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봄옷은 바깥구경을 며칠 못하고 옷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차가워지기도 합니다. 지난겨울 유난히 혹독했던 추위는 빙하가 녹아 해수온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기후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지금 기후변화는 남태평양에 잠기는 섬과 얼음 위를 위태롭게 걷는 북극곰으로 상징됩니다. 과연 그뿐일까요? <오마이뉴스>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통계수치나 외국사례에서 벗어나 '우리의 기후변화'를 찾아보려 합니다. '굿바이 사계절'은 다른 세계에 살게 될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수들은 추운 날씨에 넥워머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다.
 지난해 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수들은 추운 날씨에 넥워머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가 격돌했다. 1점 차로 앞서 가던 삼성이 3회에도 1사 1·3루의 찬스를 맞았으나, 타자가 친 공은 땅볼이 됐다. 공은 리그 최고 수준의 유격수 박진만 선수 앞으로 굴러갔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병살코스였다. 그러나 결과는 1루 주자만 아웃. 3루에 있던 주자는 홈으로 들어왔다. 박진만 선수가 글러브에서 한 번에 공을 빼지 못한 게 문제였다. 차가운 날씨에 손이 굳었기 때문이다. 이후 박 선수가 휴대용 '핫팩'이 들어 있는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 기온은 영상 4~5도가량이었지만 저녁이 되면서 바람이 불어 체감 기온은 영하로 떨어져 있었다. 박진만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주머니에 손을 넣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넥워머(간편하게 쓸 수 있는 목도리)를 착용한 선수들도 있었다. 관중석도 마찬가지였다. 두터운 야구점퍼를 입고도 목도리에 담요까지 덮은 관중들이 많았다. 10월에 마지막 날이기는 했지만 '겨울'이라고 해도 될 법한 날씨였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가을 야구'라고 해온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겨울 야구'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계절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큰 맘 먹고 산 봄 재킷을 몇 번이나 입어봤을까?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어울리는 날은 며칠이나 있었을까? 바로 얼마 전까지 봄 기분 내려고 얇게 입고 나갔다가 바들바들 떨었는데, 최근 며칠 사이는 한여름더위 같이 푹푹 찌는 날씨가 이어졌다. 봄이 아니라 마치 덜 추운 겨울에서 덜 더운 여름으로 넘어온 기분이 다. "봄, 가을은 없어진 거 같다"는 말이 쉽게 나온다. 봄이 원래 일교차가 크고 변덕스러운 날씨라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봄날'은 확연히 줄어든 느낌이다.

기후변화 논의의 시작과 현재

기온측정이 시작된 19세기 말부터 지구의 기온은 약 0.7℃ 상승했다. 1980년대 이후 매 10년의 평균기온은 그 이전에 10년보다 항상 높았고 해수면은 10~20cm 가량 상승했다.
 기온측정이 시작된 19세기 말부터 지구의 기온은 약 0.7℃ 상승했다. 1980년대 이후 매 10년의 평균기온은 그 이전에 10년보다 항상 높았고 해수면은 10~20cm 가량 상승했다.
ⓒ sxc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기후변화' 이야기다. 과거에는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은 보다 포괄적 개념인 '기후변화'가 주로 사용된다. 단순히 기온 상승에 따른 변화가 아닌 온도의 낮고 높음의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 전반을 의미한다. 잠시, 기후변화와 관련된 원론적 이야기를 살피고 가자.

기후변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 197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회의 '로마 클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서 "지구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관측 결과가 발표됐다. 이후 1985년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따른 온실효과로 기온이 올라가고 있음을 다시 제기했고,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가 구성돼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기후변화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소장 안병옥)에 따르면 기온측정이 시작된 19세기 말부터 지구의 기온은 약 0.7℃ 상승했다. 1980년대 이후 매 10년의 평균기온은 그 이전에 10년보다 항상 높았고 해수면은 10~20cm 가량 상승했다. 그밖에 빙하와 적설량 감소도 지구온난화를 부인할 수 없는 근거로 제시된다. 이러한 기온 상승의 원인은 온실가스 증가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게 과학계 다수의 의견이다. 산업혁명 이전에 약 280ppm에 불과했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달 들어 처음 400ppm을 넘어섰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온 상승에 관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 영향력은 미비하다는 주장이다. 최근에 주목할 만한 주장이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와 미항공우주국(나사) 공동연구진은 지난 19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금세기 말까지 급격한 온난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향후 수십 년간 전 세계 평균기온이 IPCC 예상치의 20% 정도만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지나친 위기감 조성을 경계한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지구온난화는 현실이고,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것에는 아직까지 큰 이견이 없다. 동시에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와 적응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여기까지는 알 만한 사람은 알고, 모르면 모르는 오래된 이야기다.

