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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조합원들은 거칠고 무딘 손으로 작은 종이배를 접기 시작했다. 희망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에게 줄 작은 선물이었다."

한진중공업의 옥빛 작업복을 입은 늙은 노동자들이 영도조선소에서 축구장 몇 개 크기의 큰 배를 만들던 '솜씨'로 종이배를 접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한진중공업 3년(2010~2012년)의 기록은 담은 <종이배를 접는 시간>이란 책이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2부 행사로 김정호, 박성호, 김진숙, 차해도, 도경정씨가 대담하는 모습.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2부 행사로 김정호, 박성호, 김진숙, 차해도, 도경정씨가 대담하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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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소희·김은민·박지선·오도엽 작가가 취재하고 현장에서 부대꼈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한진중공업 안팎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기록이 300쪽에 걸쳐 생생하게 담겨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다. 특히 1982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용접공으로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입사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09일간(2011년 1월 6일~11월 10일) 85호 크레인에서 벌인 고공농성, 그리고 다섯 차례 희망버스 이야기가 담겨 있다.

거기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이틀 뒤인 2012년 12월 21일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 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더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던 고 최강서(당시 35살)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에 관한 기록도 있다. 죽음 66일째,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인 2013년 2월 24일 장례를 치르기까지 '끈질긴 투쟁'이었다.

"회사가 강성이면 노조도 같이 강성이 되고"

<종이배를 접는 시간> 북콘서트가 21일 저녁 창원대에서 열렸다. 대담 중간에 '엉클밥'이 희망버스에 참가했던 백기완 선생이 김진숙 지도위원을 생각하며 불렀던 <섬집 아기>를 부르기도 했고, 글을 썼거나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몇 대목을 낭송하기도 했다.

대담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먼저 정윤 작가의 진행으로, 책을 썼던 허소희·김은민 작가와 전태일문학상(3회)을 수상하고 고공농성을 소재로 한 소설 <워커바웃>을 펴내기도 했던 김하경 작가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행사 1부에서 정윤, 김은민, 허소희, 김하경 작가(오른쪽부터)가 대담하고 있는 모습.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행사 1부에서 정윤, 김은민, 허소희, 김하경 작가(오른쪽부터)가 대담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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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소희 작가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사수대(3명)을 85호 크레인에 올려보내고 밑에 있던 노동자들은 어떤 마음이고, 희망버스를 다녀간 사람들은 무슨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기록해서 정리하게 되었다"며 "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노동자들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넘겼는지를 보면, 그것은 노동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강서 열사 투쟁 때 조선소 안팎에서 천막을 치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분들이 정말 노동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아저씨들의 투쟁을 보면 한탄하는 게 아니라 하나씩 밟아가는 디딤돌로 여겼고, 그것이 노동해방으로 가는 가시밭길이든 꽃길이든 묵묵히 가는 것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김은민 작가는 "아저씨들은 희망버스를 기다리면서 종이배를 접었다"며 "저는 취재하면서 경미하지만 오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다"며 "많은 분들과 인터뷰를 했지만 다 싣지 못했고, 모든 분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고 말했다.

김하경 작가는 "90년대 한진재벌이 노조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던 이야기를 다룬 꽁트를 썼던 적이 있다"며 "한진 노동자들이 투쟁을 잘해서가 아니라 자본이 악랄하니까 노동자들은 회사를 닮아간다고 본다. 회사가 강성이면 노조도 같이 강성이 되고, 회사가 유순하면 노동자들도 그렇게 된다고 하는데, 한진은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해방 이후부터 우리 사회에서 고공농성이 많았는데, 여러 고공농성 자료를 찾아 소설로 썼는데, 실제 고공농성자의 관점이 아니라 지원․방문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썼다"며 "파업 현장에 지원하러 가는 사람들은 흔히 벌을 서기 위해 가는 기분이 들고, 미안하고 부채감 같은 것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그 시절은 웃음보다 눈물이 많았지만"

