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수 도색 의 하리수

▲ 하리수 도색 의 하리수 ⓒ 박정환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하리수를 인터뷰하면서 "꼭 하게 될 작품은 어떻게든 만난다"는 배우 차지연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올 상반기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는 하리수를 인터뷰하고자 했는데, 영화 <도색>으로 인터뷰 할 기회가 주어졌기에 말이다. 꼭 만나게 될 배우는 어떻게든 만나서 인터뷰가 이루어진 것이다.

하리수가 홍콩에서 찍은 <하리수 도색>은 무려 9년 만에 국내에 들어와 소개되는 영화다.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을 '배우'로 덧입히고자 했지만, 다시금 트랜스젠더 역할을 맡아야 했던 하리수로서는 감회가 남다르고 색다른 영화로 다가올 것이 분명했다.

다른 나라에서 연예 활동을 하면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법한 하리수가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갔을까 하는 의문은 인터뷰를 하면서 금방 풀리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웃음'이었다. 스트레스를 웃음으로 해소했다고 답하며 하리수는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었다. <하리수 도색>으로 9년 만에 한국 관객을 찾는 하리수를 지난달 24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관에서 만났다.

"트랜스젠더 역, 마다하면 '배우'로서 마이너스라 생각"

- 그동안 작품 활동이 뜸하다가 올해 들어 뮤지컬 <드랙퀸>으로 무대에 올랐다.
"중국과 일본에서 활동을 했다. 한국에는 트렌스젠더 동료를 위한 사업 때문에 바빴다. 해외 활동을 하는 가운데서 국내 연예 활동까지 소화할 체력이 되질 않았다. 지난 달 중국에서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갈비뼈에 약간의 통증은 있지만 괜찮다."

- 살이 더 빠진 것 같다.
"뮤지컬 끝나고 살이 쪘다가(웃음), <하리수 도색> 시사회를 찾는 관객을 위해 다이어트를 했다."

- 국내에서 데뷔 후 3년 뒤에 찍은 작품이 <하리수 도색>이다. 당시 어떻게 국제적인 영화에 뛰어들었는가?
"2001년 한국에서 데뷔한 후 홍콩과 대만에서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대만 연예계에 데뷔 후 드라마를 촬영하고 방송 및 광고 활동을 하다가 홍콩의 감독님들과 미팅을 가지게 됐다. 원래는 <하리수 도색> 말고도 제가 찍기로 한 영화들이 많았다. 왕정, 서극 감독님 등 많은 중국 영화 관계자를 만났다.

그런데 홍콩에는 파파라치가 많다. 파파라치를 통해 기사가 먼저 나가는 바람에 무산된 영화들이 많다. 이때 <하리수 도색>의 양범 감독님이 러브콜을 했다. 한국에서는 트랜스젠더 역할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트랜스젠더 역이 아닌 배우로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난데없이 트랜스젠더 역할을 하라고 하니(웃음), 개인적으로는 '또야?' 이런 반응이 나왔다.

트랜스젠더 이미지를 지우고 싶었는데 다시 트랜스젠더 역을 연기해야 하나보다 했다. 양범 감독님은 상업적인 측면보다 예술적인 면을 부각시킬 줄 안다. 왕조현 및 미야자와 리에 등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당시 <하리수 도색>에 출연한 마쓰자카 게이코씨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두심, 김혜자 선생님 급으로 일본에서는 알아주는 배우다.

저랑 같은 역할을 하는 마쓰자카 게이코씨는 대배우임에도 불구하고 트랜스젠더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데, 제가 트랜스젠더라 트랜스젠더 역할을 마다한다면 배우로서는 마이너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역할을 수락했다. 대본에는 95%가 일본어 대사고 나머지가 영어 대사였다."

