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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아래 기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다. 제1당이 된 기민당과 사회민주당(아래 사민당)의 대연정이 전망되는 가운데 김택환 경기대 교수(전 <중앙일보> 부국장 및 기획위원)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독일 사민당 소속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초청 베를린자유대 연수)가 독일 총선의 이슈, 독일과 한국의 정치문화 그리고 한국의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은 김택환 교수가 묻고 손학규 전 대표가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편집자말]
독일 총선 메르켈 '압승'
 독일 총선 메르켈 '압승'
ⓒ EPA/RAINER JENSEN/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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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이 총선에서 지난 2009년보다 약 8%p를 더 얻어 제1당으로 승리했다. 대기업을 옹호하고, 더 많은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민주당(FDP)은 5%의 벽을 넘지 못하고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하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독일 언론은 양대 거대 정당인 기민당과 사민당(SPD)와의 대연정을 전망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승리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통합의 정치라고 표현하고 싶다. 요즘 독일 사람들 사이에 'Merkel isst Alles'라는 말이 있다. '메르켈은 무엇이든 다 먹는다'는 뜻이다.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의 이슈와 심지어는 녹색당의 정책까지 포용할 정도로 대통합 정책을 편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녹색당의 이슈인 '2022년까지 탈핵' 정책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가 이슈와 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민당은 사회적 시장경제, 즉 시장의 방임에 방치하지 않고 시장의 탐욕을 규제하고 경제의 성과를 골고루 나누도록 국가가 개입하는 모델을 주창한다. 보수정당인 기민당이 진보 정책까지 수렴해 지지 세력을 넓혀간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다. 실제 메르켈 총리가 내건 슬로건이 '독일을 위해 함께 성공하자'다. 사회복지, 기회균등, 금융규제, 공동체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통합의 힘이 승리로 가는 길이었다."

- 이번 독일총선의 결과로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을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이미 자민당의 몰락이 예견됐다. 극단적인 보수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지난 8년 동안 경제적 성장과 안정의 업적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현상 유지를 바라고 있다. 거대 정당인 기민당과 사민당이 협력해 더욱 민생을 챙기고 경제적인 안정을 바라는 결과다. 복지 등 사회적 안정을 더욱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

"독일, 다양성 존중하는 정치문화 있어"

- 독일 총리 선출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닮아간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정당의 풀뿌리 정당이 노쇠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젊은 층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 기존 정당들은 비전과 정책보다는 인물에 의존하는 선거를 치르려고 한다. 손 대표는 한국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에 직접 출마했다. 한국과 독일의 정치문화 차이는 무엇인가?
"독일 정치와 비교할 때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분열의 정치다. 독일은 1949년 정부 구성 이후 8번 모두 소연정과 대연정 등 연립정부의 구성이었다. 다양성을 인정한다. 타협과 협력을 하지 않고 정부를 운영할 수가 없다. 독일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계파나 정파를 넘어 국민과 국익을 우선에 두는 정치 문화가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우리는 좌우 이념 대립, 민주 대 반민주 등 통합보다는 분열과 대립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의 DJP연합은 실패로 끝났다. 우리 정치도 이제 대립과 분열의 시대를 종식하고 연대와 통합으로 가야 미래가 있다."

- 이번 독일 총선에서 2명의 총리 후보만 참여한 TV 토론이 있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 대통령 후보만 참여하는 TV 토론을 연상시킨다. 독일은 4개의 방송사, 2개의 공영방송과 2개의 민영방송 기자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한국과 비교할 때 독일 TV 토론에 대한 평가는?
"독일 총선에서도 TV 토론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TV 토론 이전에는 총선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했으나 토론 이후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TV 토톤 이전에는 메르켈의 지지도가 높았으나 TV토론 이후 사민당 총리 후보인 슈타인브뤽의 지지도가 상승했다. 일부 언론 조사엔 그가 메르켈을 앞선다는 발표도 있었다. 그는 TV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와 정책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하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TV 토론에서 네거티브는 거의 없었다. 사민당은 초기에 기민당과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문제를 연계하는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으로 역풍을 맞았다. 이후 어느 정당이 '더 좋은 사회,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가에 선거 캠페인의 초점이 맞춰졌다."

