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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정글의법칙 IN 뉴질랜드>팀의 김병만이 진정성 논란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인생은 롤러코스터"라는 말이 현재 김병만에게 가장 적절한 말일 것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 '달인'을 시작으로, 힘들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와 정상에 오른 그는 SBS <정글의 법칙>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최고의 희극인으로 발돋움했다. 최고라 평가받던 유재석·강호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위치로 올라섰고, 매년 연예대상 때마다 수상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랬던 김병만이 <정글의 법칙> 조작 논란으로 한 순간에 칭찬의 대상에서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제대로 된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던 사람들이 알고 보니 관광 사업을 하고 있었고, 일부 코스들이 TV에서 그려진 대로 죽음의 코스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온 배신감 탓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던 김병만이 서 있다.
그 배신감을 설명하기 위해선 김병만이 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김병만은 딱히 말재주가 뛰어나지도, 애드리브 능력이 강하지도 않은 사람이다. 그런 김병만이 지독히 다큐멘터리스러운 <정글의 법칙>을 지난해 대박을 친 몇 안 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끌었다. 그 이유는 바로 다소 미련하게 보일지라도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는 김병만의 뚝심, 거기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에 있었다.
'달인' 캐릭터에 그대로 이어져 온 김병만의 진정성은 <정글의 법칙>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고, 대중에 어필한 것이다.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모습, 먼저 앞장서는 모습, 그리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도전하는 모습…이런 도전과 열정은 김병만 특유의 '말이 많이 필요치 않으면서도 재미를 주는' 캐릭터를 완성해 냈다.
훼손된 진정성, 회복하는 방법 역시 '진정성'에 있다
▲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정글의법칙 IN 뉴질랜드>팀의 김병만이 진정성 논란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우 박보영. ⓒ 이정민
그런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에서 조작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여태껏 김병만과 제작진이 강조해왔던 노력과 도전이 100%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 되어버림을 뜻한다. 김병만의 도전은 그저 '도전하는 연기'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김병만의 진정성에 제대로 금이 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정글의 법칙>의 모든 장면이 다 조작과 연기로 이뤄진 것이었을까? 의혹의 눈초리를 조금만 거둬 보면, 연기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장면들도 분명 있었다. 이를테면 김병만이 콩가개미에 물려 알레르기가 일어났던 아찔했던 순간을 감히 조작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 것일까? 사냥을 나설 때 항상 누구보다 앞장서 뛰어나가고, 위험을 감수하는 김병만의 모습들이 다 연출이고 연기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일까?
제작진 스스로 인정한 바 있듯이, 과장된 연출과 포장이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 속 모든 장면이 다 연출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는 것 역시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곳에서 김병만은 방송 한 편을 찍자고 어찌 보면 '목숨을 건 투쟁'을 한 것이다. "우리가 구해줄 테니 사자가 나오는 허허벌판을 한번 걸어다녀 보라"고 제안한다면,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김병만은 "악어가 나올 지도 모르는 강을 뗏목을 타고 건너라"는 말을 그대로 실행했다. 사고는 없었지만 위험한 장면이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김병만은 정공법을 택했고, 우직하게 미션을 수행했다. 프로그램을 통틀어 어느 정도 과장도 있었다고 하지만, 김병만을 비롯한 병만족이 진정성을 가지고 생존 미션에 임했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때문에 김병만에게 '진정성이 없었다'고 단언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결론이 아닌가 싶다.
비록 <정글의 법칙>을 대표하는 김병만에게 화가 나고 실망은 했을지언정, 희극인 김병만에게 아직 기회는 있다. 김병만이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생존해 왔다면 그가 화면 속에서 보여준 노력과 열정, 그리고 투혼은 김병만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가 자신을 증명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그저 묵묵히 자기 앞에 주어진 일을 시청자들이 원했던 그 모습대로 변함없이 하는 것일 테다. 그것이 바로 김병만이 진정성을 진정성으로 회복시키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