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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려는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와 조례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한 새누리당 소속 경남도의원들에 대한 각계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16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홍준표 날치기 규탄 범국민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진주의료원 문제에 관해 서울에서 열린 첫 촛불집회로, 진주의료원 노조원들을 비롯해 약 250여 명이 참가했다.

17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홍준표 날치기 규탄 범국민촛불문화제'가 열렸다.
▲ 광화문을 밝힌 '진주의료원 지키는 촛불' 17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홍준표 날치기 규탄 범국민촛불문화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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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운 진주의료원지키기, 공공의료강화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는 "홍준표 지사는 강성, 귀족노조 때문에 진주의료원을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새빨간 거짓말이다"며, "진주의료원 직원의 임금 수준은 전국 다른 지방의료원 임금의 80%밖에 안 되며, 같은 조건 공무원 임금의 70%밖에 안 된다. 게다가 지난 5년간 임금 동결까지 해왔다고 한다. 어느 강성, 귀족 노조가 5년이나 임금 동결을 하나"라고 말했다. 8개월간 진주의료원 측이 임금을 체납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어느 강성, 귀족노조가 8개월간 돈을 못 받나"

이어서 의료원 폐업을 막기 위해 21일째 경남도청 앞 천막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간호사 강종숙씨의 발언 영상이 나왔다.

강씨는 "내가 고달파도 (의료원이) 정상화될 수 있다면 이 고통은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홍준표 도지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우릴 괴롭히는 과정에서 이젠 힘들다"며 "하지만 불쌍한 환자들, 이곳이 없어지면 갈 곳이 없어지는 환자들을 편안히 해주기 위해서라도 싸우겠다"면서 시민들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강씨는 "노동운동이 뭔지, 단식이 뭔지도 모르고 이 자리에 앉았다. 그게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면서, "울면서 돌아간 환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문화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화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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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 이어 이번엔 진주의료원 간호사 강은주씨의 발언이 있었다.

강씨는 "진주의료원은 가족 같은 환자들과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학교다. 이 학교에서 투쟁도 배웠다"고 한 데 이어, "하지만 세상엔 우리 (의료원의)환자 같은 사람, 직원 같은 사람만 살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면서, 경남도의회의 의료원 폐업 관련 조례 개정안 날치기로 인한 분노를 표명했다.

강씨는 17일 오후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에 들어간 박석용 진주의료원 노조 지부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씨는 "당뇨에 심근경색에, 약봉지를 들고, 많은 두려움을 안고 철탑 위에 오른 지부장님을 잘 알 것"이라며, "그 두려움을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바로 우리"라 하면서, 박 지부장에 대한 많은 격려와 성원을 당부했다.

"노동운동이 뭔지 몰라도 환자들 편안히 해주고자 단식"

좌측부터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 민주통합당 진성준 의원 및 남윤인순 의원
▲ 촛불문화제에 동참한 국회의원들 좌측부터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 민주통합당 진성준 의원 및 남윤인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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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집회엔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 이목희 의원, 진성준 의원, 장하나 의원, 남윤인순 의원,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미희 의원은 "지금 여러 지역에 철탑에 올라가 계신 분들이 있는데, 이 진주의료원 문제만큼은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서 어서 철탑에 올라가신 분들(박 지부장,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수동 진주지부장)이 내려오게끔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정진후 의원은 "진주의료원 문제는 단순한 경남도만의 문제가 아닌, 이 나라 보건의료정책의 근간이자 핵심문제"라며,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명박 정권 시절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장관이 마구 시행했던 행정명령을 통해서라도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아라"라고 촉구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전체 의료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몇 안 되는 공공의료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장하나 의원은 "이 사태는 새 정부의 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계기라 생각한다. 폐업을 못 막으면 5년 동안 복지의 엄청난 후퇴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든다"고 했다.

양성윤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문화제가 이뤄진 장소 바로 근처에 있는 대한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비롯한 또 다른 고통 받는 노동자들에 대해 함께 언급했다. 그는 얼마 전 타계한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의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불행하다. 분노하고 저항할 때만 인간의 존엄성을 찾을 수 있다"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인간 존엄성을 찾기 위해 진주의료원 폐업 저지 투쟁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노동자가 문화제 공연 중 일어서서 "홍준표를 규탄한다"가 쓰인 피켓을 들고 울부짖고 있다.
▲ "홍준표를 규탄한다!" 한 노동자가 문화제 공연 중 일어서서 "홍준표를 규탄한다"가 쓰인 피켓을 들고 울부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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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에만 있는 시설 세 가지

보건복지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저지를 위해 7일간 단식투쟁 중인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우리나라 지방 의료원 34개, 적자라고 해서 문 닫으면 전부 다 닫아야 한다. 전국에 공공의료센터가 없는 곳이 52개 지자체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진주의료원 문마저 닫으면 지방 공공의료 체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란 걸 강조했다.

우 실장은 "공공의료원의 중요한 역할은 적정진료다. 진주의료원이 MRI 검사에 30만 원을 받으면, 다른 병원은 여기에 20만 원을 얹어 50만 원을 받는다. 즉 (공공의료원은) 적정한 진료, 그리고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진료에 대해선 의료비 가격까지 정하는 기능까지 갖는 것"이라면서, 공공의료원으로서 진주의료원의 역할이 중요하단 걸 언급했다.

진주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인 서울 동부병원에서 내과의사로 근무하는 이보라 씨는 "우리 공공병원엔 민간병원에는 없는 특이한 시설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노숙인이나 행려환자분들 등을 도저히 그냥 입원시킬 수 없을 시 목욕시키는 게 가능하게 하는 응급실 내의 목욕실, 둘째로 보호자도, 돈도 없는 환자들을 돌보기 위한 무료 공동 간병인실, 셋째로 노숙인 복지시설에서 상태가 안 좋은 분들을 돌보기 위해 필요한 23인실 등이 있다"라며, "이런 공공병원의 시설과 제도를 이용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것은 큰 보람"이라 했다.

아울러 "경제가 힘들어지면 서민들은 병원 가기 더 힘들어진다. 제발 경제 살린다면서 기업만 살리지 말고 서민들을 살려줬으면 한다. 특히 취약계층을 살리는 공공병원을 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 연설하고 있다. 우 실장은 보건복지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기 위한 단식투쟁을 7일간 이어가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이 연설하고 있다. 우 실장은 보건복지부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기 위한 단식투쟁을 7일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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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명 환자 돌볼 간병사마저 나가라 하는 홍준표"

집회 마지막 발언은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장식했다. 유 위원장은 "아직 의료원 내에 남아있는 환자가 30여 명인데, 이들을 돌보는 간병사들마저도 (경남도 측은)4월 20일 자로 나가라고 했다 한다"며, "환자를 위해 있어야 하는 병원이 환자를 내쫓고 의사를 내쫓고, 이제 그 환자들을 돌보는 직원들을 내쫓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홍준표 지사에 대해 "우리 보고 강성노조, 귀족노조라 하는데, 30억 재산 소유한 채 서울에다가 여전히 종합부동산세 내고 있는 홍준표 지사 보고 우린 귀족 도지사라 얘기한 적 없다. 그런데 왜 우릴 귀족노조, 강성노조라 하여 만신창이로 만드느냐"면서 성토했다. 유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조속히 업무개시 행정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계는 18일 경남도의회의 진주의료원 폐지 조례안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1박 2일간 쉴 새 없는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태그:#진주의료원,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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