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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후.
▲ 책 <예일대 교수 아빠에게 배우는 경제이야기> 읽고 난 후.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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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에 취해 있다. 양심적이고, 보다 뿌듯하게 돈을 벌 수 있을까. 도덕적인 부자가 가능할까. 이런 고민 속에서 무작정 서점에 가서 고른 첫 번째 책이 이것이다. <예일대 교수 아빠에게 배우는 경제 이야기>. 이 책은 저명한 금융경제학자이자 예일대 교수인 천즈우(陈志武)씨와 그의 딸 천디의 대화를 담은 책이다.

대부분 구어체로 담겨 있어서 복잡할 수도 있는 경제 이야기가 술술 읽힌다. 부자가 된 이들의 노하우를 딸에게 전수하는 과정을 엿보면서 나도 부자가 되는 상상을 해봤다.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그 많은 돈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었을까. 부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생각, 마음을 따라가 보기에 나쁘지 않은 책이다.

비즈니스 모델, 빌게이츠 제로한계비용

책은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쟁이 딸 천디의 맹랑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아빠, 빌 게이츠는 왜 그렇게 부자예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월마트의 윌튼, 델 컴퓨터의 마이크 델 등의 큰 부호들은 어떻게 최고의 부자가 되었는지 묻는다. 그들의 사업이 남들의 사업과 달랐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맛보기 대답은 다음과 같다.

물론 프로그램 개발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빌게이츠 그가 부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로 한계비용'이라는 비즈니스 특성 때문이었다. 빌게이츠의 Windows는 상품 하나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특별히 들지 않는다.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은 상품을 생산하고자 하면 매번 제작비용이나 임금, 재료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서 소프트웨어는 부가적인 제조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순이익이 크게 남는다. 이를 '제로한계비용'이라고 한다.

개발 후, 손쉬운 상품제작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수많은 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최고의 장사였다(당시 애플이 먼저 Windows와 비슷한 GUI방식을 먼저 내놓았지만 마케팅에 실패하였다고 한다. 비지코프사도 GUI방식을 내놓았지만 실용적이지 못했고, GEM을 디지털 리서치사가 내놓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너무 적어 실패. 이것들을 개선 한 것이 MS사의 Windows였고, 1990년 Windows3.1 이후부터 날개를 달아 보급되기 시작.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타고 성장했다).

진부한 커피 상품으로 성공한 스타벅스

빌게이츠의 성공에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제로 한계비용이란 특별한 비즈니스 특성이 있었다면, 진부하고 이윤도 별로 남지 않는 상품인 커피로 성공을 한 스타벅스는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스타벅스 성공의 마법은 광고비 한 푼 안들이고 커피를 팔아 치웠다는 점이다.

스벅은 애초에 가장 번화한 도시 교차로에 커피숍을 열었다. 임대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대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광고할 수 있는 효과를 누렸으며 따로 선전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으니 한 편으로는 광고비 절약이기도 했다.

이어 글로벌화한 세계시장으로 진입하며, 마찬가지로 각 국의 대도시 교차로 부근에 매장을 넓혔고 같은 효과를 거둬들였다. 외국을 떠도는 비즈니스맨들에게는 가장 익숙하고 편리한 커피숍이 된 것이다.

창조적 파괴, 월마트

천즈우씨가 소개한 세 번째 비즈니스 모델, 월마트. 월마트의 창시자 샘 윌튼(Samuel Moore Walton)은 대도시에 위치한 다른 체인마트들과는 다르게 인구(소비자)가 비교적 없지만 경쟁상대가 없는 중소도시를 공략했다. 우리나라의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따라한 상시저가(EDLP, Everyday Low Pric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품질 좋은 상품을 낮은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경쟁을 따돌리고 독점체제를 갖추었다.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생산업체로부터 직접 물건을 대량 구입하는 직거래로 저가판매를 할 수 있었다. 또한 규모 확장으로 생산업체와의 독점계약을 맺으며 더 큰 가격협상능력을 갖추게 되었던 것이 월마트의 성장 구조였다. 현재에 와서는 많은 기업들이 적용하는 전략이지만 당시에는 기존의 시장판을 뒤집는 혁신 이었다고 천즈우씨는 말한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시장구조를 붕괴 시킨다는 점에서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라고 말했다. 슘페터의 말처럼 기존의 소매시장을 붕괴시키고 자본을 독식한 사업모델을 '혁신'이었다고 찬미 할 수는 없지 않나. 월마트의 '창조적 파괴'는 오늘날 시장상인들의 처절함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기도 한다. 하지만 이어 딸 천디의 당돌한 생각을 듣고 나면 이런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속내를 알 수 있기도 하다.

천디는 소매업간의 '통합'을 생각해 낸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붐처럼 일어섰던 '협동조합 모델'의 형태와 유사하다. 거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소매상인들 끼리의 연대를 생각해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중소상인들도 힘을 합하여 재래시장을 개혁, 대기업과 경쟁을 시작했다. 파괴와 독점이 새로운 혁명을 탄생시킨 것이다.

가을 왕사마귀의 식욕은 무섭도록 왕성하다.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먹어댄다. 가끔은 육중한 배를 끌고 풀숲을 헤치다가 딱딱한 바닥에 떨어져 배가 터지기도 한다.
▲ 자본을 독식하는 대기업 가을 왕사마귀의 식욕은 무섭도록 왕성하다.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먹어댄다. 가끔은 육중한 배를 끌고 풀숲을 헤치다가 딱딱한 바닥에 떨어져 배가 터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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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델 컴퓨터의 '주문제작 + 직판'으로 경쟁업체를 따돌린 사례와 태양열발전 회사인 창저우 텐허의 '수직통합' 비즈니스 모델,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한 미국에서의 맞춤제작 의류의 성공모델 등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어간다.

