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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붐입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된 후 6개월 만에 국내 협동조합 수는 1200개를 돌파했습니다. 사업이 잘 진행되는 곳도 많지만 설립만 해 놓고 '개점 휴업' 상태인 곳도 많습니다. 지난 6개월 협동조합 현장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편집자말]
"이 일 자체가 3D 업종이에요. 안 그래도 힘든데 요즘에는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명목으로 요양보호사 인건비를 깎고 있어서 더 어렵지요. 반면 우리 센터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라서 보호사들 근무 요건이 훨씬 좋은 편이에요."

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늘푸른돌봄센터. 30도를 가볍게 넘기는 날씨에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문목욕 서비스를 하고 돌아온 요양보호사 권은자(60)씨는 지친 낯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기자라는 얘기를 듣더니 돌봄센터와 사회적 협동조합의 장점에 대한 설명을 열성적으로 늘어놓는다.

과포화 상태인 국내 돌봄서비스 시장에 협동조합의 틀을 갖춘 자활센터들이 진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1호 인가를 받고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로 전환한 늘푸른돌봄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이 '비영리 단체'라는 특유의 '무기'를 살려 일자리 창출과 돌봄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은자 요양보호사가 3일 오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늘푸른돌봄센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은자 요양보호사가 3일 오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늘푸른돌봄센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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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제대로 된 돌봄 서비스 할 것"

사회적 협동조합이란 비영리 성격을 가진 협동조합을 말한다. 이곳은 수익활동을 하지만 조합원들이 이익을 가져가지는 못하도록 되어 있으며 사업 자체도 지역 주민의 권리 및 복지 증진과 관련되어 있거나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공익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 이후 일반 협동조합은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되지만 사회적 협동조합은 주 사업에 따라 주무부처의 인가를 받아서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 인가를 받은 돌봄서비스 제공 사회적 협동조합은 모두 3개. 그중 첫 번째가 지난 4월 협동조합으로 전환된 늘푸른돌봄센터다.

원래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인 '사회적 기업'이었던 이곳은 현재 완벽한 비영리 기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민동세 늘푸른돌봄센터 이사장은 그 이유로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라고 답을 내놨다.

"저희 센터는 돌봄 서비스를 통해 경력 단절된 중·고령 여성들 등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고 자활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생겨난 곳입니다. 성격상 비영리 운영을 해야 맞지만그동안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개인 소유기업 형태로 운영을 했었지요. 그런데 마침 협동조합 붐이 불었고 그중 사회적 협동조합 성격이 저희와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재 돌봄 서비스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다. 요양보호사 일자리는 약 24만개인데 비해 발급된 자격증은 160만 개에 달한다. 공급기관 역시 영세화되면서 서비스 질의 하락을 불렀다. 센터가 위치한 광진구만 해도 요양보험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돌봄 서비스 업체가 15개였지만 지금은 50개가 넘어간다.

민 이사장은 "경쟁이 치열한데 영리를 추구하는 돌봄 기업에서 흑자를 내려면 보호사들 임금을 줄이거나 노무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서비스 질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업종 자체가 위험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악순환이 계속되면 서비스 소비자들의 시장 인식도 나빠지고 일자리도 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성에 기반을 둔 비영리 운영을 해야 제대로 된 돌봄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요양보호사 시급이 평균 7000원 정도입니다. 영리 시설에서는 이것도 제대로 안 주거나 시급에 퇴직금을 포함시킵니다. 우리는 시급이 8000원이 넘는데 여기에 8.3% 퇴직금과 9% 정도의 사회보장료가 별도로 지급됩니다. 정부 지원이 일절 없지만 비영리라 가능한 일입니다. 전체 예산의 93%를 요양보호사 임금으로 주거든요. 후자가 더 좋은 일자리이자 보다 나은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조건이지요."

사회적 협동조합 '도우누리'의 민동세 이사장.
 사회적 협동조합 '도우누리'의 민동세 이사장.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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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서비스와 좋은 일자리... '두 마리 토끼' 잡을까

6월 말 기준 늘푸른돌봄센터에서 일하는 인원은 약 140명. 이들 중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직원이 약 20명이고 취업 취약계층에 속하는 이들은 80여 명으로 전체의 60%가 넘는다. 그리고 이들 중 105명이 개인당 3만 원 이상씩 출자금을 낸 협동조합 조합원이다.

배당을 받을 수 없는 비영리 협동조합임에도 형편이 넉넉치않은 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권은자씨는 "협동조합 전환 전에도 거의 비영리나 다름없게 운영해왔기 때문에 일선 요양보호사들이 이런 운영 방식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동세 이사장 다음으로 많은 출자금을 낸 협동조합 이사이기도 하다.

"돌봄서비스 이용자들이 기본적으로 돈 쓰는 걸 아깝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무조건 싼 쪽을 이용하려고 해요. 우리 센터는 서비스 질이 상당히 좋은 편인데도 요양사 임금을 깎지 않으니까 영리업체 가격에 밀리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이 일터를 지키고 싶은데 이렇게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었지요." 

업계 사람들이 권씨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보니 가격 경쟁으로 치닫는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비영리 돌봄 서비스를 꿈꾸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전환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늘푸른돌봄센터에 이어 성남만남돌봄센터도 지난 4월 인가를 획득하고 협동조합 변환 작업을 하고 있다.

의료 생활협동조합으로 유명한 안산 의료생협도 관련 사업허가를 받은 상태. 민동세 이사장은 "지금 준비 중인 곳도 10여 곳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돌봄 서비스가 갖는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규제가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상태에요. 그것만 해결된다면 사회적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5년 안에 돌봄 서비스에 대한 판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그:#늘푸른돌봄센터, #일자리 창출, #도우누리, #사회적협동조합, #비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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