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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은 지난해 10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은 지난해 10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 연합/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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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민들은 결국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기사당 연합(CDU-CSU)에 힘을 실어줬다.

총리로 재직하며 남유럽과는 달리 슬기롭게 유럽 경제위기를 극복했고, 경제안정을 주도했기 때문에 41.5%의 높은 득표율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구 선거결과를 반영한 확보의석 수는 총 630석 중 311석을 차지해 과반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연정 파트너를 찾아야 하지만, 높은 득표율로 인해 당내는 거의 축제 분위기다.

문제는 지난 연정파트너인 자민당(FDP)이 득표율 5.0%를 넘지 못해, 결국 단 하나의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민당은 지난 2009년 선거에서 역대 최고였던 14.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연정을 구성했다.

자민당은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여 개인의 자유를 더 확보하려는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이들이 앞세운 경제 공략을 잘 들여다보면, 일부 세금 항목의 폐지 및 개편 혹은 기업에 대한 규제 철폐 공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이들이 세금개편 프로그램과 같은 경제부분에만 신경을 써, 인권 및 기본권 중시의 다른 자유주의적 가치가 소외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유럽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는 감세 및 규제철폐 정책의 적신호가 되었다. 이 때문에 자민당은 지난 2011년 작센-안할트 지방선거에서 단 하나의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후 다른 주들의 대다수 지방선거에서도 득표율 5%를 넘지 못했다. 이렇듯 지방의회 입성에 계속 실패하면서 자민당의 위기는 현실로 드러났다. 현재 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민당은 부자들을 위한 경제정당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연방선거에도 자민당의 정책실패가 반영되었는데, ARD 선거모니터에 의하면 약 177만 자민당 표심은 기민당-기사당연합으로 향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약 33만 표가 올해 창당된 AfD(독일을 위한 대안, Alternative für Deutschland)에 몰렸다는 점이다. 이들도 5%를 넘지 못해 의회등원에는 실패했지만(4.7%), 유로 폐지론을 바탕으로 한 자유주의를 주장하고 있어서 일부 독일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유로 폐지외의 공략의 경우 자민당과 유사한 주장이 많아서 신생정당 AfD의 선전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시민 69%가 대연정 동의한 이유

맨 위 그래프가 이번 독일 총선 득표율, 아래 그래프가 이번 총선과 지난 2009년을 비교한 것. 맨 아래 그래프가 이번 총선의 최종 확정의석.
 맨 위 그래프가 이번 독일 총선 득표율, 아래 그래프가 이번 총선과 지난 2009년을 비교한 것. 맨 아래 그래프가 이번 총선의 최종 확정의석.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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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누가 메르켈 총리의 새 연정 파트너가 될까. 현재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우선 사민당(SPD)-좌파당(Die Linke)-녹색당(Grüne)의 적-적-녹 야권 연합이 산술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192석-64석-63석). 하지만 사민당-녹색당과 좌파당의 경우 같은 진보정당이라고 하더라도 국방정책, 대외정책 그리고 보건복지정책에서 이견이 상당해, 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민-기사당 연합과 녹색당(Grüne)과의 연정도 예상하고 있다. 녹색당의 경우 지난 슈뢰더 총리의 적-녹연정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행정경험이 풍부하다. 또한 적-녹 연정 이후 인권 및 민주주의 공략을 더욱 강화해서, 대중 및 중도정당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정책 및 이민자 및 여성정책 등에서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고, 대다수 정책이 여당과 대척점을 두고 있어서 흑-녹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대다수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현 여당과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점찍고 있는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미 1기 내각을 대연정으로 이끌어갔다. 또한 슈타인브뤼크 사민당 총리 후보자도 당시 재무장관을 역임한 적이 있다. 물론 최저임금 및 유치원자리 확보 정책 이슈에서 일부 이견을 보이기는 하지만 지난번 경험을 통해 사민당과 정책조율을 하며 의회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ARD 설문조사에 의하면 69%의 시민들이 대연정을 동의했는데, 이는 현 유럽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슈타인브뤼크의 유럽경제위기에 대한 인식 및 대처능력, 노동정책 등이 TV토론을 통해 전문가들로부터 상당부분 인정받았다는 점도 있다(관련기사: 1700만이 지켜본 독일 총선 TV토론 승자는?).

이번 선거는 독일 현지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국가에서도 주목했던 선거였다. 이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유럽 경제위기에 기인한다. 특히 남유럽 국가의 경우 '마셜플랜2'를 천명한 슈타인브뤼크를 주목했었고, 이로 인해 독일 야권에 대한 지지성향이 강한 편이었다. 이로 인해 사민당과의 대연정 여부는 남유럽 국가들에게 있어 관심을 가지는 국제정치테마이기도 하다. 새 정부 내각을 통해 유럽 경제문제의 해법이 잘 풀려나가기를 기원해본다.


태그:#독일 총선, #메르켈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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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독일에서 통신원 생활하고, 필리핀, 요르단에서 지내다 현재는 부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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