주식은 투기가 아닌가?

당시의 혁신적인 사업모델 사례를 들으며 딸 천디는, 구체적인 사업의 꿈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천디의 꿈은 단순히 사업가가 되는 것이 아니었으니, 아무리 혁신적인 사업모델이라도 장사로는 천디의 억만장자가 되는 꿈을 이루기 어려워 보였다.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주식 금융거래'로 옮겨 갔다.

주식, 그것은 투기가 아닌가? 하루빨리 거부가 되는 꿈을 가진 천디지만 주식은 투기라고 주장하며 아버지와 열띤 논쟁을 벌인다. '상장회사의 미래의 무한한 수익 스트림을 매매하는 것, 이로써 생전에 만질 수 없는 거대하고 막대한 돈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것' 아버지 천즈우가 말한 주식의 정의이다. 멋스러운 정의이긴 하다. 그래도 내 기준에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다. 특별히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없어 보이고 돈만 거저 쥐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주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가치를 앞당겨서 미리 받겠다니, 이런 당치않은 소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런 나의 생각에 반격을 가하듯, 천즈우 교수는 주식 또한 자발적인 의지가 바탕이 되고 거래를 통해서 불합리한 주식 가격을 바로잡아 적당한 가치를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에 도덕성에 부합한다고 말한다.

"부는 사회로부터 왔기에 다시 사회를 위해 돌아가야 한다."

주식은 투기라고 주장하는 천디지만, 누진세제도에 관해서는 참으로 야박하다. 왜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는 것이며, 게을러서 가난한 자에게 수혜를 베푸는 것이냐고 따져 묻는다. 아버지 천즈우는 강력히 반대하는 딸 천디를 달래기 위해 최소한의 복지가 필요한 이유와 공평한 사회를 위한 누진세제도에 대해서 찬찬히 설명한다. 알다가도 모를 딸과 아버지의 심리이다.

그들의 이런 의견차에는 '자립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들어 있다. 자립하여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이러한 판단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다. 딸 천디에게 과한 복지제도는 한 개인을 복지에 길들여 자립심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반면 아버지 천즈우에게 복지제도는 그들이 자립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망이었다. 홀로서기든, 보호망 안에서 도움을 받든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고민이라는 점은 같다. 둘의 견해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 가치로 둔다는 점에서 평행한다고 할 수 있다.

천즈우는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미국의 전기적인 부호 록펠러(John D. Rockefeller)가 아들에게 띄우는 편지를 소개해 준다. 생전에 기자들에게 욕을 밥 먹듯이 먹었던 록펠러, 그가 왜 자신의 부를 사회에 한꺼번에 풀지 않았는지, 무엇을 경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록펠러가 쓴 편지에는 돼지우리에서 도망 나간 집돼지와 이를 잡아들인 한 노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야기의 내용을 간추려 소개해 본다.

우리에서 도망쳐 나간 돼지를 다시 잡아들이는 노인 이야기.
▲ 돼지 이야기 우리에서 도망쳐 나간 돼지를 다시 잡아들이는 노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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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에서 도망나간 집돼지들은 자연에서 적응하며 영리한 멧돼지가 되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이 돼지들을 잡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녔지만 결국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비실비실한 노인이 목재와 식량이 가득한 수레를 끌고 나타나 멧돼지를 잡아 보겠노라고 당당히 이야기를 한다. 마을사람들은 비웃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기를 쓰고 덤벼들었지만 잡을 수 없었던 녀석들을 연약한 노인이 무슨 재주로 잡아들이겠나 싶었던 것이다.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산으로 올라간다. 수레에 싣고 간 미끼를 던지고 돼지들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영리한 돼지들이 그 음식을 경계하고 다가오지 않았지만, 한 마리가 다가와 그 미끼를 먹기 시작하더니 다른 놈들도 덩달아 먹으러 오기 시작했다. 곧 던져주는 먹이에 차츰차츰 길들여지며 경계를 풀어갔다. 그 틈을 타 노인은 말뚝을 박으며 울타리를 만들었다. 결국 마지막 말뚝을 박을 무렵, 녀석들은 집돼지가 되어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록펠러는 누군가를 불구로 만들고 싶거든 그에게 지팡이 하나를 쥐어주라고 한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게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하면, 그 음식을 받아먹는 사람은 거기에 익숙해져 어느덧 습관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습관은 사람을 잡아먹고 사회를 잡아먹는 순진한 얼굴의 악마가 되어 자립심을 무너뜨린다. 여기서 록펠러가 아들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점은 누군가에게 생선을 준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하루를 도와주는 것이지만,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준다면 그의 일생을 도와준다는 점이다. 이 교훈은 타인이 아닌 우리 자신에게도 해당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생의 지혜가 될 것이다. 자립할 수 없는 인간은 결코 존엄할 수도, 사회에 공헌 할 수도 없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보면 다양한 비즈니스 성공사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물질적인 부의 성취를 중심 가치로 두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그가 딸에게 해주고자 했던 이야기는 결코 물질적 부유함은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음을 이야기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록펠러가 아들에게 쓴 편지의 마지막 말이 있다. 이 말이 천즈우가 딸에게 최종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 아니었을까.

-사람은 말이다, 살면서 자기 자신, 그리고 타인의 삶과 죽음을 존엄하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해내야 하는 거란다.-


태그:#경제, #천즈우, #예일대 교수 아빠에게 배우는 경제 이야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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