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핑크 테이프(Pink Tape)>를 발표한 f(x)(에프엑스).

새 앨범 <핑크 테이프(Pink Tape)>를 발표한 f(x)(에프엑스). ⓒ sm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TV에서 f(x)(에프엑스)를 처음 보았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탄탄한 비트에 '아스트랄'한 가사. 도대체 저 언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이것은 과연 누구와의 교신인가. 여기는 어디고, 너희는 누구란 말인가.

마치 전혀 다른 차원에서 등장한 것 같은 모습.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혼돈의 카오스'를 불러일으키는 묘한 아우라. 의사전달이 불가능한 가사에 화사한 미소가 대비됨을 느꼈을 때, 입에서 이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조합의 매력이라니.

이런 f(x)의 스타일이 완성된 건 첫 번째 미니앨범 <NU 예삐오(NU ABO)> 때다. '라차타' 이후 상투적인 SMP(SM Performance)에서 벗어난 독특한 질감의 소리와 퍼포먼스가 그녀들에게 장착됐다.

이 변화는 결정적으로 토마스 트롤젠(Thomas Troelsen)이나 롤러코스터 출신의 히치하이커 같은 1980년대식 뉴웨이브 사운드의 정서를 재연하는 외부 작곡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간 SM의 음악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던 작곡가 유영진으로부터 탈피였다.

그것은 전략적이면서도 이례적인 포석이었다. 동시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흐름이었다. 그동안 유영진이 이뤄놓은 성과를 부정할 순 없지만, 분명 그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에게 언제나 획일적으로 비슷한 스타일의 옷만을 입혀왔으니까.

그래서 유영진은 때때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 시대의 걸림돌 내지는 대척점에 서있는 주적으로 간주되기도 하지 않았던가. SM의 기초를 닦아낸 막대한 상업적 성공과는 별개로 그가 2010년대에 적합한 작곡가인지는 또 따져볼 문제였을 것이다.

당신의 마음에 벽을 뚫는 함수들의 일렉트로니카

아무튼 SM은 이 포석으로 소수의 작곡가가 기획사의 모든 타이틀곡을 담당하는 양태로부터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고, 그로인해 기존과 다른 스타일의 앨범들을 하나 둘 만들어 내는 게 가능해졌다.

그 중 가장 큰 수확은 펑크와 뉴웨이브 스타일의 재해석이라는, SM을 먹여살릴 차기 트렌드를 성공적으로 발굴했다는 데 있다. f(x)는 샤이니와 함께 이러한 전략적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일렉트릭 쇼크(Electric Shock)>는 그 변화의 완성형이자 SM의 차세대 전략의 압축이다.

새 앨범인 <핑크 테이프>는 이렇게 변모된 전략적 사운드의 완전한 정착을 의미한다. 안정적인 8비트 뉴웨이브 스타일의 일렉트로니카가 앨범을 관통한다. 비트의 질감보다는 섬세하고 세밀한 데코레이션에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이다.

마스터 볼륨과 비트는 오히려 전작보다 가벼워졌다. 아이돌 앨범이 으레 그렇듯 10대 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트랙들이 보이지만, 다행히 앨범의 분위기를 망칠만큼 상투적이거나 노골적이진 않다. 물론 가사를 빼고서 하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기 힘들 만큼 섬세하게 다듬어진 작품이다. 대중들이 얼마만큼의 호응을 보내줄 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걱정은 금물. 티비에서 '함수'들을 처음 봤을 때의 그 이질감을 떠올려 보자.

이제 막 컴백한 그녀들을 보고 '혼돈의 카오스'에 빠진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조만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느새 다른 걸그룹을 밀어낸 채 마음속에 자리잡은 '함수'들을 말이다. 소녀들이 '첫 사랑니'처럼 당신 마음에 벽을 뚫고 자라나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F(X) 에프엑스 핑크 테이프 PINK TAPE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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