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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어떤 어르신들은 욕창도 생기고, 우울증도 있다고 하더라. 우리 손길이 필요한데, 빨리 교섭해서 일하고 싶을 뿐이다. 설날에 제사상 앞에서 조상님들한테 빌어 봐야겠다."

두 달 넘게 거리 투쟁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이 설을 앞두고 밝힌 바람이다. 모두 기다리는 명절인데, 이들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진해동의요양병원에서 간병 일을 해오다 지난해 11월 말로 계약해지 됐던 것이다.

진해동의요양병원에서 일하다 잘린 요양보호사들이 두 달 넘게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속에, 이들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본부 사무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뒤 밝게 웃고 있다.
 진해동의요양병원에서 일하다 잘린 요양보호사들이 두 달 넘게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속에, 이들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본부 사무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뒤 밝게 웃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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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50~60대 아주머니 간병노동자들이다. 병원 앞과 병원장 집 앞에서 집회도 열고 1인시위도 했지만 아직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1월부터 병원 앞 인도에 천막을 쳐놓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33명 대부분 모여서 투쟁하고 있다. 당번을 정해 천막을 지키기도 하고, 집에서 반찬을 해와 천막에서 아침·점심을 해먹기도 한다. 요즘 이들의 하루 일과는 '투쟁'뿐이다.

진해 롯데마트 주변에서 출근 선전전을 하고, 천막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다시 진해 중앙삼거리에서 선전전을 벌인다. 천막에서 점심을 먹고 병원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하며, 다른 투쟁 사업장의 연대 활동에도 나선다.

이들은 4일 오후 이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본부 사무실에서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한결같이 "끝까지 투쟁"이라며 각오가 대단했다. 한 요양보호사는 "집회나 선전전할 때마다 병원 측은 우리를 지켜보더라. 몇 명이 나와서 하는지 보고 있다"며 "그것은 숫자가 줄어드는지, 누가 나오고 나오지 않는지 파악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 가족이 천막을 찾아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한 요양보호사는 천막농성장을 지킬 때 벌어졌던 상황을 설명했는데, 환자 가족은 사실을 잘못 알고 있더라는 것.

"환자 가족은 술이 한 잔 된 상태에서 천막에 들렀더라.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많이 어렵다고 했다. 환자 입 안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서 병원 측에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환자들은 우리들이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는 게 목적으로 알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설명을 해주었더니, 환자와 가족들이 잘못 알고 있다고 미안해 하더라."

이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아주머니는 "지금 우리 조건은 일하고 싶다는 것 뿐"이라며 "돈을 더 요구하는 것도, 봉급을 올려달라는 것도, 3교대로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병원 측에서 우리에 대해 환자들한테 잘못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줌마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 아줌마는 "민주노총에 가입하기 이전에는 집회를 하면 '미친짓한다'고 생각했다"며 "심지어는 '배가 불러서 저런다'거나 '조용히 하면 될 걸 저런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우리가 억울하게 당하고 보니 알겠더라"고 말했다.

진해동의요양병원에서 일했던 요양보호사들이 계약해지되어 두 달 때 거리 투쟁하고 있는 가운데, '진해동의요양병원 요양보호사 계약해지 철회 및 직접고용을 위한 경남대책위원회'는 29일 오후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진해동의요양병원에서 일했던 요양보호사들이 계약해지되어 두 달 때 거리 투쟁하고 있는 가운데, '진해동의요양병원 요양보호사 계약해지 철회 및 직접고용을 위한 경남대책위원회'는 29일 오후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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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간병노동자는 "우리가 요즘처럼 당당하게 나와서 집회며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조합 때문"이라며 "이제는 우리가 당당하게 주장할 것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걱정과 함께 격려도 한다는 것. 한 아줌마는 "가족들은 걱정하면서도 열심히 싸워서 이기라고 북돋우기도 한다"면서 "이왕에 시작한 일이니까 열심히 하라고 한다"고, 다른 아줌마는 "어떤 집 아들은 쌀가마니를 들고 와서 힘내라고 하더라"고, 또 다른 아줌마는 "남편은 꼭 이겨야 한다고 격려한다"고 전했다.

"설날에도 싸울 것"을 결의했다. 아줌마 노동자들은 설날에도 천막에서 차례상을 차릴 예정이다. 천막에서 제사를 지낼 요량이다. 한 아줌마는 "설날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우리가 천막을 지켜야 한다"며 "천막에서 제사를 지내자"고 말했다. 이 제안에 모두 동의했다.

차례상 지낼 때 바람을 물었더니, 한결같이 "싸워서 이기게 해달라고 빌 거다"거나 "거리에서 제사 지내는 것에 대해 조상님들께 용서를 구하고, 도와 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보건의료노조 울경본부 창원지부 소속으로, 김주희(65) 지부장은 "우리는 끝까지 웃으면서 투쟁할 것이다. 힘들기도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더 단단하게 뭉치고 있다"면서 "민주노총과 여러 단체에서 도와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들은 법적 투쟁도 함께 벌이고 있다. 병원 측에서 '영업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는데, 한 차례 심리가 열렸다. 이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아줌마 노동자들은 병원 앞에서 주장도 할 수 없게 된다. 또 창원시 진해구청은 병원 앞 천막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보냈고, 진해경찰서는 병원장 집 앞 집회도 불허했다.

아줌마 노동자들은 "호박꽃도 꽃이라네"라는 제목으로 '진해동의요양병원 간병노동자 투쟁 지원을 위한 일일호프'를 6일 저녁 창원(꼬꼬파티)에서 연다. 여러 단체와 뜻있는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 위한 것이다.

진해동의요양병원은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요양보호사들에 대해 '계약해지'했다. 병원 측은 현재 유료간병알선업체를 통해 17명의 요양보호사를 고용, 환자들을 간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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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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