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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종고초 가을운동회에서 모래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뜨리자 '종고어린이 만세'라고 쓰인 펼침막이 터지자 아이들이 환호하고 있다.
 2일 종고초 가을운동회에서 모래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뜨리자 '종고어린이 만세'라고 쓰인 펼침막이 터지자 아이들이 환호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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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종고초 가을운동회에서 모래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뜨리자 '엄마.아빠사랑해요'라고 쓰인 펼침막이 나부끼고 있다.
 2일 종고초 가을운동회에서 모래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뜨리자 '엄마.아빠사랑해요'라고 쓰인 펼침막이 나부끼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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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힘차게! 멋지게!"

'종고 놀이한마당'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만국기 펄럭이는 운동장.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 잊을 수 없는 추억은 뭐니 뭐니 해도 '가을 운동회'입니다.

어느덧 고학년이 된 막내아들은 올 4월 전학을 왔습니다. 아파트를 장만해 이사를 갔기 때문입니다. 이사를 오기 전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한 학년에 8학급까지 있는 여수에서 가장 학생 수가 많은 학교였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오면서 완전 그 반대가 되었습니다. 시내권 학교 중 학생 수가 가장 적은 학교인 이곳. 다시 말하면 전교생이 1200여 명에서 40여 명뿐인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것입니다. 이 학교가 바로 여수 엑스포장 옆에 있는 종고초등학교입니다.

추억이 묻어난 가을운동회 속으로

아이와 함께 엄마 깜깜해요 경기에 참여한 학부모가 장애물을 통과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엄마 깜깜해요 경기에 참여한 학부모가 장애물을 통과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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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고초 고학년 언니들이 고무줄 림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종고초 고학년 언니들이 고무줄 림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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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고초 유치원생들이 '사탕먹고 씽씽카 경주랑' 경기도중 과자를 따먹고 있다.
 종고초 유치원생들이 '사탕먹고 씽씽카 경주랑' 경기도중 과자를 따먹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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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개교한 종고초는 올해 44회 졸업생까지 9207명을 배출한 학교입니다. 한때 한 학년에 7개 학급이던 이곳은 도심공동화로 인해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 급기야 전교생이 40여 명뿐인 학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곳에 와서 안 사실이지만 섬도 아닌 시내 한복판에 학생수가 이렇게 적다는 것은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여수엑스포장이 생긴 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다시 활기가 띄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3월부터 벌써 전교생이 113명으로 늘었습니다. 6개월만에 3배의 학생이 늘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200명은 금방 넘어갈 듯 싶습니다.

어제(2일) 종고초 가을운동회가 열렸습니다. 얼마 전까지 운동회 준비로 하교가 늦어진 아들은 요즘 눈에 띄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큰 학교에서 5년 동안 별 존재감이 없던 아들이 점점 활달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일례로 전에 다니던 학교는 운동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 선수 축에도 못 끼더니 이곳에선 학생 수가 적어 같은반 학생들이 모두 선수입니다. 선수로 뛰면서 자신감이 생긴 모양입니다.

몇 달 전 여수관내 초등학교 대항 티볼대회 선수로 다녀온 아들은 전에 다니던 학교와 맞붙었습니다. 전에 있던 친구들과 실력을 겨뤘는데 그 친구들이 "야 심00 너도 선수냐"라며 비꼬아 기분이 나빴다는 말을 내게 털어놓았습니다. 아쉽게도 티볼대회 성적은 1승 2패로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운동회 전날부터 아들은 엄마, 아빠에게 꼭 운동회에 참석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운동회도중 훌라후프하는 아들의 모습
 운동회도중 훌라후프하는 아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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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고초 5학년 학생들이 운동회에서 긴줄넘기를 하고 있다.
 종고초 5학년 학생들이 운동회에서 긴줄넘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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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에 땀을 쥐게하는 청백계주 펼쳐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에 땀을 쥐게하는 청백계주 펼쳐지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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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운동회가 열리는 날 밤새 비가 내렸습니다. 다행히 아침에 비가 그쳐 운동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운동회 도중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재롱잔치는 쭉 이어졌습니다. 이럴 때 '실내체육관'이라도 있었으면 아이들이 비를 맞지 않고 운동회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몇 주 전 처음 참여한 아들학교 교육설명회 때 한 학부모가 "왜 이곳은 실내체육관도 없냐, 건립계획은 가지고 있냐"라며 건의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요즘 웬만하면 섬학교도 실내체육관은 기본인데 46년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가 이런 시설 하나 없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얼마 전 취재 때 봤던 시내권이 아닌 화양면 ㄱ초는 작년에 생긴 멋진 실내체육관이 정말 부러웠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오전 10시쯤 아내와 함께 운동회에 갔습니다. 벌써 아이들의 재롱잔치가 한창입니다. 마침 단체게임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운동장에는 전교생이 나와 훌라후프와 딱지치기, 투호놀이, 제기차기, 고무줄 림보, 긴 줄넘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아들은 개인 달리기 시합에서 3등을 차지했습니다.

