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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연구원-<오마이뉴스> 공동좌담회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사회로 서보혁, 김준형, 김용현, 최종건 교수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중간 점검과 향후 바람직한 대북 대외 정책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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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안보 전문가들이 본 '박근혜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전망은 어두웠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내용 없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고무줄'에 비유하면서 "이대로라면 남북관계 개선의 희망은 없는 것"이라 단언했다.

17일 '새로운 코리아구상을 위한 연구원'(코리아연구원)과 <오마이뉴스>가 서울 여의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회의실에서 연 전문가 좌담회에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이들은 ▲ 지난 3~4월 남북간 군사긴장 고조 상황 등 2013년 상반기 남북관계 전반 ▲ 한반도 주변국의 대북정책과 정세 ▲ 출범 5개월째인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와 전망 등을 내놨다.

북한의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강한 대남·대미용 충격요법"이라고 정의한 김용현 교수는 "김정은 체제가 10~20년 정권 운용을 염두에 두면서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판을 만들려는 모습"으로 평가했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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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현재까지 보이고 있는 대북정책은 '김정은 체제 길들이기'이고 '원칙을 내세운 남한 주도의 남북관계'인 상황에서 남북이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를 길들이기 하려는 흐름 속에서 남북관계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게 현재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서보혁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내적인 준비도 부족하고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객관적인 조건이 부정적인 양상을 띠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이륙하지 못하고 있다"며 "남북한 간 불신이 걷히지 않고 서로의 의중을 탐색하면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기싸움이 지난 3·4월의 한반도 긴장고조 이후의 남북관계를 특징짓고 있다"고 정리했다.

김준형 교수는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친미 일변도 외교와 대북강경책을 바꾸겠다고 해서 한국의 대북정책 자율성이 높았지만, 북한이 강경책으로 나오고 미국 또한 북한에 강경하게 나오면서 신뢰 프로세스가 동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적으로도 정부 초기 NLL 논란이 겹치면서 신뢰 프로세스의 동력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의 평가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시작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데로 모아진 것. 김용현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아직도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고, 북한은 남북관계는 그럭저럭 징검다리식으로 관리만 하면서 향후 북미·북중 대화나 6자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 변화는 미국의 아웃소싱"... "중·미가 비핵화 아닌 비확산 선택하면?"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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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맡은 강영식 사무처장은 "중국의 앞마당인 북한에 핵무기를 용납할 수 없다는 중국의 압박이 북한에 먹힌 것 아니냐"며 "중국이 '개성공단이 정상화 안되면 북한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제를 한반도 주변국의 대북정책으로 돌렸다.

김준형 교수는 최근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듯한 상황을 '미국의 아웃소싱'으로 풀이했다. 김 교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 1기 때는 중국에게 '북한을 계속 설득해 달라'는 대북 온건정책을 맡겼고, 이명박 정부에는 대북 강경책을 아웃소싱했다고 본다"며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선 '중국의 변화'라는 새로운 옵션이 생겼다. 중국이 대북 압박에 같이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 미국이 공조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2·29합의, 9·19합의 이행 등 비핵화 조치를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중국은 그것까지는 요구하지 못하고 6자회담을 당장 재개하자는 입장"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이 대화의 선결조건의 수준을 낮추느냐 아니면 중국이 현재 상황에서 대화의 조건을 높이느냐, 중국이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종건 교수는 "지금은 미·중 공조의 초기가 아닌가 한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미·중 관계는 갈등·긴장·경합의 세력균형모델이 아니라 세력조화를 하고 있다. 서로 이익이 된다면 확실히 공조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한 번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비판하지 않았다. 신장·위구르의 반정부세력을 테러단체로 취급하는 게 중국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다. 미·중간 주요 사안 18개 중에 인권과 환경문제를 제외한 16개 부문에 대한 공조가 이뤄져 '콘서트 오브 파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만약 미국이 북한에 대해 (비핵화가 아닌) '핵 비확산' 원칙을 정하고 중국에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하면서 '우리가 대만에 무기 공급하는 걸 양해해 달라'고 한다면, 한국 입장에선 아무런 할 말이 없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한·중정상회담으로 인해 중국의 대북정책의 변화를 내세우고 있는 데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 비핵화'로 표현하고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우리가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다"며 "중국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북한에 대한 여론과 민심이 변한 것이지, 중국의 정책이 변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중국에 있어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는 불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용현 교수는 "북한의 3차 핵실험 뒤 중국도 북한의 핵능력의 상당한 진전에 대한 불안감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미국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뢰프로세스는 고무줄"... "전략이 아니라 종교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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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남북의 관계개선 의지에 대해 "남과 북이 적극적인 의지보다는 그럭저럭 포장 정도만 해놓고 사는 수준이 현재의 모습"이라며 "다른 영역보다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는게 단기적으로 유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박근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도 섣불리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라는 요구에는 적당히 호응하면서 서로 돌파구를 찾기보다는 평행선으로 가려는 게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라고 봤다.

