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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을 다니면서 어느새 모리즈미 자신도 방사능에 피폭이 됐다. 그는 피폭된 이들 자체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된다는 경고라고 말한다.
 현장을 다니면서 어느새 모리즈미 자신도 방사능에 피폭이 됐다. 그는 피폭된 이들 자체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된다는 경고라고 말한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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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오늘(11일)로 2년이 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말해 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핵이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는 것과 핵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은 확실히 보여주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여전히 16만 명이 집에 돌아갈 희망조차 품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현장을 기록했던 이가 있다. 일본의 환경다큐사진작가 모리즈미 다카시(森住卓·63·일본)씨 바로 그 사람이다. 10일 입국하는 그를 김포공항에서 만났다. 모리즈미씨의 이번 방문은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과 환경운동연합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그는 11일 국회에서 '갈 수 없는 땅, 남겨진 사람들'이란 제목의 사진전과 에너지전환 공청회 등에 참석하고 이어 14일까지 천안, 광주, 서울 등에서 사진 강연회를 진행한다.

공항에서 그를 맞이한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 마중물가치교육연구소 장영예 소장, 한국DMZ생명평화동산 김호영 이사와 반갑게 인사하는 동안 백발이 성성한 그의 모습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느낌이다. 눈빛이 따스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이 차분하게 바뀔 때가 있다. 자신의 찍은 방사능 피해 현장 사진을 설명할 때가 바로 그때다.

 구소련 핵실험 피해 지역 세미파라친스크의 어린이 시설.
 구소련 핵실험 피해 지역 세미파라친스크의 어린이 시설.
ⓒ 모리즈미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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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SBS 물 환경대상 시상식에서 에코프로포저로 강연한 그는 구소련 공화국의 비밀 핵실험 장소였던 세미팔라친스크의 피해 상황, 걸프전 당시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피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 사진을 차례로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마치 남의 이야기 하듯 차분하게 말을 했지만, 당시 객석에서는 너무나 비참한 모습에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20대 때 언론사 사진기자로 근무했던 모리즈미씨는 1990년대 초반부터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에서 열화우라늄탄 사용되는 것을 보고 '피폭국'인 일본의 사진가로서 취재에 상당한 의무감을 느꼈다"면서 자신이 이 일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한다. 그는 이후 전 세계 핵실험 현장과 피폭자들을 취재했다.

열화우라늄탄은 탱크 등 중장갑 차량 파괴용 포탄으로, 걸프전(1991년) 이후 보스니아전쟁(1995년), 코소보전쟁(1999년) 등 사용됐다.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된 지역에서는 일명 '걸프전 증후군', '발칸증후군' 등의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해 모리즈미씨는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방사능 영향"이라 말하고 있다.

또 모리즈미씨는 "걸프전 당시 열화우라늄탄의 성능 때문에 러시아, 프랑스 등 전 세계 10 여 개 국에 이 포탄을 수출됐다"면서 "이들 국가에서도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12월 SBS 물환경대상 에코프로포저로 나선 모리즈미 씨는 열화우라늄탄으로 고통받고 있는 소녀 이야기를 했다.
 2012년 12월 SBS 물환경대상 에코프로포저로 나선 모리즈미 씨는 열화우라늄탄으로 고통받고 있는 소녀 이야기를 했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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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즈미씨는 한국에서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2030년까지 42기의 원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한국인들이 후쿠시마를 좀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리즈미씨는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아이들의 갑상선암 발생 비율이 통상의 250배를 넘었다"면서 "방사능 노출에 의한 내부피폭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방사능에 오염된 먹을거리를 통해 방사능 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이 바로 내부피폭이라는 것이다. 모리즈미 씨는 "내부피폭이 되면 쉽게 피곤해지고, 면역력이 저하 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일본어로 '부라부라(몸에 힘이 빠지는 상태)'라 설명한다.

모리즈미씨는 "내부피폭으로 '부라부라' 상태가 돼도 병원 검사에서는 별 이상 없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관계 기관의 책임은 없게 된다"면서 "방사능 기준량 (인체의 방사능 피폭 기준)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사능은 생명활동 자체를 저하시키는 악"이라면서 "원자력은 인간이 돈을 벌기 위한 이상한 논리일 뿐"이라 말한다.

 원전 덕에 부유해진다는 '꿈'에서 깨어난 마을이 이제 유령마을이 되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는 후타바 마을 중심부.
 원전 덕에 부유해진다는 '꿈'에서 깨어난 마을이 이제 유령마을이 되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는 후타바 마을 중심부.
ⓒ 모리즈미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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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즈미씨는 "후쿠시마 사고는 전 세계인들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한다"면서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를 근본적 바꿔야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그는 "진정한 문명은 산과 강을 황폐화하지 않고, 마을을 파괴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라는 100년 전 일본의 문명 비판가인 다나카 세조(田中正造)의 말을 인용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2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모리즈미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 사건보다 피해가 더 크게 될 것"이라면서 "일본은 앞으로 국민 건강에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며 비참한 심정을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본국민들이 원전에만 의존하던 생각이 변했다는 것과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점에서 그래도 희망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방사능 오염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그도 방사능에 피폭자가 됐다. 작년 4월과 10월 체르노빌 사고 현장을 취재하던 중, 자신의 몸속에 세슘 수치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인지 모리즈미씨는 강연 중에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작년 모리즈미씨의 말이 기억난다. 그는 "피폭자는 자신들의 몸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다시는 그들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을 바래서, 카메라 앞에 서주었다. 우리도 용기를 내어 그들의 메시지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피폭시켜가면서,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단축 시켜가면서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모리즈미씨의 말은 이웃나라에서 끔직한 원전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반드시 들어야할 증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러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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