한진중공업 투쟁의 주인공들이 무대에 올랐다. 김정호 노동사회교육원 소장의 사회로, 김진숙 지도위원과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 박성호 부지회장, 도경정 가족대책위원장이 대담했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사진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성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부지회장이 책의 한 대목을 낭송하는 모습.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사진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성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부지회장이 책의 한 대목을 낭송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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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소장이 "불굴의 투사로 알려져 있지만 굉장히 눈물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309일 동안 버텼느냐"고 물었다. 김 지도위원은 "처음에 올라가면서 못 내려올 것이라 생각했고, 2011년 6월 27일(행정대집행)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사수대 4명이 크레인 중간지점을 지키고 있어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해 웃었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이야기하면서, 김 지도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라 하지 않고 '박근혜양'이라 불렀다. 그는 "출구조사 개표방송을 보는데 박근혜양이 되는 것으로 나왔다. 저는 술을 못 마시는데 그날 맥주 두 병을 마시고 만취해서 잤는데, 내일 일어나면 세상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 봤지만, 새벽에 일어나 보니 개떡 같은 일이 벌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 자본은 과거에도 합의를 해놓고 번복했던 적이 있기에, 자기네들이 당선되었기에 사측이 합의를 또 번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현장 복귀를 앞둔 노동자들은 불안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러다가 다음 날 택시를 타고 어디를 가는데 최강서 열사 이야기를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덧붙였다.

또 김 지도위원은 고 김주익·곽재규 노동열사의 장례를 치른(2003년) 뒤부터 겨울인데도 방에 보일러를 넣지 않고 차가운 물로 세수하고 머리를 감았던 추억도 떠올렸다.

도경정 위원장은 "처음에는 크고 힘든 일인줄 몰랐고, 아이 바빠만 챙겨주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며 "김 지도위원이 올라가 있으면서 신랑보다 노동자들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투쟁의 한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차 희망버스가 오기 전까지는 정말 힘들었고, 처음에는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연대투쟁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 (희망버스를 통해) 아이 엄마나 장애인, 성적소수자 등이 오는 것을 보고는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외롭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며 "책장을 넘기는 게 조금은 두려웠고, 그때를 떠올리면 눈물을 많이 흘렸던 것 같고, 그 시절은 웃음보다 눈물이 많았다"고 말했다.

"복수노조로 힘들지만... 다 끌어 안아야"

현재 한진중공업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와 별도로 기업노조인 한진중공업노조가 만들어져 있다. 조합원은 금속노조 지회보다 기업노조가 더 많고, 현재 교섭권도 기업노조가 갖고 있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차해도, 김진숙, 박성호씨.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차해도, 김진숙, 박성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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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해도 지회장은 "사측은 우리 집행부가 당선되기 이전부터 복수노조 준비를 해왔고, '친기업 후보'가 선거에서 떨어지면 복수노조를 만든다는 계획이 있었다"며 "금속노조 조합원은 800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190명 정도만 남아 있고, 사측은 금속노조 조합원은 현장에 복귀시키지 않고 있으며, 생계 어려움이 있지만 민주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부지회장은 "처음에는 기업노조로 넘어간 조합원들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갔다가 돌아올 것이라고 보았는데 세월이 지나니까 안주해버리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기업노조로 넘어간 사람들을 보면 신경질이 나고 했는데 그래도 참았고, 그들은 회사가 더 어려워지면 갈 테니까 민주노조 깃발만 들고 있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박 부지회장은 "어떤 경우라도 조합원들을 믿어야 하고, 간부라면 몸에서 사리가 서 말 정도는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참아야 한다"며 "지금 기업노조로 간 사람들도 민주노조가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고, 우리 힘이 강해지면 자기들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는 게 우리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 지회장은 "다 끌어안고 신이 되라고 하는데, 참 어렵다"며 "강물이 갈라지듯 했다. 처음에는 그분들이 도망을 가다시피 했고, 제가 나타나면 일제히 화장실에 가거나 쉬다가도 작업하는 것처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내려오고 난 뒤 120억 원 하던 85호 크레인은 고철로 폐기했고, 담장은 2m에서 6m로 더 높아졌으며, 최강서 열사 투쟁을 했던 자리는 지금 벽돌로 막아 놓았다"며 "조남호 회장은 이전의 모든 기억을 지우겠다는 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가 끝까지 노동조합의 숨통을 조인다면 우리는 또 다른 마당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도경정 위원장은 "힘든 일도 많았지만 희망버스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질 것이라 본다"며 "다른 사업장이나 먼 미래에 희망버스라고 하는 웃음부터 먼저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투쟁이 끝난 게 아닌데, 진짜 승리했을 때 모든 노동자들이 한진투쟁을 보고 배워 승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호 소장은 "고공농성 등을 따라하는 사람보다 같이 연대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한다"며 "한진중공업의 지난 투쟁을 보면 굉장히 어렵고 힘든 고비가 많았지만 다섯 차례 희망버스를 통해 새로운 연대의 방식과 희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동자 투쟁은 완전한 마무리가 없고 일단 매듭은 지어지고, 다시 투쟁으로 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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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사진은'엉클밥' 공연.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희망버스 등 3년의 투쟁 기록을 담은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 출간을 맞아, 21일 저녁 창원대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사진은'엉클밥'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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