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 고양시장이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고양시에서의 <어벤져스2> 리허설 촬영에 대한 관심이 엄청 나네요. 특히 제 옆에 고양시 고양이에게 <어벤져스2> 조감독님께서 "고양시 타이거를 비중있게 찍어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최성 고양시장이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고양시에서의 <어벤져스2> 리허설 촬영에 대한 관심이 엄청 나네요. 특히 제 옆에 고양시 고양이에게 <어벤져스2> 조감독님께서 "고양시 타이거를 비중있게 찍어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 최성 시장 트위터


먼저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촬영장에 놀러가실 분들에게 드리는 충심어린 조언. 영화 촬영 현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재미없다. 영화에 관한 영화들을 떠올려 보시라. 한국만의 특수성이 아니다. 현장은 기다림의 연속이요, 우리가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화려하거나 황홀한 순간과는 거리가 멀다.

스크린은 카메라로 필터링 된, 온갖 CG로 덧칠된 화면이지만, 촬영 현장은 우리의 두 눈을 거치는 게 고작이다. 이를테면, 아이언맨이 새빛둥둥섬을 폭파하는 장광을 전 세계 관객보다 먼저 확인할 수 없는 건 당연지사고. 그만큼 기다림의 미학을 요하며 그나마 눈에 건질만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도 어렵단 얘기다.

그런데 이 촬영장에 관한 예방주사는 어쩌면, 지금 여기저기 들려오는 <어벤져스2> 효과에 대한 호들갑들을 대입시켜도 크게 다를 건 없을 것 같다.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나서 "한국을 알릴 좋을 기회"라며 설레발 칠 필요까지 있었을까하는 의문처럼 말이다. SNS 전문가(?)인 박원순 시장이 친절히 교통 통제 상황을 비롯한 정보를 올리는 것이야 개인의 손가락이 가는 일이라 치자.

"한국을 알릴 좋을 기회"라며 <어벤져스2> 촬영을 장려하는 것도 우습지만, 2조 원대 관광효과가 파생하리라는 복음은 어느 성경에 적혀 있는 것인지. 적어도 셈을 하려면 최대한 에누리가 없어야 한다. <어벤져스2>의 한국 로케이션 촬영으로 얻게 될 떡고물은 누구의 것이 알짜배기일까. 

천만 예약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마케팅 전략 

 <어벤져스>에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

<어벤져스>에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어벤져스 1.5'라는 평가를 받는 중인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가 현재 극장가를 완전 점령했다. 비수기라는 3월 말 개봉이었지만, 단 이틀만에 관객 30만 명을 돌파하며 기록 갱신을 예고하고 있다. 북미보다 1주일 빠른 26일 개봉일은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과 묘하게 겹쳐 있었다.

이 '미국 대장'의 흥행은 높은 완성도와 <어벤져스> 전편의 괄목할만한 흥행에 따른 결과지만, 3월 내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어벤져스2> 촬영 프리미엄을 따로 떼놓기도 머쓱해 보인다. 마블 수퍼히어로들은 그렇게 <어벤져스>를 기점으로 그 방대한 세계를 펼쳐가는 중이다. 앞서 개봉한 <토르 : 다크월드> 역시 전편을 뛰어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어벤져스> 팀이 상륙한 한국은 전통의 텃밭 일본과 쿼터제로 아직은 편수가 미비한 중국과 비교해 괄목할만한 아시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겨울왕국>의 전 세계 2위 흥행을 보라. 심지어 고작(?) 300만을 돌파한 <어바웃 타임>은 전 세계 1위 흥행국의 지위를 누렸다.

한국 배우 수현을 캐스팅하고, 서울을 IT 중심도시로 그릴 것이며, 20분가량의 분량이 한국을 배경(촬영 분량보단 내러티브상 차지하는 비중일 가능성이 높지만)으로 찍는다고 알려지면서, <어벤져스2>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다. 개봉시 천만 관객은 따놓은 당상이란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떡고물을 결국 영리한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챙겨갈 것이 자명해 보인다.

'<쥬라기공원>과 현대자동차' 연상시키는 창조경제 운운, 촌스럽다 

 서울시가 공개한 <어벤져스2> 촬영 관련 차량 통제 현황.

서울시가 공개한 <어벤져스2> 촬영 관련 차량 통제 현황. ⓒ 서울시


한국 촬영을 위한 제작비 130억 원 중 30%를 <어벤져스2> 측에 돌려줘야 하는 인센티브 제도와 관련해서도 흥분할 필요까진 없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는 <어벤져스2>를 위해 튀어 나온 것이 아니다. 국가 영상위원회가 존재하는 국가별로 해외 영화 촬영을 유치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것은 영화계에선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되새겨 보자면, 잡음을 키운 것은 결국 한국관광공사와 정부의 숫자놀음이 아닐런지. 그 창대한 바람이 이뤄질지 의문이지만, 만약 <어벤져스2>의 개봉 후 2조 원대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면 이미 제도화된 인센티브 제도로 나가는 30억이 아깝겠는가.

하지만 정부가 <반지의 제왕> 촬영지인 뉴질랜드와 비교해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는 것이야말로, "<쥬라기공원> 1편이 현대자동차 150만대 수출과 맞먹는다"고 연결시키던 문민정부의 20세기 발상과 하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창조경제' 운운은 말할 것도 없고.

구체적인 근거가 <반지의 제왕>이라니, 영화계 안팎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더욱이,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한국 공포영화 <소녀무덤>의 지하철 전동차와 차고지 촬영을 불허했다는 소식까지 불거졌다. '할리우드 우대'를 서비스한 이 '국가지원 프로젝트'의 촌스러움이 한껏 도드라지게 됐다.

교통통제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객들이 즐거운 이유?

 <어벤져스> 시리즈의 조스 웨던 감독이 한국 관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어벤져스> 시리즈의 조스 웨던 감독이 한국 관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반면 교통통제를 위시해 코앞에 다가온 불편에도, <어벤져스> 촬영을 반기는 이들의 심리는 복잡하지 않다. 그저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때로는 킥킥대고, 때로는 감탄하며 마주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우리네 일상의 친근한 풍경이 나쁘지 않게 등장하리라는 그 소소한 기대. 그 스펙타클한 광경을 즐기는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으리란 선의.

계산기를 두드리고, 치적을 과시하는 건 훗날 해도 필요할까 말까 한 이야기다. 그 전에, 국내 영화 로케이션 제도나 지원 제도를 돌아볼 일이다, 라고 써봤자 하나마나 할 잔소리가 될 터. 그보다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중국 상하이나 두바이처럼 <어벤져스2>의 서울이 멋들어진 도시로 담기기를 기대하는 것이 먼저겠다. 

"적어도 미국 영화에서 서울 배경의 영화는 없었는데 <어벤져스2>에서 화려한 액션과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특별한 일일 것 같다"는 조스 웨던 감독의 메시지는 그래서 꽤나 적확한 포인트를 짚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부디, 혼란스러울 촬영장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시기를. 심지어, 스칼렛 요한슨의 내한도 불발됐다고 한다. <설국열차> 크리스 에반스 팬들이라면, 인증샷 찍는답시고 현장 사진 무턱대고 SNS 올리는 일도 자제하시길. 이미 <어벤져스2> 제작사의 보도 자제와 초상권, 저작권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는 점을 잊지 마시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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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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