- 지난 한국 대통령 TV 토론은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고 지적받았다. 독일과 미국은 총리나 대통령 후보자들이 보좌진들이 만들어준 원고를 읽지 않는다. 대통령 혹은 총리 후보들이 서서 원고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한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 대통령 후보들은 원고를 읽는 수준이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는 TV 토론이 아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한국의 토론 문화가 발전해야 한다. 우리는 후보가 주제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소화해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미흡하다. TV 토론은 청중과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인 이슈를 제기해 설명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출 때 지지를 받는다. 이는 우리 학교 문화와도 연관이 있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하다. 학생들이 토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다. 독일은 이미 고등학생들이 정당에 가입해 토론하고 발표하는 훈련을 쌓기 때문에 TV 토론을 잘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왔다고 볼 수 있다."

"복지국가 독일에서도 '복지'는 최고의 이슈"

- 독일 총선을 관통하는 이슈와 주제들이 무엇인가? 크게 국내적으로는 원전과 에너지, 환경 및 신재생 사업, 재정과 조세, 연금 개혁, 최저 임금, 유럽 차원에서는 유로존 위기와 유럽연합, 국제적으로는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문제, 시리아 공격 등이었다. 어떤 주제가 압도한 것으로 보는가?
"독일은 최고 수준의 복지 국가임에도 복지가 최고의 이슈였다. 어린이 양육비 지원제도, 보육시설 증설 등을 들 수 있다.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부자 증세도 뜨거운 이슈였다. 사민당은 10만 유로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을 42%에서 49%로 인상하는 공약을 제시했고, 기민당은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다며 반대했다. 최저임금제도도 주요 이슈였다. 사민당은 8.5유로의 최저임금제를 법률로 규정하자고 공약했고, 기민당은 노사가 공동결정제로 그들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한 사민당은 월 850유로라는 최저연금제를 들고 나왔다.

고도의 복지 국가임에도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치인들의 의지다. 그러나 유럽연합 강화, 중소기업 지원, 유로존 위기 극복, 시리아 문제 등에선 차이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사민당은 자신이 이슈를 부각시키는 데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 독일은 총리를 최고후보로 내세우고 동시에 지역구와 비례의원을 선출한다. 특히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의원 수와 선출방식이다. 독일에서 법률로 정해진 의원 수는 598명이다. 이들 중 50%가 비례 대표의 의원들이다. 지역구에서 직접 선출하는 의원 수도 역시 50%다. 이번 총선에서 선출된 의원 수는 추가의석으로 630명이다. 독일에선 풀뿌리 민주주의가 발전해 지역구 의원 후보와 비례 의원 후보를 모두 지역정당이 결정한다. 한국의 정당구조와는 정반대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의 의원 비례대표는 직능대표 성격이 강하다. 독일은 지역의 비례대표를 강조하기 때문에 균형발전과 지역의 배려 성격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인 이해 세력을 다양하게 국회에 반영하기 위해선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독일에선 진성당원의 수가 많다. 스스로 특정 정당의 당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신의 자동차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다니고 매년 회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한다. 기민당과 사민당의 경우 진성당원 수가 56만 정도다. 한국의 정당들은 풀뿌리가 허약하다. 한국 민주당의 경우 당원 수는 많은 것으로 공표하나 허수가 많다. 실제 지난 대선 후보 결정에 참여하는 수는 3만5000명 정도로 알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제안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정당의 기반을 넓혀가야 미래가 있다. 당연히 독일같이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의 수가 중요하다. 선거 때마다 동원용으로 일시적으로 당비를 내는 정당으로는 미래가 없다. 독일도 정당이 늙어가고 있다. 지난 총선에 유세장을 많이 방문했다. 기민당이나 사민당의 선거 유세장에 나이든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사민당의 선거 유세장에 찾은 사람들의 나이가 기민당의 선거 유세장을 찾은 사람들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독일 정당과 정치의 위기라고도 말한다. 가장 젊은 당인 녹색당마저 노쇠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다. 결국 정당의 미래가 젊은 층의 지지를 얼마나 받는 가에 달려있다는 교훈이다."