시나리오와 외국사례로만 경험한 기후변화

우리가 기후변화를 가장 가깝게 느끼는 건 뉴스를 통해서다. 각종 기상 이변과 새로운 예상 시나리오를 다룬 뉴스가 거의 매일 쏟아진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천 송도가 90년 안에 물에 잠길 것이라는 뉴스가 화제를 모았다. 향후 온실가스 감축이 없으면 서해안 해수면이 2100년까지 약 85cm 상승해 송도신도시 같은 매립지의 침수 및 범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상청이 발간한 '2012 기후변화 시나리오'의 내용이다. 비슷하게 대부분의 기후변화 뉴스는 "얼마 후 어떻게 될 것"이라는 '예측 시나리오'다.

여기에 실제 기후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현장의 소식은 대부분 외국 사례였다. 북극에 빙하가 녹아내리고, 북극곰들이 위태로운 얼음 위에서 모습이 대표적이다. 아프리카에 계속 되는 가뭄 문제와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에 잠기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이야기도 그렇다. 특히 투발루의 경우 당사자들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 배출이 미비한데도 상대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보다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투발루의 사례는 기후변화에 따른 불평등, 환경정의의 관점에서 많이 이야기 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그동안 우리가 간접적으로 기후변화를 경험해 오던 방식이다. 미래를 전망한 시나리오와 외국의 사례들로 그동안 우리는 기후변화를 이해해 왔다.

하지만 한국에도 기후변화가 현재 진행형인 현장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에서 감귤이 없어지고 대구에서 더 이상 사과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감귤의 재배지역은 남해안까지 올라왔고, 사과는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제 경기도 양평에서도 재배된다. 기후불평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 2011년 6명에서 2012년 14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부분이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홀몸노인으로, 폭염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계층에서 주로 발생했다.

'한국의 기후변화' 현장을 찾아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서귀포시 용머리해안 탐방로는 만조 때 통로 일부가 바닷물에 잠겨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은 썰물 때 개방된 용머리해안.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서귀포시 용머리해안 탐방로는 만조 때 통로 일부가 바닷물에 잠겨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은 썰물 때 개방된 용머리해안.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국의 기후변화'는 바로 이런 곳에 있다. <오마이뉴스>는 다소 멀게 느껴졌던 기후변화를 우리의 이야기로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굿바이 사계절' 기획을 마련했다. 단순히 보고서와 통계를 인용하는 게 아니라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볼 것이다. 대구에서 정말 사과가 사라졌는지, 사라졌다면 그 자리에는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 말이다. 앞서 이야기 한 야구장 문화와 우리 옷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관심사다. 또 한국에서 벌어지는 기후불평등의 현장도 찾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를 대비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와 사람들도 소개할 것이다. 정부를 비롯해 각 지자체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많은 예산도 투여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일반 시민들 가운데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과 만남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자세를 고민해 본다.

'굿바이 사계절' 기획은 한반도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제주도 취재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이어진다. 기획에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함께 한다. 끝으로 1년 동안 뉴욕 한 복판에서 '지구의 영향을 주지 않는 삶'을 실천한 <노임팩트맨>의 저자 콜린 베번의 말에서 기후변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답을 찾아보자.

"기후 문제는 워낙 거대한 문제라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에너지와 재화의 생산량에 관계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임무는 어떤 식으로 살아야 되는지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선택한 생활방식을 도모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이다. 계속 우리 별의 지원을 받고 싶으면 우리는 다른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태그:#기후변화, #대구, #제주도, #지구온난화,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