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이, 빨간 립스틱으로 고혹적인 이미지 변신

이하이, 빨간 립스틱으로 고혹적인 이미지 변신 ⓒ YG


이하이는 괴물이다.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예뻐진 모습처럼 좀 더 예쁘장한 별칭을 붙여주고 싶지만, 그녀의 재능을 설명하기에 다른 단어들은 너무 거창하고 때로는 너무 협소하다. 축구계 유망주들의 폭발적이면서도 다재다능한 면모를 볼 때의 느낌이 그녀에게는 있다.

능수능란하지만 동시에 뼈가 다 굳지 않은 아이처럼 불완전한 모습,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한 존재감과 폭발력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괴물이다. 언제, 어느 시점에서, 어떤 속도로, 얼마나 자라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하이의 무서움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지난 7일 발매된 새 앨범은 그녀의 이러한 면모를 드러내는 데 전력을 다한 모양새다. 도입 트랙인 '턴 잇 업'의 묵직한 비트와 이하이의 직선적인 보컬은 첫 싱글 '1,2,3,4'에서의 리드미컬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강렬한 사운드에서도 곡에 대한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리듬 앤 블루스 트랙인 '스페셜'과 '드림'(Dream)에는 배워서는 터득해낼 수 없는 천부적인 그루브와 나이답지 않은 끈적이는 표현력이 부드럽게 곡에 녹아있다. 변화가 심한 코드와 복잡한 리듬에도 호흡과 감정처리가 제법 안정적이다. 신인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음악적으로 대담한 시도다. 매력적인 발전이다.

곡을 소화하는 그녀의 재능은 국내 모든 신인들을 통틀어 단연 최고다. 그녀를 돋보이게 할 작곡가들의 커리어 역시 국내 톱이다. 다만 사운드의 측면에서 보자면 그에 걸 맞는 앨범이 나왔는지는 확답하기 어렵다. 이하이의 끈적이는 보컬에 수십 번 다듬은 듯한 매끈한 사운드 질감, 그리고 두껍게 퍼진 마스터 볼륨은 서로 조화롭지 못하다. 보컬리스트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지금보다 거칠고 부피감이 적은 시퀀싱을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전자 베이스 대신 콘트라베이스를 기초로 한 단출한 사운드로 편곡을 시도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이 앨범은 트렌드의 첨단을 따라가는 앨범이 아니다. 그렇기에 로우파이라는 역발상을 시도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앨범이었다. 그런 패기가 아쉽다.

이 앨범은 엄밀히 말해 이하이라는 뮤지션의 비전을 보여준다기보다 현재의 면모를 끌어내는 데 주력한 모습이 더 강하다. 어린 나이에 너무 빠른 포지셔닝은 오히려 독이라는 양현석의 생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하이를 애지중지 아끼는 그에게 있어서 이 부분은 굉장히 큰 고민일 수 있다. 그 고민을 감안하면 앨범의 구성은 그럼에도 상당히 단단하고 미끈하다. 감성의 괴리가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다채롭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의 이하이에게는 리한나의 직선적인 목소리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불규칙한 그루브가 동시에 존재한다. 모든 걸 완벽하게 갖췄다기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옅고 고르게 갖췄다. 괴물로 칭송받는 모든 유망주가 그렇듯, 미래의 그녀가 무엇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프로듀서의 리더십과 역량에 따라서 그녀는 독수리가 수도, 오리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의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도자기처럼 깨지기 쉬운 10대 중반의 말랑말랑한 원석을 어떤 방향으로 다듬어낼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큰 숙제다. 

이하이 양현석 YG 리한나 에이미 와인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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