서보혁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대북정책에 기존 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은 향후 정책의 연속성보다는 국내정치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정부가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하기 위해 신뢰 조성이 먼저 돼야 한다고 하지만 신뢰 프로세스의 가장 중요한 대상인 북한에는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되도록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콘텐츠를 갖추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준형 교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엄청나게 잘 잡은 선거 구호"라면서 "당선 이후 이명박 정부 근처에도, 이전의 진보성향 정부의 근처에도 언제든지 옮길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데 대해 김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면 평가가 되고, 또 북한과의 기싸움에 지지 않기 위해 정책의 포지션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북한에 강경하니 신뢰 프로세스가 미국 쪽으로 딸려간 것 같다. 국내적으로도 안보담론이 우세한 상황이 신뢰 프로세스를 오른쪽으로 쏠리게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용현 교수는 "신뢰 프로세스는 어디든지 움직일 수 있는 고무줄"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금까지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되고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하는 걸 보면 신뢰 프로세스에는 북한의 입장에 대한 고려가 없는데, 이게 문제"라면서 "북한의 운신의 폭은 고려하지 않고 북한을 우리 기준에 맞추려고 하니까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최종건 교수는 "정치학에서의 전략은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은 저렇게 나오겠지'하면서 상대방을 고려하면서 만드는 것이고, 상대방의 입장에 상관없이 한다면 그건 전략이 아니라 교조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회담학'에 나오는 신뢰란 건 '상대방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나의 믿음'이란 점에서 보면 지금의 신뢰 프로세스는 종교에 가깝다"며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없이 신뢰가 있어야만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무조건 나를 믿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지지도에 포박, 변하지 않을 것"... "이젠 희망이 없지 않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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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빗발친 만큼 향후 남북관계 전망도 어두웠다.

김용현 교수는 "대북정책에 대해 나오는 60~70%의 지지도에 포박당해 있는 현재의 흐름이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남한이 움직이지 않는데 북한도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나 외부환경,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하는 상황 등이 남북관계 개선을 압박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지만, 남북 당국의 내부 동력으로는 관계개선의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종건 교수는 "정부가 'NLL포기' 논란을 일으킨다든지 북한을 협력과 협상의 대상이 아닌 사실상 '악마화'하고 있는 정책들이 먹혀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평화와 협력을 애기하는 담론이 논의되고 남북관계가 회복되는 것은 이제는 사실상 희망이 없다고 봐야하지 않느냐"고 비관론을 폈다.

서보혁 교수는 "지금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여론이 '북한과 대화하지 않는 강경정책에 대한 지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북한에 주지 않으면서 대화를 열어가려고 한다'는 점에 대한 지지로 본다"며 "이런 지지를 계속 받으려면 현재 안보지상주의자들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보좌하고 집행하고 있는 걸 그만두고 통일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태그:#신뢰프로세스, #고무줄,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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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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