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후후(WHOwho). 왼쪽부터 차례로 김진철(드럼), 안요한(베이스), 노준용(보컬/기타), 김형열(신서사이저).

밴드 후후(WHOwho). 왼쪽부터 차례로 김진철(드럼), 안요한(베이스), 노준용(보컬/기타), 김형열(신서사이저). ⓒ 이주한


'천상 연예인'이 있다. 일상에서 어떤 모습이든 간에 무대 위에만 오르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사람들 말이다. 반대로, 평소 모습을 그대로 무대까지 끌고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은 짓궂고 약간은 정신없지만, 시시때때로 유쾌한 성격이 무대에서도 꾸밈없이 드러나는 셈이다.

밴드 후후(WHOwho)가 그렇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려서 날이 궂었던 오후에 그들을 만났다.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여성 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반듯한 외모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인터뷰 시작부터 그들이 진짜 '후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물이 더 낫다는 기자의 말에 "진철이 형이 가장 뿌듯해 한다"며 멤버를 놀리는 표정이나, "사실 깬 지가 얼마 안 됐다"며 마른세수를 하는 손, 매니저에게 "커피 더 마셔도 돼요?" 묻는 말투까지. 인정해야겠다. 후후는 첫 눈에 반할만한 매력이 너무도 많은 밴드였다.

욕심 많은 신인 밴드의 첫 번째 행보

첫 합주를 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후후는 인디 신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밴드 중 하나다. 무서운 성장세의 원동력을 물었더니 밴드보다는 마케터에 가까운 대답이 돌아왔다. "홍보를 많이 했어요. 사비로 데모 CD도 만들어 팔고, 우리 이름이 찍힌 수건이나 스티커도 나눠주고."

4월의 첫 합주, 이어진 클럽 공연, 자체적인 홍보, 레이블과의 계약까지. 후후는 약 10개월의 시간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리더 노준용(보컬/기타)을 중심으로 안요한(베이스), 김형열(신디사이저), 김진철(드럼)의 사운드가 빽빽하게 채워진 첫 EP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첫 번째 앨범이 나왔어요. 일전에 모 잡지에서 인터뷰 한 걸 봤는데, 2013년의 목표가 정식으로 앨범을 내는 거라고 했더라고요. 목표를 이룬 거잖아요. 간단하게 소감이 있다면?
"그 인터뷰가 11월이었나? 아, 10월이었구나. 정식으로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그 때쯤 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 바로 계약하고 앨범이 나오게 돼서 기쁘죠. 첫 앨범이라서 좀 부족한 게 있기도 한데, 첫 녹음 치고는 그래도 마음에 들게 나온 것 같아요." (노준용)

- 만족스러운 앨범이에요?
"하하.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희가 밴드를 4월에 시작해서 지금 10개월 되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노준용)

 첫 합주를 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후후는 인디 신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밴드 중 하나다.

첫 합주를 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후후는 인디 신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밴드 중 하나다. ⓒ 이주한


- 앨범에 세 곡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세 곡 말고, 공연 때 했던 곡 중에 'Who'라는 곡이 있던데. 제가 이걸 봤을 때는 앨범이 나오면 제목부터가 딱 타이틀곡 감이었거든요. 그 외에 'Too Slow'(투 슬로우) 같은 자작곡도 많았고요. 그런데 앨범에는 딱 세 곡이 뽑혔어요. 어떤 기준으로 고른 건가요?
"그게 EP라서 세 곡밖에 못 넣다 보니까 저희도 고민을 좀 했어요. 'Who'라는 곡은 사실 저희가 약간 인트로 같은 느낌으로 공연 때 연주하거든요. 그래서 그 곡보다는 좀 더 많은 사람들 취향에도 맞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넣는 게 좋겠다 싶어서 (앨범에 실린 세 곡을) 뽑았어요." (노준용)

- 세 곡 중에 '나는 이 곡이 제일 좋다' 하는 곡이 있나요? 물론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겠지만.
"저는 'Dancing In The Rain'(댄싱 인 더 레인)이 제일 좋아요. 왜냐하면, (육하원칙에 맞게 말하라는 멤버들의 장난에) 이유는 아무래도 밴드를 처음 시작해서 처음 만들어진 곡이기도 하고요. 서로 머릿속에서 꺼내서 하나하나씩 쌓아서 만들어졌거든요. 제가 베이시스트이다 보니까 베이스라인이 좋은 곡이여서도 한 몫 하는 것 같고요. 사실 연주만으로도 신날 수 있는 음악이라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안요한)

