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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환경감시선 레인보우워리어호가 7월 15일 고리원자력발전소 근처에서 '체르노빌, 후쿠시마, 부산?'이라고 쓴 배너를 달고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체르노빌, 후쿠시마, 다음은 부산?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레인보우워리어호가 7월 15일 고리원자력발전소 근처에서 '체르노빌, 후쿠시마, 부산?'이라고 쓴 배너를 달고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그린피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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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Green)은 피스(Peace)다. 비영리 글로벌 환경캠페인 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목표는 모든 다양한 생명이 번영할 수 있도록 지구의 능력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 단체의 캠페인은 '비폭력적 직접행동'(Non-violent Direct Action)을 근간으로 한다. 그러나 '활동이 없으면 변화가 없다'는 가치관에 따라, 환경을 지키는 것이라면 어디에서든 몸을 사리지 않는 '레인보우 워리어'(Rainbow Warrior, 무지개 전사)들이다.

일본에는 '피스보트'(Peace Boat)가 있다. 크루즈 여행이 일반화되지 않은 한국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일본에서는 피스보트를 모르면 '간첩'이다. 비영리단체의 특성을 살린 이른바 '포스터 마일리지' 덕분이다. 홍보 포스터를 많이 붙일수록 마일리지가 쌓여 요금 할인혜택을 주기에 피스보트를 타려는 자원 봉사자들이 기를 쓰고 포스터를 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에게 피스보트를 물어보면, 피스보트가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더라도 피스보트 포스터는 봤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중국 상하이에 입항한 피스&그린보트 너머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다는 상하이의 명소 동방명주 건물이 보인다.
▲ 상하이의 피스&그린보트 중국 상하이에 입항한 피스&그린보트 너머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다는 상하이의 명소 동방명주 건물이 보인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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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보트는 30년 전에 전쟁을 모르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대형 여객선을 빌려 타고 아시아 각국을 돌면서 전쟁과 평화를 생각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으로 출발했다. 그때만 해도 냉전시대였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우산 아래 있던 이른바 '자유민주 진영'이었지만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과거 때문에 한일 간에 진정한 의미의 교류는 없었던 시절이다. 하물며 한국-일본 시민들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간첩'이 아니면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일단의 젊은이들이 그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계기는 1982년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다'는 기술을 '진출했다'로 바꿔 우경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과 한국 등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은 이른바 역사교과서 파동이었다. 당시 와세다대 문학부 학생이던 요시오카 타쓰야(현 공동대표) 등 주동자 50명이 배를 빌려 피스보트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과거의 전쟁을 응시해 미래의 평화를 만든다"는 슬로건 아래 1983년부터 해마다 2~3주씩 항해를 했다. 1983년의 처녀항해에서는 괌과 사이판 섬을 찾아 태평양의 비핵지대 운동을 보았고, 1984년에는 중국 난징에 가서 난징대학살의 현장을 살폈다. 1985년에는 종전 10년을 맞은 베트남을 방문해 고엽제 피해자들을 만났고, 1987년에는 세계 최초로 비핵헌법을 채택한 남태평양의 베라우를 방문했다.

1989년 8월에는 '원폭 피해자'이자 36년 동안 한국을 강점한 가해자로서의 입장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거쳐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제주에서는 한국인 피폭자들을 배로 초청해 증언을 청취했고, 인천에 기항해서는 화성군 제암리 교회를 방문해 3·1운동 당시 학살 현장을 확인했다. 이후 피스보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참여하거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피스보트에 초청해 살아 있는 역사교육을 진행해왔다. 이번에도 이용수 할머니를 초청했다.

1990년에는 처음으로 '지구일주 항해'를 시작했다. 1년에 3회 진행되는 지구일주 항해 참가자들은 항구에 들를 때마다 배에서 내려 현지인들을 만난다. 베트남에선 고엽제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고, 한국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집회에 참여하는 식이다.