무승부로 끝난 청백전... "인생은 세옹지마"

응원점수를 더 받기위해 목이 터져라 응원을 펼치고 있는 종고초 학생들의 모습
 응원점수를 더 받기위해 목이 터져라 응원을 펼치고 있는 종고초 학생들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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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렸을때 경기를 펼기고 있는 한 어르신이 경기도중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나도 어렸을때 경기를 펼기고 있는 한 어르신이 경기도중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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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고초 가을운동회에서 청군과 백군이 동점을 받고 있는 모습을 선생님들이 지켜보고 있다.
 종고초 가을운동회에서 청군과 백군이 동점을 받고 있는 모습을 선생님들이 지켜보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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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시절 운동회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덤불링과 고싸움입니다. 또한 각 마을별 부락대항 이어달리기는 손에 땀을 쥐게했습니다. 덤불링과 고싸움은 협동심과 고도의 정신집중을 요구하는 단체게임입니다. 그래서 순간 정신을 놓으면 크게 다치기에 연습에 집중하지 않으면 큰일납니다. 이런 이유로 선생님께 맞아가면서 운동회 준비에 열중했던 기억이 선합니다. 그만큼 운동회는 마을잔치이기 때문에 선생님들께서도 운동회 준비에 열성적이셨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시대가 바뀐걸까요, 사람이 바뀐 걸까요. 특히 핵가족 시대다 보니 옛날에 비해 부모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성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학교에 대한 요구사항도 높은 게 현실인 듯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의 권위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혹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 걸까요?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평범한 진리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날 가장 머릿속에 남는 건 '전교생 모두가 함께하는 청백계주'입니다. 고학년과 저학년이 모두가 하나된 청백릴레이. 이런 모습은 첨입니다. 또 모래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뜨리기는 게임인 '푸른 하늘을 향하여'는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한 어르신은 '나도 어렸을 때' 경기를 뛴 후 "손주들 노는 재롱잔치를 보러 왔다 직접 참가해 보니 마음이 젊어지고 새롭다"는 소감을 전합니다. 저 역시 학부모 달리기인 '내가 일등'에 도전했습니다. 그래서 당당히 1등으로 골인해 선물도 받았습니다. 아들 앞에서 아직 녹슬기 않는 실력을 발휘해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오늘 운동회 청백대항전 결과는 1050점으로 동점을 기록했습니다. 다들 열심히 참가한 덕에 심사위원이 고심 끝에 내린 결과로 보였습니다.

운동회내내 서경희 교감선생님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이승철 교장선생님이 물을 따라주고 있다
 운동회내내 서경희 교감선생님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이승철 교장선생님이 물을 따라주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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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운동회가 끝나고 뒷정리를 마친 종고초 5학낸1반 학생들과 김윤애 선생님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을 운동회가 끝나고 뒷정리를 마친 종고초 5학낸1반 학생들과 김윤애 선생님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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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사회를 본 서경희 교감선생님의 아리따운 목소리는 학부모들의 마음까지 흐뭇하게 합니다. 연단에서 사회를 보는 교감선생님께 물을 떠주시던 이승철 교장선생님은 운동회 강평을 통해 '세옹지마'를 강조했습니다.

"종고초 여러분 오늘 열심히 뛰고 규칙도 잘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 참 잘했어요. 칭찬합니다. 인생은 새옹지마입니다. 그것은 흉이 복이 되고 복이 흉이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오늘 달리기하다 넘어진 사람, 바통을 떨어트려 가슴 아파도 다 잊어버려요. 누구나 1등도 할 수 있고 꼴등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오늘 그런 맘이 남아 있다면 인생 새옹지마야 그렇게 생각하세요. 알겠죠.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삶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을운동회, #여수종고초, #청백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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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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