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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 '갑'들은 마음이 불편하다. 아니 자존심이 엄청 상할 것이다. '라면 상무', '조폭우유', '빵회장', '윤창중 스캔들' 사건들로 인해, 영원히 '을'로만 존재할 줄 알았던 이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했기 때문이다. 옛날 같으면 영원히 묻힐 뻔한 일들이었지만, '을'들은 '갑' 영향 아래 있는 기성언론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SNS'를 통해 갑들 횡포를 낱낱이 고발했다.

한국사회 '불평등' 보여준 갑을 관계...분노만 하면 안될 것

지난 20여일 동안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갑을' 관계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체험했다. 을들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해도, 말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밥줄' 달렸기 때문이다. 아들뻘 되는 갑이 밀어내기를 하고, 욕설을 해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비슷하다. 어떤 을들은 참고 넘어갔지만, 다른 을은 스스로 생명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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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갑을 불평등에 감정적 분노만 한다면 '라면 상무', '빵회장', '조폭우유'는 반복될 것이고 "난 돈만 벌면 된다"를 당당하게 말하는 '수퍼갑' 역시 현재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옛말에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불평등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해야 적어도 을이라는 이유로 사람답게 사는 것을 포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계급과 노동운동의 사회학>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 <불안사회 대한민국 복지가 해답인가> 같은 책으로 지난 30년 동안 우리 사회 계급과 불평등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온 신광영 교수(중앙대 사회학과)가 펴낸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는 "경제적 불평등인 임금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불평등을 해부"하고 있다.

신 교수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불평등 현상은 매우 뚜렷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원인과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고 말한다.

민주화는 '불평등' 약화...신자유주의는 '불평등 악화'

신 교수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통해서는 불평등이 약화되었지만, 신자유주의는 불평등을 악화시켰다고 밝힌다.

"1987년 민주환 이후 소득 불평등 하락은 민주화의 산물이었다. 노동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제조업 부문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했고, 이는 전체적으로 임금 불평등과 가구소득 불평등의 약화를 가졌다.(중략) 이는 민주주의가 노동자들 권리를 증대시켜 결과적으로 소득분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60쪽)

민주화가 불평등을 약화시켰다는 저자 주장은 ''5.16군사반란'을 "구국의 혁명"이라며 박정희가 독재는 했지만, 경제는 발전시켰다'고 강변하는 이들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지 증명하고 있다. 민주화는 우리 사회 불평등을 약화시켰지만 그 생명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1997년 찾아온 IMF는 한국 사회를 불평등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1997년 이후 외환 위기를 계기로 이루어진 급격한 신자유주의적 경제 개혁 효과가 민주화 효과를 압도하면서 전반적으로 불평등이 급격하게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는 소득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빈곤층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40쪽)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화가 '약자'를 짓눌러 그들만의 세상을 만드는 신자유주의가 지배하자 계급 간 불평등뿐만 아니라, 계급 내 불평등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예를 들어 산업 부문에서 불평등의 문제는 산업 부문 간 불평등의 문제보다 산업 부문 내 불평등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특히, 3차 산업 내에서의 임금 불평등이 전체 임금 불평등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계급간 불평등만 아니라 계급내 불평등도 급격하게 증가"

"제1차 산업 부문에서 불평등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제2차 산업과 제3차 산업에서 불평등이 증가해 산업 전체적으로 불평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차 산업 내의 불평등 심화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종사자 비율이 가장 높고 또한 계속해서 종사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제3차 산업에 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점이라고 볼 수 있다."(124쪽)

'88만원세대'처럼 2030세대가 4050세대보다 임금에서 더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는 오히려 2030세대와 4050세대 내부에서 불평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청년실업 문제와 세대간 갈등만으로 보려는 우리 시각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세대간 불평등은 약화되었으며, 반면에 새대 내 불평등들이 심화되어 전체 불평등이 증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내 불평등은 모든 세대에서 크게 증가했다. 세대 내 불평등이 커지는 주된 이유는 계급에 따른 소득 격차가 연령 증가와 함께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0대와 50대에서 세대 내 불평등이 대단히 컸다.(157쪽)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재벌가 자녀들이 수십 억, 수백 억 주식 부자이다. 부의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은 재벌가만 아니다. 이명박 정부 어느 외교부 장관은 자신의 딸을 특혜 입사시켰다고 논란을 빚다가 물러났다. 부의 대물림만 아니라 권력과 권세 대물림 마저 하려고 한 것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불평등은 고질병이다.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는 성별 임금 격차는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임금에 비해 30% 정도 낮으며, 이 가운데 50% 이상이 젠더 차별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같은 여성 사이에서도 불평등은 심하되고 있다. 특히 남편 소득에 따라 임금 격차게 크다고 신 교수는 주장한다.

"남편의 소득이 높을 수록, 부인의 소득도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남편과 부인의 소득을 합친 가구소득 불평등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에서 배우자 선택이 교육 수준이 비슷한 남녀 간에 이루어지는 동질혼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런 속성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210쪽)

'갑'도 같은 '갑'이 아니고, '을'도 같은 '을'이 아니라는 말이다. 즉 상황에 따라 갑도 을이 되고, 을이 갑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 불평등이 단순하지 않고 그만큼 복잡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불평등 시한폭탄 시계를 멈춰야 한다...

'한강의 기적'을 통해 대한민국이 압축 성장했지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부자는 더 부자,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한 세상이 됐다.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신 교수는 지난 달 2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릅니다"라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닮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OECD 통계에 나온 비정규직 비율 1위,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 불평등 3위, 상대 빈곤율 2위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갑의 횡포에 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시한폭탄이 이미 '째깍째깍'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째깍거리기 시작한 시한폭탄 시계를 멈춰야 한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민주화를 적극 추진해야 하고, 정치권은 법안을 만들고, 자본은 "경제위기"운운하면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딴죽을 걸지 말아야 한다. 시한폭탄이 터지면 모두가 망한다.

덧붙이는 글 |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신광영 지음 ㅣ 후마니타스 펴냄 ㅣ 15000원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신광영 지음, 후마니타스(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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