"사회적이란 말을 '좌익'으로 몰지 않는 독일"

- 기민당과 사민당의 총선 공약들을 분석했다. 기민당과 사민당이 정당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키워드(핵심 가치)가 동일하다. 자유, 정의, 연대다. 정당 간 이념 차이는 크지 않다. 왜냐하면 이념의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기민당과 사민당은 스스로 국민정당으로 부른다. 국민복지와 사회정의가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보수정당인 기민당의 총선공약집을 분석하면, 유럽연합 강화, 복지와 번영, 기회균등, 공동체 강화, 삶의 질을 높이기, 고향에 대한 애정, 개인의 자유와 사회 안정 등을 키워드로 내걸고 있다. 한국의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독일과 유럽 국가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기본 가치가 자유, 정의, 연대다. 이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가치다.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값등록금'을 외치지만 유렵국가들은 거의가 대학등록금이 없다. 적어도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나라가 돼서는 안된다는 정신에 보수와 진보가 공감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다. 이것이 사회적 시장경제이자 사회복지 국가 시스템이다. 미국의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급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 헌법에 '모든 국민은 민주적 사회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사회적'권리는 사회적 공동체 역할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보수정당인 기민당은 창당 초기부터 '모두를 위한 번영과 정의'를 내걸었다. '사회적'이라는 용어를 '좌익'으로 몰지 않고 보수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동체 정신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자유, 정의, 연대라는 유럽의 계몽주의와 민주가치를 그대로 수용·발전시키고 있다."

- 독일의 사회진보세력은 항상 새로운 이슈와 아젠다를 만들어갔다. 새로운 비전과 길을 개척한 것이다. 빌리 브란트는 미소의 냉전 구도를 동방정책으로 새로운 질서를 재편해갔다. 녹색당은 환경, 반핵과 평화, 여성, 풀뿌리 민주주의 등을 새로운 가치와 이슈로 내걸고 의회에 입성했다. 세계는 환경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루게 된다. 그리고 1998년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 후보는 통일 주역인 헬무트 콜 총리를 무너트린다. 그때 내건 슬로건이 혁신과 정의의 나라였다. 그가 유럽 환자라고 조롱받는 독일을 다시 경제 강국으로 부활할 수 있는 사회, 노동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비록 자신이 지지층에 개혁을 요구해 선거에 패배했지만 국익을 먼저 생각했다. 한국의 민주진보 진영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혁신과 정의, 재벌과 노동 개혁은 우리가 당면한 주요한 가치이자 과제다.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은 복지국가 건설이다. 가난한 국가에서 압축 성장을 성공한 나라다. 경제권이 세계 10위권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의 이면에 양극화, 빈익빈 부익부, 갈등과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루어야 할 상황이다. 이같은 환경에선 성장과 발전을 달성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고 경제의 효율성만 강조한다면 복지국가로 갈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진보세력은 사회적 약자와 그들의 권리를 신장하는 데 앞장서야 미래가 있다. 결국 진보세력이 명심해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회정의의 실현이다. 나아가 사회통합을 외면해선 희망이 없다. 오히려 진보가 통합하고 함께 가는(miteinander) 것을 보여줄 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 독일 총선의 승패는 총리 후보에서 결정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메르켈 총리는 국민의 안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사민당 후보인 슈타인브뤽은 여러 번 실수를 했다. 총리 월급이 적다는 말이나, 특강으로 지나치게 수입을 많이 벌어들여 비판을 받았다. 또 이탈리아 총리를 두고 한 논평이 세간의 입방아를 짓기도 했다. 지난 한국 대선에서도 새누리당과 민주당 대선후보 간 경쟁에서 민주당 후보가 밀렸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메르켈 리더십은 안정적인 지도력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비록 뛰어난 능력보다는 실수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정국을 이끌어간다는 평가다. 특히 독일 경제가 호황인 데다가 독일만의 유럽통합의 특수를 누린다고 할 정도로 독일 경제가 좋다. 실업률은 7%대이고, 경제성장률도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높고, 경상수지도 가장 높다. 국민들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현재의 안정과 성장을 지속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야권인 사민당은 변화를 내걸었지만 국민의 큰 지지를 받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사민당 총리의 후보의 초기 여러 실수들이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매우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친분이 있다.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정치적 리더십을 비교해보면?
"메르켈 총리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사민당은 물론 녹색당의 이슈와 공약까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정도다. 메르켈은 권위적이지 않고 서민적이며 미래로 가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을 비방하거나 공격하지 않았다. 결국 국민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낡은 이념 넘어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택환 경기대 교수가 베를린 현지에서 독일 총선 결과와 3선이 확정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 대담 중인 손학규 전 대표와 김택환 경기대 교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택환 경기대 교수가 베를린 현지에서 독일 총선 결과와 3선이 확정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 김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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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대표는 독일 사민당의 싱크탱크인 에버트재단의 초청으로 독일에서 8개월 간 연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생활을 통해 한국과 비교할 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무엇이었는가?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을 확인했다. 유럽피언 드림이라고나 할까. 사회적 안정, 국가 공공성, 그리고 인간성이 살아있는 사회였다. 예로 대중교통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버스, 전철, 지하철이 서민들을 위한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어디서나 버스는 200미터, 지하철은 500미터, 간선전철은 2km 안에 정거장과 역이 있다. 또한 어린이와 노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버스는 저상버스 구조다. 장애인이 타면 기사들이 항상 내려서 그들을 돕는다. 버스 회사의 이익을 위해 노선이 엿가락같이 휘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특성과 공공의 편의를 기준으로 노선이 결정된다. 공공의 이익이 최고의 선이고 기준인 것이다.

