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는 6회말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강우콜드가 선언됐다. 이날 NC는 팀 창단 후 처음이자 이번 시즌 첫 3타자 연속 홈런 등을 앞세워 넥센에 24-5 대승을 거뒀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는 6회말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강우콜드가 선언됐다. 이날 NC는 팀 창단 후 처음이자 이번 시즌 첫 3타자 연속 홈런 등을 앞세워 넥센에 24-5 대승을 거뒀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선두권을 달리던 넥센 히어로즈가 충격적인 참패를 당했다. 지난 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NC의 주중 3연전 2차전에서 넥센은 6회 강우콜드 게임이 선언되기까지 5-24라는 핸드볼 스코어로 대패했다.

NC에게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NC는 이날 선발 전원안타를 비롯하여 홈런만 6개를 쏘아올리며 총 21개의 안타를 쏟아부었다. 창단 이후 최다득점, 최다안타, 최다점수차, 최다홈런 등 수많은 구단 프랜차이즈 기록을 갈아치웠고, 첫 3연타석 홈런과 역대 15번째 팀 사이클링 홈런도 포함되어 있었다. 3연전 이전까지 넥센에 1.5경기 뒤진 2위를 달리고 있었던 NC는 이틀 연속 승리로 위닝시리즈를 확정하며 4월 17일 이후 약 한 달만에 단독 선두에 복귀하는 기쁨도 누렸다.

반면 넥센으로서는 그만큼 치욕의 하루였다. 넥센이 목동에서 상대팀에 20점 이상 내준 것은 2009년 5월 15일 목동 LG전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야구를 하다 보면 잘풀리는 날도 안 풀리는 날도 있다. 때로는 대패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넥센의 모습은 결과를 떠나, 경기를 대하는 태도와 성의에서 프로다운 자세를 전혀 보이지 못한 것이 더욱 실망스러웠다. NC의 기록행진은 타자들의 뜨거운 방망이 덕분도 있었지만, 넥센 투수들의 무기력증과 일찌감치 승부를 포기한 벤치의 무성의한 경기 운영이 결합되어 가능했다.

넥센은 24점을 내주는 동안 고작 두 명의 투수만을 기용했다. 선발등판한 문성현(2이닝 10안타 4볼넷 3홈런)과 후속투수인 윤영삼(4이닝 11안타 6볼넷 3홈런)이 사이좋게(?) 12실점씩을 양분했고 이는 온전히 투수들의 자책점이었다. 6회까지 한 이닝도 무안타 무실점으로 넘어가지못했다.

선발 문성현은 이미 1회에만 6점을 내줬다. 2회에도 3점을 더 내줬다. 이미 여기서 승부의 흐름은 기울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넥센 벤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3회에도 문성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가능하다. 어차피 일찌감치 패색이 짙어진 경기에서 투수력 소모라도 최소화하자는 것과 부진한 선발투수에 대한 문책성 기용 강행이다.

하지만 이미 자신감을 잃을 대로 잃은 투수에게 의욕이 남아 있을 리가 만무했다. 문성현은 3회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3점을 더 내준 뒤에야 강판됐다.

문성현에 이어 넥센이 두 번째 투수로 등판시킨 투수 윤영삼은 더 큰 수렁에 빠졌다. 7일 1군에 갓 올라온 윤영삼은 이날 경기가 프로 첫 등판인 초짜 신인투수였다. 승패가 무관한 경기에서 테스트를 받았다기에는 상황이 지나치게 가혹했다.

한껏 물오른 NC의 방망이는 어린 신인에게도 자비가 없었다. 점수차가 벌어져도 끝까지 기세를 늦추지 않는 NC의 집중력은 차라리 프로다웠다. 그러나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는 이유만으로 걸음마를 갓 뗀 어린 투수 혼자 생지옥에 밀어놓고 끝까지 방관한 넥센 벤치의 모습은 비정하다 못해 무책임했다. 그나마 강우콜드 게임이 아니었다면 남은 이닝 동안 프로야구 역사를 바꿀 만한 불명예 신기록이 더 쌓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장기 레이스에서 때로는 과감하게 포기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다. 그러나 질 때 지더라도 프로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있어야 한다. 연습경기가 아닌 이상 돈을 내고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에 대한 예의도 있고, 선수들이 받을 상처에 대한 배려도 생각해야 했다. 진 경기에서 필승조를 모조리 투입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반대로 따지면 질 것 같다고 주어진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도 안 해 보고 그저 무너지는 경기를 한없이 방치한다는 것은 프로의 자격도 없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이후 가장 수준 낮은 경기를 보여주고도 그 부담을 온전히 두 명의 투수들에게 떠넘긴 꼴이었다. 넥센이 이날 진정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19점차 콜드게임패가 아니라, 상황이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벤치의 직무유기와 투수학대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