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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 책 표지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 책 표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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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대통령 선거 중 가장 치열했던 2012년 대선. 투표율은 2007년 대선 때보다 약 13%가 높은 75.8%였다. 당시 투표율이 대략 72% 이상만 되면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갈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환상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득표율 2~3% 차이로 문재인 후보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소위 '멘붕'이라고 불리는 상태에 빠졌다. 투표율이 상당히 높았음에도 졌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후 대선 부정선거 의혹 때문에 난리가 나긴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2012년 대선 이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그리고 대한민국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저작들이 많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창비의 사회인문학평론상을 수상한 <2013년 대한민국, 우리가 선거하지 않는 이유>가 인상적이었다. 이 저작은 선거제도에 대한 맹신을 비판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 역시 같은 고민을 담고 있는 책이다.

작금의 선거제도는 과연 믿을 만한가

"민의가 무엇이건 간에 그것을 선거로 드러내는 것이 민주체제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즉 선거라는 도구를 써서 민의를 드러내는 것이죠. 하지만 앞의 예를 보면 어떤 도구를 쓰느냐에 따라 드러나는 양태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람들의 같은 표지만 한국식으로 하면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고, 프랑스식으로 하면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민의가 중요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 민의를 드러내는 도구가 더 중요한 것일까요?(101쪽)"

2012년 대선 때 국민들의 투표 독려를 위해 여러 유명인들이 공약을 걸었었다. 아마도 투표를 통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투표만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에게 투표란 신성시 돼 있고, 선거 참여가 국민의 의무라고 여겨진다. 바꿀 수 없는 고정불변의 제도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기존의 정치제도는 우리를 배신하고 말았다. 2012년 총선과 대선, 이명박 정권의 실책으로 정권 교체를 예상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과반수의 득표를 받은 사람이 모든 권리를 가져가는 대한민국의 정치체제에서 정권을 교체하기란 점점 요원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현재 권력을 잡고 있는 이에게 너무나 유리한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제도기 때문이다.

"사실 선거라는 것은 민의를 측정하고 이를 가장 잘 대표한 사람을 고르는 행위이죠. 그렇다면 '누가 내 뜻을 더 잘 대표하는가?'라는 생각이 가장 우선이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승자독식의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소수정당은 이길 확률이 거의 없다보니 갈수록 소수의 목소리는 거대세력으로 수렴이 되고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당들이 어려운 이유, 대선에는 이름조차 내밀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258쪽)"

대한민국의 정치제도가 달랐다면 어땠을까. 프랑스식 결선투표제가 대통령 선거에서 쓰였다면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쓰였다면 과반수 득표자가 모든 권력을 차지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선거제도는 불변의 것이 아니다. 민의를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면 바뀌어야 하는 것이 바로 제도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요구해야할 사항이다.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종교와 자본의 힘

선거철이 되면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항상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이 출몰한다. 그곳이 어느 곳이든 말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 중에서도 가장 '핫플레이스'는 누가 뭐래도 교회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대한민국 교회는 대형화 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교회의 영향력이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교회의 '장로'라는 것을 어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 기독교 신자가 천만 명에 달하니 수지맞는 장사다.

"민주체제하에서는 한 집단의 이익이 나라의 이익으로 직결되기 힘듭니다. 민주체제라는 것이 다양한 세력과 목소리의 공존을 전제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동일화함으로써, 어쩌면 가장 솔직한 고백을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즉 자신이 건설하고 싶은 사회는 나라가 교회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곳이라는 그들의 이상 말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데 이명박은 이상적인 정치지도자라는 믿음을 가진 이들에게 후보의 결점이나 진실 따위는 그다지 중요치 않습니다.(150쪽)"

종교계 이외에도 대한민국 정치를 움직이는 큰손이 있다. 바로 광고라는 무기를 가진 '삼성'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언론의 힘은 막강하다. 이 막강한 언론의 구명줄을 쥐고 있는 게 바로 삼성이라는 기업이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광고가 없다면 먹고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삼성은 광고를 이용해 충분히 언론을 장악할 수 있고,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정치인이 삼성과 연을 맺을 수 있다면 당선은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전화 한통으로 언론사 사장마저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삼성 권력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가장 크고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돈입니다. 사나운 언론을 다루는 무서운 채찍인 셈이죠. 삼성은 가장 큰 광고주로서 일개 기자가 상대할 수 없는 무서운 힘을 사주에게 쓸 수 있습니다. 한국광고데이터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광고업계 최대 광고주는 총 광고액 1조 1551억 원을 쓴 삼성전자입니다. 이는 금융감독원 발표 상위 0개 기업 중 24개 사의 총광고액 2조 6389억 원의 절반에 달하는 액수입니다.(171쪽)"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독재체제를 끝낸 것은 그들의 선의도 아니고 강대국의 입김도 아니었습니다. 시민들의 투표나 조용한 일상의 순응도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독재체제가 두 번이나 무너진 것은 바로 민중들의 절절하고 적극적인, 그리고 직접적인 대규모 정치참여의 결과였습니다.(228쪽)"

앞서 언급했듯이 어떤 선거제도라도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는 없다. 선거제도라는 것은 항상 차악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정치를 제대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민의에 반하는 정치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정치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누리며 여러 시위나 집회에 참여할 수도 있고, 수많은 시민단체 중 하나에 가입해 활동할 수도 있다. 현재 늘어나고 있는 협동조합에 가입해 생활정치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참여와 활동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다. 정치제도, 선거제도에만 맡기기에는 너무 허술한 것이 현재의 정치제도다. 이런 민주주의의 한계를 메우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과 힘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남태현 씀 / 창비 / 2014년 2월 / 15,000원)

이 기사는 본 기자의 블로그 http://picturewriter.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 - 선거만능주의의 함정

남태현 지음, 창비(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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