"저는 다 좋아서 고르기 힘들긴 한데, 'Love'(러브)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에 곡이 나왔다가 다시 많이 바뀌고 그랬거든요. 그런 과정이 재미있었던 것 같고, 사람들 듣기에 친숙한 점도 있는 것 같고요. (그 곡의 신디사이저 라인을 연주하면서) 멜로디적인 게 애착이 좀 더 가기도 해요. 아, 그 곡 자체가 만들 때 후렴에 반복되는 걸 통해서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걸 노리고 만든 곡이에요." (김형렬)

"꼽으라면 'Dancing In The Rain'이요. 사실 제가 조금 늦게 영입이 됐는데, 그 때 요한이가 보여준 영상이 'Dancing In The Rain'이에요. 그 때 영상이 계속 마음속에서 떠나가지를 않아요. 그 영상 보고 합류를 결정한 게 있어서 그런지 제일 좋고 죽을 때까지 안 잊힐 것 같아요." (김진철)

"저는 가사가 좋아서 'Bye Bye'(바이 바이)가 제일 좋아요. 가사가 영어긴 하지만 듣는 사람이 스스로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는 가사거든요." (노준용)

- 앨범에 있는 세 곡의 가사가 다 영어에요. 공연을 하는 도중에는 가끔씩 한국어로도 부른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런데 굳이 영어로 녹음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를 가사를 처음에 영어로 써요. 그 중에서 한글로 바꿔야겠다는 걸 번역하는 거고요. 아예 다시 쓰기도 하고. 원래 공연 때는 둘 다 했는데 이번 앨범 녹음할 때는 한글을 한 글자도 넣지 않는 글로벌 한 방향성을 컨셉으로 잡은 측면이 있어요. 차후에 낼 정규앨범에는 한국어 가사도 많이 들어갈 것 같아요." (노준용)

 후후는 다 같이 춤 출 수 있는 음악을 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모인 밴드다. 시작할 때 "장르 개념도 없이, 무작정 신나는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 하나만 가지고 공연을 했던 밴드.

후후는 다 같이 춤 출 수 있는 음악을 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모인 밴드다. 시작할 때 "장르 개념도 없이, 무작정 신나는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 하나만 가지고 공연을 했던 밴드. ⓒ 이주한


춤추는 음표로 가득 찬 음악을 만나다

장르 구분은 '댄스-락(Dance-rock)'. 후후는 "다 같이 춤 출 수 있는 음악을 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모였다"고 말했다. "굳이 장르 구분을 짓지 못하고 개념만 가지고 시작한" 이 밴드는 그들의 신나는 철학을 음악에 스며들게 하는 데 성공했다. '다 같이 놀 수 있는 음악'의 지향점을 바라보며 서 있는 네 명의 생각이 한 데 모여 후후만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 공연 중에 굉장히 자유로운 모습을 많이 봤어요. 목마르면 맥주를 마시고, 가끔은 춤도 추면서. 공연을 할 때 기본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철칙이 있나요?
"일단 저희 음악이 진지하게 들어야 되는 음악은 아니에요. 딱히 크게 많은 것 생각 안하고 무대에서 즐기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연주하는 걸 집중해서 안 봐도 재미있게 놀아주시면 그게 더 만족스럽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저희가 일단 신나고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노준용)

"저희가 무대에서 보여드리는 그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모습이 좋은 거죠." (안요한)

- 실제로 그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 같아요. 팬들이 같이 슬램도 하고, 진짜 클럽에서처럼 춤추는 모습들을 보면요. 그런 모습을 무대에서 볼 때는 어떤 기분인가요?
"에너지를 받아요. 저희도 덩달아서 더 신나게 되고. 그런데 한편으론 너무 격해지면 걱정 돼요." (노준용)

"발 밟히고 그러면 어쩌나 싶고요." (안요한)

"그래도 막상 사고는 잘 안 나더라고요." (김진철)

"나름의 매너들이 있어서. (웃음) 되게 재미있어요. 그런 모습 보면 어떨 때는 밴드보다 관객이 더 대단한 것 같아요. 몇 시간씩 서 있는 것도 그렇고. 배워야 될 게 많죠." (노준용)

- 최근 공연 영상을 보면 굉장히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아요. 일 년이 채 안 된 밴드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요. 잘 굴러가는 후후의 윤활유가 뭘까요?
"학교 다닐 때 셋(준용, 요한, 형열)은 같이 연주도 많이 해봤어요. 그리고 다들 전공자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악기 실력이 자기 기본은 있어요. 그래서 기간에 비해서 맞추기가 더 쉬웠던 것 같아요." (노준용)

