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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이 심각합니다. 물량도 없는데 가격까지 급등하고 있어 정부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떤 정책이 필요한 시점일까요? <오마이뉴스>에서는 서울시에서 전세난 해결책 중 하나로 2년 째 시행 중인 '장기안심주택'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말]
 심범준 SH공사 매입임대팀장
 심범준 SH공사 매입임대팀장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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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 통해서 반지하 사시다가 지상층으로 올라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서울시만 해도 주택 10%는 반지하니까요. 반지하 주택에서 사시던 한 할머니는 신청 사유로 '지상으로 나가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적으셨는데 다행히 대상자로 선정이 되셔서 지금은 지상층에서 살고 계시죠."(심범준 SH공사 매입임대팀장)

2720세대. 지난 2년간 서울시 장기안심주택(보증금 지원형) 제도를 이용한 가구 수다. 한 해 사업 예산 500억 원 중 95%가 이용자들에게 집중되니 가구당 평균 약 3492만 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이들은 무이자로 지원된 이 돈을 가지고 모두 지상에 있는 전셋집을 얻었다. 전세보증금이 1억 원이 넘는 전세를 마련한 가구 수는 전체 이용자 중 약 46%. 대체로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에 둥지를 틀었지만 아파트를 얻은 가구도 전체의 18%나 됐다. 이 제도를 통해 전반적으로 주거 환경이 개선됐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올해부터는 보증금 지원형과 함께 시범사업으로 노후된 주택을 가진 집주인에게 리모델링 비용을 대주고 세입자에게 6년간 동일한 전세보증금을 받게 하는 '리모델링형 장기안심주택' 정책을 시행 중이다. 도시 재생과 전세가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무주택·4인가구 소득 311만 원 이하면 신청가능

보증금 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제도의 신청 자격은 세 가지다. 우선 서울시에 거주하는 시민이어야 하며 현재 주택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 가구 소득이 도시평균 근로자 소득의 70% 이하면 된다. 올해의 경우 월 소득이 1인 가구는 133만9000원, 2인 가구는 213만 원, 3인 가구는 272만 원, 4인 가구는 311만 원 이하면 신청 가능하다.

기초수급자와 더불어 중산층에 살짝 못 미치는 가구들까지를 포함하는 제도인 셈이다. 첫해인 2011년 6600여 명이, 지난해에는 거의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4500여 명이 알아서 신청할 정도로 인기다. 선정되면 전세보증금의 30%(최대 4500만 원까지) 무이자로 빌릴 수 있다. 사업 실무를 담당하는 심범준 SH공사 매입임대팀장은 "신청자 대부분이 사회·경제적 약자"라고 설명했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에 격하게 고마워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좋은 반응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전세 보증금을 직접 지원해주기 때문입니다. 한 해에 1300명 정도 뽑는데 그중 30~50명은 경제적 이유로 계약에 실패하거든요. 30% 전세 보증금 지원을 해줘도 전세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없다는 거에요." 

소득 제한 요건이 있으니 언뜻 생각하기엔 저소득층 주거지역이 밀집된 강북이나 강서 지역 이용자가 많을 것 같지만 SH공사에서 분석한 2011년 이용자 자료에 따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홍태 매입임대팀 차장은 "지역 안배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분포가 고르게 나온다"고 말했다.

강남, 송파 등 소득 수준이 높은 곳을 포함해 서울 시내 어느 지역이나 저소득 주거 약자들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 연령도 27세부터 84세까지 다양하며 세대도 30대(28%), 40대(36%), 50대(25%)가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인다.

두 명의 실무자는 자신이 만나본 이용자들이 미래 주거불안에 대해 적지 않은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증금 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제도는 한번 선정되면 최대 6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은 집주인이 재계약 시 전세보증금을 크게 올리더라도 이용자는 전체 보증금의 5%까지만 부담하면 된다.

문제는 6년 뒤다. 심 팀장은 "이용자들 중에 선정이 되면 너무 기뻐하시다가도 시가 6년 뒤에 빌려준 돈을 도로 가져갈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오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가 일부 저소득층에게 마음 편히 돈을 모을 수 있는 6년을 선사하지만 시장의 전세가격 폭등이나 저소득층 주거 불안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법은 되기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오홍태 SH공사 매입임대팀 차장
 오홍태 SH공사 매입임대팀 차장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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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부터 '리모델링형' 안심주택도 본격 시행

서울시가 올해부터 '리모델링형 장기안심주택'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가 적절한 보상을 해주면서 민간 주택 소유주와 직접 계약을 맺어 일정 기간 동안 전세 보증금을 올리거나 일부 월세가 포함된 '반전세' 형태로 임대료를 받지 못하게 한다는 게 이 사업의 골자다.

계약이 된 전세 주택에 시에서 지정한 세입자를 입주시키게 되면 주거약자 구제가 가능하다. 또한 집주인에게 주택 리모델링 비용으로 보상을 해주게 되면 노후주택 개선도 노려볼 수 있다.

SH공사는 지난 6월부터 신청을 받아 23일 리모델링형 장기안심주택 16호를 선정했다. 금천구 독산동, 중랑구 묵동, 광진구 화양동, 양천구 신정동 등 서울 곳곳에 있는 노후주택들 대상이다. 집주인에게 지원되는 리모델링 비용은 현재 전세 보증금 수준에 비례해서 결정된다. 지금 세입자가 맡긴 보증금이 1억5000만 원이면 960만 원을 리모델링 비용으로 지급하는 식이다.

심 팀장은 "사실 공고를 낼 때만 해도 이걸 누가 신청할까 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10호 정도 뽑으려고 했더니 52호가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신청자 대부분이 노후화가 심하게 진행된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SH공사에서는 그 중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집 16곳을 골랐다.

리모델링형 장기안심주택 이용자로 선정된 관악구 신림동의 이종규(가명, 53)씨는 "주변에 비슷한 사정을 가진 집주인이 많은데 경쟁이 붙으면 내가 떨어질까봐 알리지 않고 몰래 신청했다"면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의 집은 지은 지 39년 된, 대지 125.4㎡(38평) 크기의 2층 단독주택이다.

1층은 자신이 살고 2층은 보증금 1억 원을 받고 전세를 놨다. 비가 오면 두 집 모두 물이 샌다. 이씨는 "오래된 집이라 기와랑 방풍 시설을 해야 하는데 수리비 1000만 원 정도를 모을 수가 없어서 못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직업은 운수회사 소속의 택시기사다. 자신 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지만 벌이가 많지 않아 수리는 엄두도 못 냈다는 것이다. "리모델링 비용 받으면 6년 동안 보증금 못 올리는데 괜찮느냐"고 묻자 이씨는 "솔직한 얘기로 전세 보증금 더 받아봐야 어차피 내 마음대로 쓸 수도 없는 빚 아니냐"면서 "다 같이 어려운 사람들인데 집을 더 살기 좋게 만들어서 같이 사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범사업 후 성과가 좋으면 리모델링형 장기안심주택 규모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오홍태 차장은 "시범사업 중이라 실태 파악이 정확히 되지는 않았지만 계약 규모가 몇천 호 단위로 늘어나면 전세 가격도 묶을 수 있고 노후주택 사정도 크게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안심주택은 박원순 시장의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까지는 지금과 같은 규모로 유지될 전망이다. SH공사는 내년도 보증금 지원형 사업 이용자 1350명 모집에 올해 8~9월 사이에 70~80명 규모의 추가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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