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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맑스 코뮤날레 개회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는 백기완 선생
▲ 백기완 선생의 격려사 제6회 맑스 코뮤날레 개회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는 백기완 선생
ⓒ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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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마르크스에 빠지지 않으면 바보이고, 그 후에도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 있는 것은 더 바보이다.'


평생을 전체주의와 맞서 싸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었던 과학 철학자이며, 과학 철학 뿐 아니라 사회 및 정치 철학 분야에서도 많은 저술을 남겼던 오스트리아 출생의 Karl Popper(칼 포퍼)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 말이 유포 된지도 한참이나 지났고 그렇게 유명한 학자가 남긴 말이었으니 누군가 마르크스주의로 살고 있다고 한다면 바보라고 놀리기에 딱 좋은 말이다.

그런데 놀림 받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큰 행사를 벌였다. 'Marx Communnale'(맑스 코뮤날레)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맑스 코뮤날레'라는 단어는 '맑스(Marx)+코뮤니스트(Communist)+비엔날레(Biennale]'의 합성어이다. 맑스의 사상과 코뮤니즘 운동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각 분야의 연구자와 활동가, 단체들이 모인 학술문화제이다.

2년에 한 번씩 개최하여 마르크스 사상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이론과 운동의 상호 소통과 발전을 위해 2003년 5월 시작했다. 6회째를 맞이했으니 올해로 벌써 10년이나 되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경상대 정성진 교수는 개회식 사회를 맡아 마이크를 잡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회는 열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만큼 경제적인 여건도 사회적인 여건도 좋지 않아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열리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많은 분들의 노력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이어진 서울대 최갑수 교수는 인사 겸 개회식 선언에서 "영국에서 처음으로 지하철이 만들어졌을 때는 지하철에 창문이 하나도 없었다. 컴컴한 동굴을 지나는데 무슨 창문이 필요하겠냐는 생각에서 그랬다. 그러나 승객들의 항의에 못 이겨 결국 창문을 설치하게 되었다. 아무리 어두운 동굴 같은 지하를 다닌다고 해도 상상력이 금지당하는 것을 시민들은 참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지하터널에 갇혀버렸다. 하지만 우리의 새로운 상상력으로 이 시대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 맑스 코뮤날레의 의의는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의 개회식 선언에 이어 백기완 선생의 격려사가 있었다. 정성진 교수에 의하면, "처음에는 개회식을 생략할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논의 끝에 최소화 하고 폐막식을 좀더 크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간락하게 하기로 했다. 원래 백기완 선생님은 폐막식에 오셔서 축하해 주시기로 했는데, 일정이 겹치는 관계로 이렇게 개회식에서 격려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 자분주의의 위기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이 이어졌다
▲ 맑스 코뮤날레 첫 날 전제 주체 발표 세계 자분주의의 위기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이 이어졌다
ⓒ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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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선생은 격려사를 위해 강단에 서자마자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우렁찬 목소리로 참석자들에게 두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여러분 바랄이 뭔지 아세요? 내가 죽더라도 꼭 이루어야 하는 꿈을 말하는 겁니다. 맑스를 따르는 여러분의 바랄이 세상을 평등하게 하고 다함께 살게 하는 것이지요. 여러분, 그러면 죽더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에요, 직무유기. 시간이 많이 갔지만 한 가지만 더 말할게요. 맑스 코뮤날레의 취지가 맑스의 사상의 대중화라고 했지요. 그런데요, 그 대중화라는 말에 속지 마세요. 대중화라는 건 꿈이에요. 여러분이 바랄 위해 죽는다면 그 대중화는 자연히 이루어지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최선을 다해 바랄을 이루신다면 맑스의 대중화는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20분만에 끝난 개회식에 이어 이번 맑스 코뮤날레의 주제인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이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특히 주제 발표는 중국 경제가 세계 자본주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많이 부각되었다. 중국 경제와 관련 없는 주제 발표에도 말이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뇌관이라는 표현이 회자 된 지도 오랜 된 일이지만 2008년에 불어 닥친 미국 발 세계공황은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중국 경제에 대한 걱정이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내외적으로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정치, 경제적 문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에도 대회가 열리는 서강대 다산관 홀에서는 책 전시와 판매, 이 대회의 주관 단체 중의 하나인 "문화연대"가 주축이 되어 조형물 설치가 한창 중이었다. 특히 이날 눈길을 끌었던 조형물이 하나 있었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울산 현대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직접 신고 일했던 작업화들이에요. 그분들이 직접 주셨어요. 신발에 꽂힌 꽃들은 그분들의 땀과 눈물로 피어난 꽃들이에요. 그분들이 하루 속히 복직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울산 헌대자동차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작업화로 만든 조형물
▲ 노동자들의 작업화 핀 꽃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울산 헌대자동차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작업화로 만든 조형물
ⓒ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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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 직접 대회에 참석해 자신들의 어려운 사정을 신문에 광고할 수 있도록 모금을 부탁하고 있었고, 사진집 판매도 하고 있었다. 여기에 참여한 참가자들에게 피켓이나 머리띠를 두르고 촬영해 주는 순서도 가졌다.

맑스 코뮤날레라는 대회가 학술문화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 자리는 그저 학술인들이 모여 지적 유희를 즐기기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이 시대에 자본주의에 의해 파괴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소망이었다. 이들에게 맑스는 여전히 희망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인터넷 신문 에큐메니안'(http://www.ecumenian.com)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맑스 코뮤날레, #맑스는 여전히 희망이다, #맑스 코뮤날레 개막식, #문화연대, #노동자들의 작업화에서 피어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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