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자기야-백년손님>의 민의식 PD

SBS <자기야-백년손님>의 민의식 PD ⓒ SBS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보리쌀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 한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이하 <백년손님>)의 민의식 PD가 주목했던 건 바로 이 조선시대 속담이었다. 오랜 시간을 지내도 늘 '손님' 같다는 의미의 '백년손님'이 사위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점도 민 PD의 마음을 붙잡았다. 자신 또한 그리 살갑지만은 않은 사위였다. 사위들의 강제 처가살이를 통해 어색한 장인·장모와 사위 간의 관계를 풀어 보자는 <백년손님>은 그렇게 시작됐다.

집단 토크쇼 형식으로 100부작이 넘게 <자기야>를 진행해 왔던 상황에서 '관찰 예능'으로의 전향은 일단 먹혀들었다. 방송 8개월이 지난 현재, <백년손님>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과 내과 전문의 남재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친숙한 '예능인'으로 거듭났다.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취재진과 만난 민의식 PD는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동안만큼은 강제로 사위들을 처가에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송을 모르는 장모님들...후포리에 SBS 안 나와"

현재 <백년손님>에 출연하고 있는 이들은 함익병과 남재현, 그리고 최근 합류한 김일중 SBS 아나운서다. 김일중 아나운서를 제외하면 모두 비 방송인 출신.

민 PD는 "연예인이 나온다면 화제성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일반인 출연자를 통해 가깝지만은 않은 장인장모와 사위와의 관계를 더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함익병과 남재현은 <백년손님>의 전신이었던 토크쇼 때부터 출연해 오던 이들이어서 대략적인 성격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고, 김일중 아나운서는 "5년간 차를 7번 바꿨다더라"는 민 PD의 동기 아나운서의 증언에 힘입어 그 범상치 않음 덕분에 섭외됐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김일중 SBS 아나운서,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내과 전문의 남재현(왼쪽부터)

SBS <자기야-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김일중 SBS 아나운서,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내과 전문의 남재현(왼쪽부터) ⓒ SBS


난제는 '장모님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제작진은 함익병의 장모 권난섭 여사, 남재현의 장모 이춘자 여사 등을 여러 차례 찾아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하고 출연을 부탁했다. 민의식 PD는 "권난섭 여사님도 처음엔 부담스러워하셨다. (함익병의)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지도 얼마 안 됐을 때였고, 방송을 잘못했다가 시댁 어른이 보시면 어떻게 하느냐며 많이 사양하셨다"며 "이춘자 여사님은 처음 작가들과 찾아가자마자 욕을 먹었는데, 아직도 우리들을 달가워하지 않으신다. 가면 '또 왔냐, 언제까지 찍을 거냐' 하신다"고 전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백년손님> 제작진은 현장에 가지 않는다. 대신 출연자들도 잘 볼 수 없는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그들의 눈이 된다. 1박 2일간 꼬박 촬영을 마치면, 제작진이 카메라를 회수해 영상을 돌려 보며 방송에 쓸 분량을 확보하고 자막을 넣는 후반 작업을 한다. 민의식 PD는 "출연자가 최대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촬영하게 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1박 2일간 촬영을 하지만, 방송하는 건 아주 적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분들이 생활하는 모습, 자연스러운 모습을 최대한 담으려 하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작가들도 그들의 생활을 사전 인터뷰나 관찰을 통해 파악하고요. 그래서 (촬영 내용이) 그들의 평소 생활이나 라이프 사이클과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촬영하며 특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죠.

일반인이다 보니 (제작진이) '이렇게 해달라'고 주문해도 하지 않으세요. 주문하는 대로 하지도 못하시고요. 이춘자 여사님은…이제는 방송이 된다는 걸 아실 법도 한데 모르세요.(웃음) 사실 후포리에 SBS가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저희들에게 '(테이프를)가져가서 뭐하냐'고 물어 보시기도 해요."

"우리의 지상과제, 새신랑 신현준의 처가살이"

 SBS <자기야-백년손님>의 민의식 PD

SBS <자기야-백년손님>의 민의식 PD ⓒ SBS


현재 <백년손님>은 사위들의 처가살이가 담긴 영상, 그리고 스튜디오에 모여 그 영상을 보며 의견을 나누는 패널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남편을 처가에 보낸 부인들의 시선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큰 줄기"라고 설명한 민의식 PD는 "그들도 영상을 보면서 자기 부모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가족을 더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인 만큼, 이 부분은 계속해 고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목표도 있다. 현재 스튜디오 MC인 배우 신현준을 처가살이 대상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나의 지상과제는 신현준을 처가에 보내는 것이다. 비밀리에 공작을 진행 중이다"라는 민 PD는 "'하차하겠다'는 둥 완강히 거절하고는 있지만, 프로그램 MC이기도 하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신랑이다 보니 처가에 보내는 게 제작진의 숙명이자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위들 또한 언제든 환영이라고. 특히 '우리 남편을 처가에 보냈으면 좋겠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단다. 민의식 PD는 "그런데 사위들을 만나면 '천만금을 줘도 나는 안 간다'고 한다. 현재로선 함익병·남재현·김일중으로 지속될 듯하다"면서도 "새로운 사위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본인은 나갈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나 또한 프로그램을 하차하는 한이 있어도 안 나간다"며 다른 사위들처럼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나름 생각의 변화는 생겼다. 민의식 PD는 "프로그램을 하며 바빠서 (처가에) 잘 못 찾아뵙는 게 현실이다. 이번 명절에도 겨우 반나절 정도 뵐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장인장모께선 '자네는 프로그램은 그렇게 하면서 정작 처가에 안 오나'하신다"며 "살면서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있다. 이 프로그램을 하며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장인장모나, 부모님이나 그냥 다 '부모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의 제약 때문에 재미있는데도 방송에 못나가는 부분이 많아요. 심의규정을 준수하다 보니 너무 리얼해 차마 방송에 못 나간 것도 있고요. 초반엔 후포리 분들이 너무 빨리 말씀하셔서 자막을 칠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어요.(웃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또 함서방(함익병), 남서방(남재현)이 서로의 처가를 바꿔 가는 것도…걱정은 되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백년손님 자기야 김일중 함익병 남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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