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23, 올댓스포츠)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피겨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20일 새벽에 있었던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김연아는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74.92점을 받았다.

하지만 클린 연기에 비하면 예상보다 낮은 점수였다. 여기에다 뒤에 출전했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가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으며 불과 2, 3위와 1점도 차이나지 않게 됐다.

예상보다 훨씬 박했던 가산점, 어게인 2011 세계선수권?

 피겨여왕 김연아가 20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20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쇼트프로그램 점수를 분석하면, 김연아는 가산점을 상당히 박하게 받았다. 김연아가 수행한 첫 점프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은 평소 가산점을 1.8~2.1점까지 받을 정도로 만점에 가까운 가산점을 기록해 왔던 점프다. 그러나 심판들은 이 점프에 1.5점 밖에 주지 않으면서 최소 0.3점 가량을 손해 봤다.

두 번째 트리플플립 점프 역시 가산점은 1.1점에 불과했다.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인에지로 도약해 완벽한 공중자세와 부드러운 착지를 보여주는 김연아의 플립 점프는 최소 1.5점(2013 세계선수권 당시엔 1.9점) 정도의 가산점을 받았다. 마지막 스프레드 이글 후에 도약한 더블악셀은 어려운 기술 뒤에 뛰어난 에지 컨트롤을 보여줬음에도 가산점이 1점이 채 되지 않았다.

점수표를 확인한 결과, 9명의 심판 가운데 8명은 이 점프에 가산점을 2점이나 3점을 주었다. 그러나 심판 한 명이 가산점이 없는 0점을 줬다.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에지와 자세로 도약해 점프 착지 후에도 곧바로 안무로 이어지는, 매우 높은 난이도 구성된 점프였는데도 가산점을 주지 않은 것이다.

트리플플립 점프는 김연아가 러츠 점프와 함께 여자선수 중에서 가장 정확한 에지 사용을 구사하는 점프다. 이러한 이유로 김연아는 이 점프에서 가산점 최고만점인 2.1점 중 평균 1.5점 정도를 받아올 정도로 많은 점수를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이 점프에 1.9점의 가산점을 획득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번 경기에서 1.1점의 가산점에 그쳐 평균 수치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 외의 스텝에서도 점수는 좋지 않았다. 김연아는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골든스핀 대회와 1월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모두 최고레벨 4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레벨3에 그치면서 기초점에서 손해를 봤다. 김연아는 경기 직후 현지언론과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스텝을 하면서 조금 엉킨 부분이 있었고, 매시즌마다 룰이 바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얘기했다.

안정적이고 빠른 회전력을 보여준 3가지의 스핀 역시 모두 1점이 채 안 되는 가산점을 기록했다. 김연아는 이번 쇼트프로그램의 기술점수에서만 최소 5점 이상의 손해를 본 셈이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가산점이 7.60점이었지만, 러시아의 신예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9점에 가까웠다.

김연아는 지난 2011년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세계선수권 당시에도 예상보다 박한 판정으로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안도 미키(일본)에게 뒤지며 결국 2위로 마감한 바 있다. 당시에도 심판은 김연아에게 가산점을 많이 주지 않으면서 기술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고, 예술점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쾌할 정도로 후했던 코스트너, 소트니코바 판정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의 김연아의 점수표(위쪽)과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아랫쪽)의 점수표다. 김연아는 소트니코바에 비해 가산점을 상당히 박하게 받았다. 사진은 소치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의 김연아의 점수표(위쪽)과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아랫쪽)의 점수표다. 김연아는 소트니코바에 비해 가산점을 상당히 박하게 받았다. 사진은 소치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 ⓒ 소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김연아가 박한 판정을 받은 데에 반해 2위와 3위에 오른 소트니코바(러시아)와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모두 김연아와 같은 74점의 후한 점수를 받았다. 6그룹에서 경기를 펼친 두 선수는 모두 올 시즌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긴 했지만 지나칠 정도의 점수를 받으면서 중계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소트니코바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와 함께 러시아가 올림픽을 겨냥해 키운 대표 유망주다. 주니어 시절부터 정상자리에 올랐던 그녀는 시니어 2년차에 들면서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이번 시즌 기사회생하면서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보여줬다.

이번 쇼트프로그램에서 소트니코바는 기술점수 가산점을 김연아보다 많이 챙겼다. 첫 점프로 뛰었던 트리플토룹-트리플토룹 점프에서 소트니코바는 1.6점을 기록했다. 김연아가 뛰었던 트리플러츠 콤비네이션 점프의 가산점 1.5점보다 0.1점이 많다. 예술점수 역시 35.55점을 받으면서, 김연아와 차이가 0.2점 정도 밖에 나지 않았다. 심판들은 소트니코바와 김연아의 표현력을 거의 동급으로 보았다.

코스트너는 국제대회에서 항상 예술점수를 후하게 받는 선수다. 이번 올림픽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김연아는 3부문에서 9점대의 점수를 받았지만, 코스트너는 4부문에서 9점대를 받았다. 또한 점프 역시 김연아가 받은 가산점과 거의 비슷하게 나오면서 결국 합산점수는 김연아와 0.8점차 밖에 나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 피겨경기에서 후한 판정으로 다른 나라의 질타를 받아왔다. 리프니츠카야의 러츠가 롱에지임에도 불과하고 1점이 넘는 가산점을 준 것을 시작으로, 페어와 아이스댄스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나왔다. 리프니츠카야가 이번 경기에서 트리플플립 점프를 실수하면서 순위권에서 조금 밀리자, 러시아는 클린연기를 선보인 소트니코바에게 엄청난 점수를 주면서 결국 김연아와의 차이를 0점 가까이로 줄였다.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출전 김연아, 여전한 승부의 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경기 직후 프리스케이팅 조추첨에서 가장 마지막인 24번을 뽑은 뒤 "아"하고 숨을 내뱉었다. 마지막 순서이다 보니 빙질에 대한 문제와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이런 경험을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했다.

당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비교적 앞그룹에서 했는데 점수가 예상보다 박하게 나와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1위를 유지한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해 모두가 기립한 클린연기를 선보였고, 결국 2위와 20점이 넘는 차이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결국 마지막의 승부의 열쇠는 김연아에게 있다. 만약 김연아가 완벽한 모습으로 클린연기를 한다면, 더 이상 점수의 논란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심판들은 김연아의 경기판정을 주로 쇼트프로그램에선 다른 선수들과의 격차를 최대한으로 줄이면서 비교적 낮은 점수를 주면서 프리스케이팅까지 이끌고 갔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김연아는 마지막까지의 싸움에서도 자기 자신의 정신력과 13명의 심판의 도전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연아는 이번 쇼트프로그램을 앞두고 윔업에서 점프가 잘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 역시 기자회견에서 "다리가 굳어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이 최악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나 막상 경기에 들어간 김연아는 모두를 감동시키면서 클린 연기를 선보이며 1위에 올랐다. 외신들 역시 김연아에게 끊임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USA투데이는 "김연아는 피겨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이라며 극찬했다. 

오랜기간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경험이 많은 김연아이기에 걱정은 없다. 마지막 남은 4분은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할 일만 남은 것이다. 프리스케이팅을 앞둔 김연아의 마지막 말은 이랬다.

"이제 내일 일만 생각해야죠."
- 쇼트프로그램 후 현지언론과의 공식기자회견에서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소치올림픽 김연아 피겨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