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성희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일본인 스튜어디스 미나미토 역을 맡은 배우 고성희. ⓒ 사람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하정우 감독의 영화 <롤러코스터>에는 아리송한 인물이 한 명 등장한다. 일본인 스튜어디스 미나미토다. 말끝마다 "응, 응" 하는 것이 꼭 일본 사람 같은데, 그렇다고 한국어를 아주 못하는 건 아니다. 동그란 얼굴에 한없이 순수한 미나미토에게 홀딱 반한 까칠한 한류스타 마준규(정경호 분)는 생사의 고비를 넘기는 순간에도 "명함 좀 달라"면서 전화번호 알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미나미토 역을 소화한 배우는 24살의 고성희다. 지난 28일 <오마이스타>와 마주한 고성희는 영화 속 미나미토와는 사뭇 달랐다. 얼굴이 훨씬 갸름했고, 긴 웨이브 머리를 늘어뜨려서 더욱 성숙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고성희는 "영화에는 오동통한 모습으로 나오는데, 2~3개월 동안 연습을 열심히 하면서 많이 먹고 마셔서 그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니터를 보면서 스스로 '왜 저렇게 빵같이 나오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촬영하면서 계속 보다 보니 눈에 익더라고요. 그게 더 사랑스럽게 보였어요.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촬영장에도 먹을 게 유독 많았거든요. 감독님이 밥차도 정말 맛있기로 유명한 곳으로 부르셨고요. 저예산 영화였지만, 촬영장에서 먹는 것만 보면 할리우드 영화 정도였어요."

'하정우 사단'과의 첫 만남..."손발 차고 진땀도 났다"

 영화 <롤러코스터>의 한 장면. 왼쪽이 미나미토 역을 맡은 고성희.

"일본어도 완벽하지 않은데다 한국어까지 못하는 척을 해야 해서 되게 어려웠어요. 최소한 일본 사람이 발음하지 못하는 한국어는 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 ㈜판타지오픽쳐스


<롤러코스터>는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으로 잘 알려졌다. 하정우와 오래 알고 지낸 중앙대학교 선후배가 모인 자리에 들어가게 된 막내 고성희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시나리오를 받은 다음 날이 첫 대본 리딩이었다고. 고성희는 "다들 10년 넘게 연기하신 분들이고, 감독님이 배우 아니냐"면서 "리딩하던 때가 겨울이었는데, '저 꼬맹이 어떻게 연기할까' 생각하실 것 같아서 손발이 차고 진땀이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떨려서 앞도 못 봤어요. 일부러 대본만 보고 진심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죠. 처음엔 정적이 흘렀는데 대사를 한 줄씩 읽으니 언니, 오빠들이 빵 터지시더라고요. 졸지에 연습실이 웃음바다가 됐어요. 그제야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다들 제게 '괜찮아. 잘하고 있는 것 같아'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제게는 아직도 좋은 기억이에요. 좀 힘들어도 동고동락하면서 즐겁고 행복했어요.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요? 그럴 생각도 있어요. 정말 좋았거든요."

'한국어에 서툰 일본 사람'인 미나미토를 연기하면서 후유증도 남았다. <롤러코스터>에 스님으로 등장한 배우 김병옥은 고성희에게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을 정도였다. 고성희는 "일본어도 완벽하지 않은데다 한국어까지 못하는 척을 해야 해서 되게 어려웠다"면서 "최소한 일본 사람이 발음하지 못하는 한국어는 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론 선머슴 같은 성격이라는 그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내면에 있던 게 은근히 나왔다"고 뿌듯해했다.

모델 거쳐 아이돌 가수 준비하다 '배우의 길' 찾기까지

 배우 고성희

"지금보다 모델 활동을 할 때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지만 '모델 고성희'보다 '배우 고성희'가 된 지금이 좋아요. 앞으로 많이 망가지고 예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사람엔터테인먼트


고성희는 <롤러코스터>를 통해 하정우와 처음 만났다. 앞서 <577 프로젝트>를 보며 하정우의 깨알 같은 개그코드에 적응했다는 그는 "하정우 선배님이 감독일 때, 훨씬 인간적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정우 선배님이 거칠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 때문에 무서워 보이는데다 신인 배우들과는 밥도 안 먹을 것 같았다"는 고성희는 "실제로 감독님에게 인간미를 많이 느꼈다. 마치 옆집 아저씨 같았다"고 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상대 배우로도 꼭 만나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전에는 아이돌 가수로 데뷔를 준비했어요. 하지만 연기에 욕심이 생겨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죠. 2012년에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오게 됐고, 영화 <분노의 윤리학>과 <롤러코스터>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영화가 올해 개봉해서 관객과 만나게 됐고요.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며 '연기가 진짜 직업이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롤러코스터>를 찍으면서는 연기적으로도 많이 깨졌는데요. 연기한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모델 활동을 하며 스스로 번 돈으로 생활했다는 고성희는 "지금보다 그때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지만 나는 '모델 고성희'보다 '배우 고성희'가 된 지금이 좋다"면서 "앞으로 많이 망가지고 예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문소리의 인간미, 전도연의 날 것 같은 연기, 공효진의 독특함까지 모두 훔쳐버리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우는 고성희.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배우 고성희

ⓒ 사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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