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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중공업에 동원된 여자근로정신대 대원들 1944년 6월경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된 어린 여자근로정신대원들이 일본인 인솔자를 따라 깃발을 앞세우고 신사참배에 나서고 있다.
▲ 미쓰비시중공업에 동원된 여자근로정신대 대원들 1944년 6월경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된 어린 여자근로정신대원들이 일본인 인솔자를 따라 깃발을 앞세우고 신사참배에 나서고 있다.
ⓒ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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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님, 잘 아시다시피 29일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경술국치 103년을 맞는 날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여쭙니다. 경기도에서 지난해 10월 제정한 '경기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 지원 조례'가 예산을 받지 못해 1년이 다 되도록 잠자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자못 궁금합니다. 

그래서 지사님께 안양시에 거주하는 김성주(85) 할머니를 소개할까 합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가르쳐준다"는 초등학교 일본인 담임교사의 말에 속아 일본 군수공장 미쓰비시중공업에 끌려간 그때, 김 할머니는 고작 열네 살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허기와 감시 속에 열네 살 어린 나이에는 감당하기 힘든 혹독한 강제노역을 강요받아야 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아무런 사죄도 10원 한 푼 배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배움에 목마른 어린 소녀들의 동심까지 침략전쟁에 이용했던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68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김 할머니와 같은 피해자들의 아픔까지 해방을 맞은 것은 아닙니다. 김 할머니와 같이 미성년 소녀들을 취업이나 취학을 미끼로 연행해 강제노역을 강요한 경우를 일컬어 '여자 근로정신대'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에 제대로 된 역사적 연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백이면 백, 사람들은 김성주 할머니와 같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라는 딱지를 붙여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혼령기에 들어섰지만 제때 결혼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비록 어렵게 가정을 이뤘더라도 대부분 파혼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법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왔던 '여자 근로정신대'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구분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다른 특별한 대우를 받고자 함이 아닙니다. 사건의 피해 성격을 정확히 구분함으로써 오해에서 비롯된 또 다른 피해가 없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또 다른 오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지극히 당연한 자기항변일 뿐이지, 그 말에 결코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귀국 길에 나선 어린 소녀들 1945년 해방 후 항구에서 귀국선을 기다리는 전라북도 여자 근로정신대 대원들. (2003년 독립기념관·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특별기획전 사진자료)
▲ 귀국 길에 나선 어린 소녀들 1945년 해방 후 항구에서 귀국선을 기다리는 전라북도 여자 근로정신대 대원들. (2003년 독립기념관·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특별기획전 사진자료)
ⓒ 독립기념관·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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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이 분들의 아픔이 해방 68년을 맞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워하던 고국 땅에 돌아와서까지 다시 손가락질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이 땅에 '여성'이란 이름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결코 벌어질 수 없는 특수한 현상입니다. 곧 구순을 바라보는 피해 할머니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주위의 외면 속에 가난·병마와 싸우며 시간과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부족하나마 생활 지원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관련 법률이 시행되고 있지만, 그동안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은 '위안부'로 오인 받아 오면서도 사회적 관심이 그에 미치지 못해 법적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습니다.

 광주시의회가 전국 최초로 일제강점기 징용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조례를 제정한 지난해 3월 15일 오전 서구 치평동 시의회 본의회장에서 근로정신대 출신 양금덕(84) 할머니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cafe.daum.net/1945-815)' 회원들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선호 의원과 서정성·강은미 의원에게 감사의 장미꽃을 건넨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의회가 전국 최초로 일제강점기 징용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조례를 제정한 지난해 3월 15일 오전 서구 치평동 시의회 본의회장에서 근로정신대 출신 양금덕(84) 할머니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cafe.daum.net/1945-815)' 회원들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선호 의원과 서정성·강은미 의원에게 감사의 장미꽃을 건넨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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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겪고 있는 이 분들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지난해 '광주광역시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조례'를 처음으로 제정해, 2012년 7월부터 시행 중에 있습니다.

피해 할머니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월 30만 원의 생활지원금에 있지 않습니다. 사회적 시선 때문에 피해자이면서도 정작 피해자라는 말조차 제대로 못했던 피해 할머니들에게, 조례를 통해서나마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결코 몇 푼의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김문수 지사님, 입장을 밝혀주시지요

경기도 역시, 지난 2012년 10월 '경기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 지원 조례'를 제정해, 늦어도 올해부터는 시행될 것으로 기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경기도 조례는 웬일인지, 제정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님께 솔직하게 묻습니다. 무슨 피치 못할 곡절이 있습니까? 아니면 이 조례에 무슨 불편함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조례는 법령임과 동시에 도민과의 약속입니다. 그런데, 조례를 만들어 놓고 조례를 시행할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으면, 이 조례는 사실상 죽은 조례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 조례는 김문수 지사님 손으로 직접 공포한 조례가 아닙니까? 조례에 무슨 법적 하자라도 있다면, 처음부터 의회에 재의를 요청하거나 개정을 요청하실 일이지, 지키지 않을 조례를 왜 자신의 손으로 공포하셨습니까?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는 할머니들. 2013년 2월 27일 외교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힘겹게 서 있다.
▲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는 할머니들. 2013년 2월 27일 외교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힘겹게 서 있다.
ⓒ 이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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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관련 예산이 부담이십니까? 이 조례에 의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여성은 평균 85세로 이미 한계연령에 이른 피해 할머니들입니다. 설령 100살까지 장수 하신다고 하더라도 15년이면 자동적으로 효력을 상실하게 될 한시적 조례입니다.

김문수 지사님, 올해만 해도 경기도 예산이 15조6000억 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이 조례와 관련해 많아야 1억 원 안팎이 될 재정이 부담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니면 혹여 이 피해 할머니들을 조례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솔직히 입장을 밝혀 주십시오. 오늘은 될까, 내일은 될까, 하며 학수고대 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더 이상 헛된 희망을 품지 않도록 솔직하게 사정을 말씀드리는 것이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김문수 지사님, 최근들어 대한해협을 넘어 들려오는 일본정부의 역사왜곡이 날로 우려스럽습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우경화와 역사왜곡을 탓하기 전에, 정작 우리는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 봅시다.

일본정부와 전범기업들이 일제 피해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나, 공적인 약속인 조례조차 무시하며 피해 할머니들을 헌신짝 취급하는 것이나 다를 게 무엇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러면서도 모두 일본 탓으로만 돌린다면, 일본을 가리키는 그 손이 너무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김문수 지사님의 조속한 입장을 기다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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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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