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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봄옷은 바깥구경을 며칠 못하고 옷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차가워지기도 합니다. 지난겨울 유난히 혹독했던 추위는 빙하가 녹아 해수온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기후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지금 기후변화는 남태평양에 잠기는 섬과 얼음 위를 위태롭게 걷는 북극곰으로 상징됩니다. 과연 그뿐일까요? <오마이뉴스>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통계수치나 외국사례에서 벗어나 '우리의 기후변화'를 찾아보려 합니다. '굿바이 사계절'은 다른 세계에 살게 될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제주도는 한국의 어느 지역보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 곳이다. 전형적인 아열대 어종인 대형 참다랑어(참치)가 출현하는 등 아열대어종 개체 수와 종류가 급증한 바다는 물론이고, 육지 곳곳에서도 조금씩 '뜨거워지는 제주'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 같은 상황과 밀접한 참다랑어, 자리돔, 아티초크, 감귤의 눈으로 제주도의 기후변화를 살펴봤다.

제주도의 기후 변화로 아열대 어종인 참다랑어가 나타났으며, 제주도의 특산품인 자리돔과 감귤은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아티초크 역시 제주도에서 재배가능해졌다.
 제주도의 기후 변화로 아열대 어종인 참다랑어가 나타났으며, 제주도의 특산품인 자리돔과 감귤은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아티초크 역시 제주도에서 재배가능해졌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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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랑어] "86년간 수온 1.94℃ 상승... 어획량 크게 늘고, 양식도 가능해요"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사와 연구원들이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아열대 어종 서식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사와 연구원들이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아열대 어종 서식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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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태평양 먼 바다에서 뛰놀던 우리가 한국의 제주도를 찾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제주바다는 동해나 서해에 비하면 따뜻했지만 몸을 키우고 겨울을 나기엔 2% 부족했거든요. 잘 먹고 잘 자라면 제 몸은 1미터를 훌쩍 넘기지만, 제주 어부들은 고작 50~70cm짜리 꼬맹이들만 볼 수 있던 이유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저와 제 가족들은 한반도 남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많이 따뜻해졌거든요.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86년 동안 제주도 연안 표층 수온은 1.94℃나 높아졌대요. 특히 겨울철 바다가 많이 따뜻해졌고요. 전 세계 수온 상승 속도(0.67℃, IPCC 2007년 보고서)보다 약 3배 빠른 속도랍니다.

2008년 처음으로 1미터가 넘는 제 동족들이 한국어선 그물에 걸렸어요. 작은 친구들이야 1마리당 위판가격이 15만 원쯤이지만, 이 정도 크기만 해도 50만 원 정도라 어부들이 함박웃음을 짓더군요. 2009년에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자라는 식구들도 생겨났고요.

얼마나 되냐고요?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를 확인해봤어요. 2009년까지 기록이 없던 제 종족들은 2010년 무려 한반도 주변에서 293톤이나 잡혔네요. 2011년에는 148톤, 2012년에는 242톤 잡혔고 지난해엔 양식장에서 세상을 등진 친구들도 3톤에 달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저와 다른 참다랑어들은 1년 내내 제주 바다에서 뛰놀지도 모르겠네요.

[자리돔] "'물 반 자리 반'이었지만... '제주 특산' 꼬리표 떼야 할 수도"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어민들이 자리돔을 잡기 위해 조업을 하고 있다.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어민들이 자리돔을 잡기 위해 조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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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반, 자리(제주도 방언) 반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저를 보면 말하곤 했어요. 요즘도 지역 횟집이나 음식점을 지나다보면 '자리 물회'란 메뉴가 자주 등장합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우리 비늘을 벗겨내고 머리와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한 후 뼈째 잘게 썰어서 양념을 끼얹고 물과 얼음을 넣어 먹어요. 그거 아세요? 제주도식 물회는 고추장이 아닌 된장+고춧가루 양념이랍니다.

제 어머니는 저와 제 형제들을 6~8월에 낳으셨어요. 형제들은 몇 만 명이라 이름은 다 모르겠네요. 산란기 한 달 전부터 통통하게 살 오른 어미 자리돔들은 힘차게 제주바다를 누벼요. 그런데 요즘 우리 구역(?)은 더 넓어졌어요. 얼마 전에는 독도와 울릉도까지 진출한 자리돔도 있었어요. 서해에서 상대적으로 물이 따뜻한 흑산도와 가거도 쪽으로 나아간 동족도 있고요.