"그리고 합주를 진짜 많이 했어요. 시간 나면 무조건 합주하고 곡 작업하고. 초반에는 합주만 다섯 시간, 여섯 시간? 자정에 만나서 아침까지 하고 그랬어요." (안요한)

"저는 처음에 (합류해서) 깜짝 놀랐어요. 다른 데서 합주할 때는 두 시간이 기본이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네 시간이 기본이 되고 다섯, 여섯 시간 동안 하는 거예요." (김진철)

"다들 워낙 욕심이 많아서 짧은 시간에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까 일정을 빡빡하게 잡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했으니까 지금의 후후가 있는 거겠죠. 지금도 별건 아니지만. (웃음) 이만큼이라도." (노준용)

- 클럽 공연만 하다가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하 쌈싸페) 숨은고수에 도전장을 냈어요. 참가하면서 어떤 각오가 있었나요?
"대회라는 것에 참가해 본 자체가 쌈싸페가 두 번째였어요. 첫 번째는 대한민국 라이브 뮤직 페스티벌이었고요. 그건 됐으면 좋겠다 싶긴 했는데 잘 안 된 거예요. 좋은 기회가 있겠지 하고 잘 추슬렀는데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쌈싸페가 있더라고요. 지원하면서 '아 이번엔 꼭 되었으면 좋겠다'하는 간절한 마음에 다들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안요한)

"또 쌈싸페가 약간 분위기 자체가 다른 대회와는 달리 공개 오디션 느낌이에요. 관객들이 잘 한 팀에다가 스티커 붙여주고. 그러니까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했는데 그걸 또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노준용)

- 쌈싸페 무대가 원래 하던 클럽 공연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요?
"많이 다른데. 공연하는데 햇빛이 비치니까 좀 많이 이상하더라고요. 야외가." (김진철)
"그러니까 좀…… 추웠고. 하하. 이건 농담이고요. 클럽공연은 사람들이 약간 한정적인 게 있어요. 그러니까 오는 사람만 오는 느낌? 일단 찾아오려면 저희에 대해 먼저 알아야 되기도 하고. 그런데 그거 말고 조금 큰 데서,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었다는 게 좋았고요." (노준용)

"특히 클럽에서 저희 응원해주시던 팬들이 쌈싸페 와서 저희 이름을 부르면서 응원하던 모습이 너무 감사했고 감동스러웠어요." (안요한)

 후후가 가지는 매력은 그들의 이름에도 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후후! 하고 외쳐주면 다른 밴드들이 그렇게 부러워한다고.

후후가 가지는 매력은 그들의 이름에도 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후후! 하고 외쳐주면 다른 밴드들이 그렇게 부러워한다고. ⓒ 이주한


시작, 생각보다 가까운 곳으로부터

흔히 우리가 인디밴드에 가지는 환상이 있다. 음악에 대한 원대한 포부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그 대표격쯤 될까. 하지만 후후는 시작이 어땠느냐는 물음에 춤출 수 있는, 놀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모인 네 명의 시작은 의외로 단순했었노라고 대답했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그들은 모래성 같은 환상을 무너뜨렸다. 해변의 장난꾸러기 아이들처럼.

- 이름 '후후'가 따로 뜻이 있어요?
"듣는 사람 나름대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이유라고 하면 다른 게 있긴 한데. 옛날에 밤샘 합주하면 주변에 연 곳이 햄버거 프랜차이즈 밖에 없어서 야식 먹을 때 맥주에 후렌치후라이 많이 먹었거든요." (노준용)

"저희가 말할 때 줄여서 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후렌치후라이를 줄여서 후후라고 했거든요. '우리 후후 먹으러 가자', '후후 먹고 싶다'를 입버릇처럼 했어요." (김형렬)

"그렇게 안 했잖아." (안요한)

"아, 맞다. 후후? (후후 먹을까?) 후후! (후후 먹자!) 이렇게. 그러다가 밴드 이름을 좀 지어보자 했을 때, 후후로 할까? 이렇게 된 거에요. 그래서 후후." (김형렬)

"그런 건 있어요. 공연 끝나고 사람들이 후후! 해주거든요. 그러면 다른 밴드들이 그래요. 너희 이름 진짜 잘 지었다고. 공연 중에도 추임새로 중간 중간 하시더라고요. 그럼 더 신나는 것 같고." (안요한)