하리수 도색 의 하리수

▲ 하리수 도색 의 하리수 ⓒ 박정환


- 3개국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이다. 배우들 사이의 호흡이 궁금하다.
"굉장히 좋았다. 대만이나 홍콩에서 작업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현지 스타들과 작업하면서 느끼는 건 이들이) '나는 대배우인데' 하는 개념이 없다. 본인들 스스로가 친구처럼 다가와서 잘 대해주니 마음을 열고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다. 외국에서 주로 활동한 이유가 아마 이런 점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 외국어 대사가 많았음에도 성우에게 위탁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소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 회화보다 드라마틱하게 일본어를 소화해야 했다. 일본에도 경어 같은 표현이 있지 않나. 저랑 마쓰자카 게이코씨가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역할을 맡는다. 저는 그분을, 그분은 저를 카피(복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연기를 오랫동안 하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촬영이 없는 쉬는 시간에 제가 연기하는 걸 보러 일부러 오신다. 저 역시 그분이 연기하는 걸 보며 모니터를 했다. 마쓰자카 게이코씨와 제가 맞물리는 대사가 많아서 함께 연구했다."

- 영화 화면이 뮤직비디오처럼 깔끔하게 만들어졌다.
"양범 감독님이 예술적이고 디테일하면서도 색감 하나 하나까지 완벽하게 신경을 쓸 정도로 섬세하다. '그것밖에 못해? 다시, NG' 하는 식으로 배우와 감독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을 때가 있다. 작업할 때 A라는 장면에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감독님은 어떤가요? 제가 생각하는 연기는 이렇습니다. 감독님이 보여주시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하면 감독님은 일부러 제 앞에서 리허설을 해주기까지 했다. 그래서 붙은 제 별명이 '하 감독'이었다. 감독님과 친하고 좋았다. 촬영장의 분위기 역시 좋았다."

- 해외에 팬이 많다. 최근 무대에 오른 <드랙퀸>에도 해외 팬이 있었는가?
"저를 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 팬도 오시고 심지어는 미국에서 팬이 찾아오기도 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저를 위해서 몇 번씩 보신 분도 있다."

- 어떤 장면에서 애착이 가고 어떤 장면에서 힘이 들었는가?
"재미있는 장면이 많다.(웃음) 영화를 촬영하면 비하인드 장면이 있게 마련이다. 장면을 촬영할 때 감독님이 배우를 위해 리허설을 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노랑머리2>에서 맥주병으로 남자배우의 머리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 제대로 때리지 못해 NG가 많이 났다. 설탕으로 만든 맥주병이라 촬영 당시 몇 병 없었다. 촬영은 해야 하는데 자꾸 NG가 나는 바람에 설탕으로 만든 맥주병이 남아나지 않았다.

<하리수 도색>에는 SM(사디즘-마조히즘) 장면에서 남자배우를 채찍으로 때려야 하는 장면이 있다. 자꾸 웃겨서 NG가 많이 났다. 남자배우를 목 졸라야 하는 장면에서는 연기하기 힘들었다."

- 중화권 팬들은 이 영화가 한국에서 9년 만에 개봉하는 걸 알까 모르겠다.
"그러게 말이다. 이 영화를 찍으며 감사했던 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권 가수로는 처음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요즘에는 재미있고 흥행이 잘 되는 영화가 많다. <하리수 도색>이 수입이 되어서 상영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 성적 소수자를 대표하는 연예인으로 알려졌다. 성적 소수자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 지 이야기를 들려 달라.
"연예인으로 데뷔한 후 성적 소수자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제가 작은 존재고, 성적 소수자를 위해 무슨 도움을 주어야 할지를 당시에는 몰랐다. 그러다가 제가 열심히 활동을 한다는 것이 그분들에게는 큰 의미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트랜스젠더를 위한 수술비를 지원하고 상담을 많이 했다.

최근 들어 트랜스젠더 후배들이 자살을 많이 했다. 제 기사에는 악플이 많이 달린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시선이 많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트랜스젠더 후배들이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얼마나 많은 힘든 일들을 겪어야 하겠는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다. 더불어 힘들어하는 트랜스젠더가 있다면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하리수 도색 트랜스젠더 양범 마쓰자카 게이코 성소수자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