독일 헌법 제1조가 '인간의 존업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무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정신이 그야말로 교통, 교육 시스템 등 사회 곳곳에 녹아있었다. 교육이 입시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인격을 함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 공동 작업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는 것이다."

- 독일에서 손학규 대표의 '코뮤니케'를 듣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어떤 비전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귀국하는가? 지금 민주당과 민주진보진영은 무기력하다는 평가와 분열의 시대에 들어갔다. 한국 야권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독일 사회의 가장 큰 덕목은 공동체 정신이다. 함께 가야 잘산다는 정신이 몸에 배어있다. 국가와 시민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함께 가야 번영한다는 정신이 국정에도, 시민 생활에도 녹아 있다. 국가와 국민간의 신뢰가 여기서 생긴다. 독일의 정치의 가장 큰 자산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국가를 신뢰하고 있다. 지난 9개월 동안 독일에서 정기교통권을 구입해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독일에선 지하철이나 버스에 개찰구가 없다. 한 번도 표를 검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누구나 표를 산다. 국가의 법과 정책을 따르면 이익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신뢰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치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확고한 사명감 위에 국민의 민생을 위한 정치가 우선돼야 한다. 시민포럼, 시민과의 대화 등을 통해 찾아가는 정치도 중요하다. 결국 민주당이 혁신하고 사회정의를 실천한다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 독일인과 비교할 때 한국인의 장점은 무엇인가?
"한국인은 역동성이 어느 국민보다 강하다. 또한 판을 자주 깰 정도로 창의성과 창조적인 능력이 뛰어나다. 여름 방학동안 한국 대학생들이 배낭여행을 온 일행들을 많이 만났다. 멀리서 한국 대학생이나 직장인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활기차다.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독일의 장점을 배워야하지만 우리의 장점을 기반으로 우리의 모델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의 장점이 가장 큰 미래 인프라일 수 있다."

- 대한민국의 미래를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대통합과 미래다. 먼저 정치적 통합이다. 과거 낡은 이념을 넘어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포용과 관용을 통한 국민 대통합이 가능하다. 이같은 열기를 기반으로 평화로운 남북통일의 길을 낼 수 있다. 분단 비용이 너무 크다. 통일의 이익이 크다는 것을 독일 통일이 잘 보여주고 있다. 장벽으로 꽉 막힌 독일과 베를린, 통일 후 자유롭고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독일과 베를린이 경제적·심리적·정치적으로 얼마나 큰 행복이고 국익과 국민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를 체험했다. 통일된 한국은 동북 아시아의 독일로 평화와 공존, 화해와 공생을 이끌어가는 나라가 될 수 있다."


태그:#독일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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