- 그럼 후후 네 명이 만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저희가 원래 다 같은 학교 같은 과에요. 원래는 형열, 요한,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동기에요. 그때부터 친했는데,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밴드를 만들어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한이 형을 형이 말년휴가 나왔을 때 꼬드겼어요. 그리고 드럼에는 원래 다른 친구가 있었고요. 그렇게 건반 없이 셋이 시작했어요. 요한이 형 제대하고 일주일도 안 돼서 바로 합주 시작했지, 아마?" (노준용)

"제가 2월 24일에 제대해서 3월 1일에 합주를 시작했으니까. (웃음) 쉴 시간이 없더라고요." (안요한)

"그러다가 형열이 형이 들어와서 넷이서 하게 된 거죠. 첫 합주는 3월 1일이었고 첫 공연은 4월 중순이었어요. 그러다가 새로 드럼을 구한 게 진철 형이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잘 하고 있어요. 굳이 같은 학교 사람을 구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좋아요. 편하기도 하고." (노준용)

- 혹시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는지 기억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준용이를 처음 본 건 대학교 즉흥연주 때.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팝이랑 가요만 들어서 기타에는 조금 문외한이었는데, 준용이가 신선한 충격이었죠. 남자답고 멋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성숙하단 느낌이요. 지금도 첫 느낌이랑 많이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요한이는 지금이랑 좀 많이 달랐어요. 그때는 머리도 안 세웠었고. 폭탄머리에 산발이었거든요. 약간 개구쟁이 느낌? 약간 야이바(필자 주: 만화 '검용전설 야이바'의 주인공으로 말썽쟁이 검객) 같은. 하하." (김형열)

"아니, 뭐만 하면 난 다 만화 캐릭터래." (안요한)

"(웃음) 그래서 지금 요한이가 이렇게 세고 남자다운 이미지로 보이는 게 놀랍기는 해요. 하긴 그 때도 생각해보면 당당하고 자기주장 강하고. 이 친구가 저는 가지지 못한 걸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점을 보면서 해소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진철 형은 아예 몰랐었고요. 처음에는 간간히 선배들 사이에서 김주혁 닮은 형으로 멋있게 각인되어 있었어요. 형은 알면 알수록 저랑 맞는 성향이에요. 그리고 순해요. 형인데도 불구하고 자기주장 안 밀어세우고. 우리가 조언을 해도 못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런 부분들이 어우러져서 친숙한 느낌?" (김형열)

"제가 형이라고 혼자서 고집 세웠으면 밴드가 잘 갈 수가 없고 좋은 음악이 안 나왔겠죠." (김진철)

"근데 형이 아무리 친구 같다고 해도 저희가 선 없이 막하는 건 아니에요. 학교 선배니까, 어쨌든." (김형열)

- 학교 얘기를 하니까 생각난 건데, 준용 씨가 대학교 들어갈 때 기타 수석이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아, 그걸 어디서 들으셨지. 제가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교를 남들보다 일 년 먼저 들어갔어요. 그래서 (요한, 형열) 형들이랑 동기인 거에요. 그 때 입시 볼 때 잘 봐주셨는지 수석으로 장학금 받고 들어갔어요. 고등학교도 안 가고 기타만 쳤는데 그 정도 해야 안 부끄럽죠. 초등학교 때, 열두 살 때부터 쳤으니까. 십이 년." (노준용)

- 사실 준비해온 질문 중에 그런 게 있었어요. 보통 밴드랑은 구성이 약간은 다르잖아요. 보통 밴드들이 보컬과 메인 기타가 분리되어 있는데, 준용 씨는 메인 기타와 보컬을 같이 하니까 힘든 점이 없나. 이런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벌써 대답이 된 것 같네요. 둘 다 잘하니까?
"둘 다 잘해서라기보다는…… 사실 노래는 작년에 처음 했어요. 정확하게는 이번 밴드 하면서 시작을 했고. 그래서 사실 노래에는 좀 자신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고 목소리 특이하고 좋다고 하니까. (웃음)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려고요." (노준용)

 후후는 지금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며 고유의 색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시작하는 밴드가 가지는 가장 좋은 강점이다.

후후는 지금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며 고유의 색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시작하는 밴드가 가지는 가장 좋은 강점이다. ⓒ 이주한


그들이 써 내려가는 다음 페이지

첫 EP로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디뎠다. 분명 그 길이 올바른 길이라는 확신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다음을 향해 묵직하면서도 신나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후후는 지금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며 고유의 색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일상을 넘어 특별해진 음악을 토대로.