피스보트는 이렇게 53회의 지구일주 항해를 포함해 80회의 국제교류 크루즈를 실시해왔다. 대형 여객선을 장기 임대해 크루즈마다 참가자 900~1000명과 함께 방문한 기항지는 180곳 이상이고, 여행을 함께하며 평화를 염원한 세계 시민은 5만 명에 이른다. 5만 명 누계는 기네스북 등재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30년간 세계시민 5만 명과 함께 평화 염원... 기네스북 등재신청

피스&그린보트에 승선한 '핵없는 아시아를 위하여'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타이완의 롱먼 원전 앞에서 원전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 핵없는 동아시아를 위하여 피스&그린보트에 승선한 '핵없는 아시아를 위하여'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타이완의 롱먼 원전 앞에서 원전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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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 시작한 피스보트의 활동 범위는 현재 반핵, 헌법수호, 재해구호 등 전방위로 넓어졌다. 캄보디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해온 피스보트 지뢰철폐 캠페인(P-MAC), 원폭 피해자들을 초청해 피폭체험을 공유하는 핵철폐를 위한 증언 활동, 핵없는 세상을 위한 히바쿠샤 프로젝트, 1995년 한신 대지진을 계기로 시작된 다양한 국내외 재해복구 지원활동, 빈곤을 없애기 위한 국제활동(UN 밀레니엄 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또 1991년에는 '지구 건강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바다, 대기, 토양 등의 환경조사를 실시했으며 1992년에는 리우 지구환경정상회담에 참가했다. 케냐 기항 때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왕가리 마타이씨의 그린벨트 운동 현장을 방문해 연대를 피력했다. 피스보트는 이런 평화 및 환경 활동을 인정받아 UN의 특별협의 자격을 지닌 NGO로 선정되었으며 지난 2009년에는 요시오카 공동대표와 '헌법 9조 지키기' 캠페인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피스보트가 개최한 '전쟁을 없애기 위한 헌법 9조 세계회의'는 지금도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되어 계속되고 있다. 1946년에 제정된 일본국 헌법은 제2장 9조에서 세계를 향해 '전쟁과 무기의 포기'를 맹세했다.

1.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하게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 내지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하게 이를 포기한다.

2.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육·해·공군 기타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한-일 양측을 대표해 요시오카 피스보트 공동대표(오른쪽)와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가운데)이 피스&그린보트는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해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피스&그린보트는 우엇을 지향하는가 한-일 양측을 대표해 요시오카 피스보트 공동대표(오른쪽)와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가운데)이 피스&그린보트는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해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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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베 총리는 헌법 9조 개정을 위한 전단계로 개헌 발의 요건을 규정한 헌법 96조 개정을 꾀하고 있다. 지난 5월 아베 총리는 등번호 '96번'을 단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나타나는 전략적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다. 중·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의원들이 찬성해야 개헌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한 헌법 96조에서 '3분의 2 이상'을 '과반수'로 변경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교전권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9조를 개정하는 게 훨씬 수월해진다.

헌법 96조 개정을 반대하는 피스보트는 지난 8월 15일 이종걸 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아베 총리의 우경화 및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야스쿠니 신사를 항의 방문하려다 일본 경찰에게 연행되기도 했다.

'그린'과 '피스'의 순서를 바꾸면 피스&그린보트다. 피스보트는 2005년부터는 한국의 환경재단(이사장 이세중)과 함께 한-일 간의 시민교류를 통해 지속가능한 동아시아의 미래를 지향한다는 취지에서 해마다 '피스&그린 보트'를 띄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앞장서 반대했던 최열 전 환경재단 이사장이 MB 정권의 탄압을 받으면서 중간에 항해가 멈춘 적도 있지만 올해도 한국 측 500명과 일본 측 600명을 태운 피스&그린보트가 6회째 출항했다. 