다른 지역에서 우리가 잡히는 경우도 늘어나는 모양입니다. 저도 통계청 자료를 보니, 2000~2002년까지만 해도 100% 제주산이던 자리돔들은 점점 경남, 부산, 전남 쪽에서도 많이 나고 있습니다. 경남 출신 자리돔들은 2008년 18톤에서 2011년 81톤까지 늘어났어요. 지난해 42톤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아예 나지 않던 시절에 비하면 큰 변화죠. 수십년 후에는 한반도 전역에서 우리들을 볼 수 있다고 추정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때엔 더 이상 '제주 특산 어종'은 아니겠죠.

[아티초크] "'지중해 향수병' 없이 쑥쑥 자라요... 브로콜리 대체할 것"

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 성기철 아열대작물재배연구실 농업연구관이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소득작물로 개발 중인 아티초크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아티초크는 품종별 꽃눈이 분화하는 시기와 생육, 수량, 품질 등을 조사하고 있다.
 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 성기철 아열대작물재배연구실 농업연구관이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소득작물로 개발 중인 아티초크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아티초크는 품종별 꽃눈이 분화하는 시기와 생육, 수량, 품질 등을 조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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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에 걸릴 줄 알았어요. 고향 지중해는 너무 멀고, 제주도란 섬은 한없이 낯선 곳이니까요. 그런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나봐요. 2005년 이탈리아에서 온 지 3년 만에, 저는 제주도에 잘 자리 잡았습니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제주도가 더 따뜻해지면 제가 브로콜리를 대신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브로콜리는 배추과, 저는 국화과이지만 둘 다 꽃봉오리를 먹는 채소거든요.

제주지방기상청은 1971~2000년 동안 연평균 기온은 15.6℃였지만, 1981~2010년에는 15.9℃였고, 이 추세대로라면 2011~2040년에는 연평균 기온이 16.2℃로,  2011~2040년에는 16.2℃로, 2041~2071년에는 17.5℃, 2071~2100년에는 18.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아직 농가에서 본격적으로 재배를 시작하진 않아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은 여전히 수입산 아티초크를 쓰고 있지만요. '한국산 아티초크'를 동네 슈퍼에서, 골목시장에서 볼 날도 멀진 않았습니다.

[감귤] "기온 상승으로 병충해·생장 어려움... 2060년엔 없어진다"

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 성기철 아열대작물재배연구실 농업연구관이 기온상승에 따른 감귤의 기후학적 재배적지 변화를 예측한 지도를 보여주며 "기온이 2℃ 상승하면 감귤 재배 적지가 육지로 북상해 현재의 5만㏊에서 30배까지 증가할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 성기철 아열대작물재배연구실 농업연구관이 기온상승에 따른 감귤의 기후학적 재배적지 변화를 예측한 지도를 보여주며 "기온이 2℃ 상승하면 감귤 재배 적지가 육지로 북상해 현재의 5만㏊에서 30배까지 증가할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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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에 살던 제 사촌들은 얼굴빛이 안 좋았어요. 폭염과 잦은 열대야 탓에 고운 빛깔을 띨 때까지 평소보다 오래 걸렸거든요.

야외에서 지내는 저도 땅이 점점 더워지면서 높은 온도에서 잘 사는 잡초와 병원충, 해충이 늘어 괴롭습니다. 물론 기온이 오른 덕분에 제주도 여러 곳에서 감귤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됐지만, 지금처럼 뜨거워진다면 2060년쯤 우리들은 제주도에서 살기 힘들어진다고 해요.

그래서 감귤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고 있어요. 제주도를 떠나 남해안 일대에 하나둘 뿌리를 내리고 있답니다. 통계청 농작물생산조사 통계에 따르면, 2000~2005년 동안 전남과 경남에서 노란 빛을 자랑한 감귤들은 연평균 233톤이었는데, 2006~2011년에는 연평균 267톤으로 늘어났어요.

계속 다른 지역산 감귤이 늘면 제주도 감귤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겠죠. 열대과일인 망고나 키위, 스타후르츠 등을 키우는 일이 점점 주목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값은 비싼 편이어도 맛과 향이 뛰어난 제주산 애플망고의 경우 지난 5월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였다고 해요.


태그:#기후변화,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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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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