼레이션지회, #금속노조, #노동조합, #산업재해, #노동자 건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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