피스보트는 11월 9일 30년 전 첫 출항지였던 요코하마에서 3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평화의 뱃길 30년을 자축했다. 요시오카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11년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와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환경재단에 '피스보트 평화상'을 수여했다.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1998년), 남아프리카 투투 주교(2003년) 등도 이 상을 받았다

3·11 동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이듬해인 지난해 '탈원전 세계회의'를 개최한 피스보트의 요시오카 대표는 이날 미래 30년을 위한 친환경 크루즈 건조라는 대담한 계획을 공개했다. 피스보트가 이날 밝힌 계획에 따르면, 새로 건조하는 배는 길이 224m, 너비 31m, 총 배수량 5만t의 대형 크루즈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적 시스템을 갖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한일 시민 천 명과 열흘간 한 배를... 환경과 평화의 현장을 체험

피스&그린보트에 승선한 한일 양국 젊은이들이 아시안 비트라는 그룹을 만들어 선상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 피스&그린보트의 젊은이들 피스&그린보트에 승선한 한일 양국 젊은이들이 아시안 비트라는 그룹을 만들어 선상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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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달 19일부터 10일간 피스&그린보트 승선 체험을 했다. 1천 명이 넘는 한일 시민들이 9박 10일 동안 한 배를 타는 독특한 체험이다. 그것도, 가깝지만 서로 불편한 이웃인 한일 양국 시민들이, 5살짜리 최연소 한국 꼬마와 101세 최연장 일본 할머니가 10일 동안 배 안에서 먹고 자고, 기항지에선 차를 타고 가서 현지인들과 교류하고, 다시 배로 돌아와선 경험을 공유하고 '동아시아의 미래'에 대해 함께 토론했다.

9박 10일 항해 동안 선상에서는 100개에 이르는 각종 교류 프로그램이 열렸다. 120여 명의 어린이를 위한 유쾌한 마술에서부터 '한일은 공존할 수 있는가 - 독도 vs 다케시마 끝장토론'에 이르기까지. 승선자들은 자신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골라서 참여하거나,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망망대해의 대자연 속에서 자신을 관조할 기회를 가졌다.

기자는 타이완의 지룽(基隆) 주민들의 원전 반대 운동, 일본 오키나와 헤노코 섬의 미군 기지 반대운동, 중국 상하이 인근에서 유일한 국가급 지정 생태마을인 천보생태마을의 유기농장 체험, 한국인 징용의 한이 서린 일본 후쿠오카 탄광마을에서 역사 배우기 등 네 가지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각각이 동아시아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 저항의 상징이자, 환경과 평화 그리고 역사의 전진을 배울 수 있는 체험 현장이다.

10월 21일 피스&그린보트의 입항을 축하하는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승선객들이 타이완 지룽항에 내리고 있다.
▲ 환영! 피스&그린보트 10월 21일 피스&그린보트의 입항을 축하하는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승선객들이 타이완 지룽항에 내리고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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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기자는 한국인 강제연행 역사의 현장을 발굴해 일본인들에게 가르쳐온 '숨은 영웅'인 요쿠가와 선생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또 배 안에선 가수 최고은이라는 찰진 음색을 가진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런 체험은 앞으로 7~8회에 걸쳐 이야기보따리로 풀어놓으려 한다.

지난 7월 15일, 그린피스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원전 비상(Nuclear Emergency)' 투어를 진행했다. 그린피스는 '체르노빌, 후쿠시마, 부산?'이라고 쓴 배너를 달고 고리 원전 앞에서 사이렌을 울렸다. 고리 원전 30km 내 343만 주민들이 혹시 모를 사고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완벽한 방사능 방재계획을 요구하는 경고음이었다.

한국에서 반핵 캠페인을 벌이고 부산을 출발한 그린피스의 다음 기항지는 타이완의 지룽(基隆)항이었다. 지룽에는 룽먼(龍門) 원전이 있다. 피스&그린보트의 첫 기항지도 지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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