- 서로의 생각을 꺼내서 작곡이나 편곡을 하잖아요.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어디서 얻어요?
"일단 곡을 쓰는 아이디어는 각자 가지고 있어요. 짤막하게라도 이 노래로 곡을 만들면 좋겠다고 그림을 그려 놓은 다음에 그걸 가져와서 색칠 하는 거죠." (노준용)

"밴드음악이란 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색깔들을 한 그릇에 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누군가 스케치를 해오면 채색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두가 내고, (그 아이디어에 따라서) 합주를 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다 같이 좋다는 생각이 뭉쳐서 노래가 나오고요. 그 곡들에 저희 색깔이 다 잘 담겨있는 것 같아요." (안요한)

- 충돌 같은 건 없고요? 한 사람의 의견이 특히 세서 그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거나.
"처음에 곡 컨셉, 스케치 같은 걸 제가 많이 하는 편이라서 아무래도 제 의견이 많이 반영돼요. 세서 그렇다기보다, 제가 가져온 그림이니까 스스로 색칠에 대한 아이디어를 더 많이 얘기하는 편이에요." (노준용)

- 앨범이 발매되고, 18일에 클럽 FF에서 단독 쇼케이스를 했어요. 반응이 어떻던가요?
"대단한 단독공연은 아니었지만 저희 이름만 걸고 한 건 처음이었어요. 사실 사람 많이 안 오면 어떡하나 걱정 많이 했어요. 그래서 게스트도 좋은 팀들로 많이 불렀죠. 그런데 진짜 많이 와주시고 저희 노래를 따라 불러주시더라고요. 기분이 좋았어요. 저희는 솔직히 긴장해서 최고로 잘했다고는 못하거든요. 의미 있는 날이었으니까 재미있게는 했던 것 같아요." (노준용)

- 그럼 만족스러웠던 최고의 공연은 따로 있나요?
"최고의 공연이라고 모두의 생각이 일치하는 공연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저희가 욕심이 많아서." (안요한)

"그래도 제 생각엔 (만족도에는) 공연 규모보다는 공연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얼마나 잘하는지 보다, 얼마나 교감이 잘 되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 같고. 그래도 공연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이 달라진 건 있어요." (노준용)

-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말인가요?
"마음가짐도 마음가짐이고, 음악을 듣는 것 자체도 달라진 것 같아요. 옛날에는 음악은 전공이고 학구적인 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젠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기타를 아무리 기술적으로 잘 쳐봤자 '신기한 것' 밖에 더 되겠냐는 생각도 들고요." (노준용)

"그리고 밴드 하기 전에는 제 음악을 하는 게 아니었어요. 누구 도와주고, 세션해주고……. 그러니까 내 것이 없고. 음악으로 돈은 벌지만 재미가 없죠. 그런데 밴드에선 생각을 모아서 우리 것을 만드니까 그 안에서 더 재미를 느끼죠. 더 가치 있고." (김진철)

"저희가 실용음악과 전공하는 학생들이었으니까, 지금까지 음악을 했던 게 당연하고 일상적인 거였거든요. 밥 먹는 것처럼. 그런데 그게 저희의 개성이나 특기로 인정이 되고, 잘한다고 인정받기 시작하니까 남다른 것 같아요. 좀 더 책임감도 생기고…… 생각을 우물 안 개구리에서 좀 넓혔다고 해야 되나? 밴드를 하면서 그런 게 생기긴 했어요, 확실히." (김형열)

- 밴드를 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거네요. 그럼 밴드 후후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 것 같아요. 지금 가장 가까운, 예를 들면 올해의 목표.
"페스티벌 공연에 많이 서는 게 올해의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저희 음악을 들고 즐길 수 있게 하는 거죠." (노준용)

"최대한 대중에게 노출이 많이 되고 그에 상응하는 퀄리티로 발전하는 거요.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도." (김진철)

"새로운 환경에 많이 노출되는 거니까 저희도 거기에 열심을 보태서 큰 무대를 많이 경험하는 게 목표죠." (안요한)

"크게 본다면 후후의 네임밸류를 높이는 게 올해의 가장 큰 목표인 거 같아요." (김형열)

 후후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더 많은 사람들이 들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2013년의 기대주가 우리를 춤추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돌직구에 있다.

후후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더 많은 사람들이 들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2013년의 기대주가 우리를 춤추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돌직구에 있다. ⓒ 이주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보노플로우(Bonoflow)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후후 WHOWHO 사운드홀릭 보노플로우 BONO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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