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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도시의 삶을 살면서 나의 삶이 퍽퍽해진 까닭을 알았습니다. 걸음걸이가 적어진 만큼 내 삶의 편안함 혹은 행복도 적어진 것입니다. 직립보행이 인간을 인간되게 한 것이고, 걷는 만큼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도시의 삶을 살면서 발은 땅을 딛고 걷는대신, 자동차를 조작하는 수단정도로 전락을 해버렸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점심을 먹고 오후 근무가 시작된 시간까지 3211걸음을 걸은 것이 고작입니다. 그것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그 정도입니다.

걷는 이들만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더 많이 보고 느끼려면 걸어야만 한다.
▲ 걷기 걷는 이들만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더 많이 보고 느끼려면 걸어야만 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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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잃어버리고 6년 여 도시에서 살면서 몸무게는 6Kg이 늘었고, 몸무게가 늘어난 만큼 건강에도 적신호가 왔습니다. 몸이 둔해지니 점점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지고, 걷는 것도 줄어듭니다. 늘상 빠르게 지나가며 살다보니, 천천히 걸어가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고 살아갑니다.

천천히 걸었을 때에 더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천천히 걸었을 때, 달리며 살았던 날보다 더 많은 것을 이뤄냈습니다. 숨가쁘지 않게 살면서, 편안하게 살면서도 쫓기며 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도시의 삶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다리가 아닌 문명의 온갖 이기로 무장하고 열심히 달렸는데, 나를 추월하는 이들은 물론이요, 늘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걷기를 잃어버린 만큼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대인이 아닐까?
▲ 걷기 걷기를 잃어버린 만큼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대인이 아닐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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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살았구나. 많이 걷질 않았구나.'

그런 반성 끝에 '걷기예찬'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막 깨달은 지금은 걸을 때 몸이 느끼며 호흡하는 그 선명함을 맛보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걸었던 시절들 내가 느꼈던 기운들이 여전히 남아 다시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걸을 때 많이 행복했었지요. 걸어야하니 불필요한 짐들도 필요없었고, 가볍게 떠났다 가볍게 돌아왔지만 마음은 늘 그 무언가로 충만해 있었습니다. 그것을 올해는 다시 회복해야겠습니다.

당신은 오늘 얼마나 걸으셨는지요? 걷기를 잃어버린 만큼 소외된 삶의 깊이도 깊어진 것은 아닌지요? 덜 걷는 것이 마치 성공한 삶인냥, 두 다리가 아닌 돈을 주고 사야만 하는 도구인 자동차에 우리의 걸음걸이를 맡기고, 걷기를 대신할 더 크고 안락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더 숨가쁘게 살아온 것은 아닌지요?

발걸음이 닿는 곳이 길이다. 걷는 이에 의해 길은 만들어 진다.
▲ 걷기 발걸음이 닿는 곳이 길이다. 걷는 이에 의해 길은 만들어 진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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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하얀 설원을 걷는 이를 만났습니다. 하얀 눈 위에 난 발자욱, 그가 걸어간 그곳이 곧 길이었습니다. 누군가가 그 발자욱을 따라 걷고, 또 걷고… 그리하여 길이 되더군요.

자동차는 만들어진 길이 아니면 가질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발은가시덤불 길이라도 헤치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온 몸의 모공들이 열리고, 그 열린 모공을 통해 자연의 숨결이 우리 안에 들어옵니다. 걸으면서 우리 몸의 길을 만드는 것이지요.

걷게 되면 맥박이 뛰고, 핏줄은 더 힘차게 피를 돌리고, 잔잔히 흐르던 혈관에 쌓여있던 노폐물들도 힘찬 펌프질에 몸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그렇게 순환하는 몸은 건강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불필요한 것들을 내어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오래 걸으려면 천천히 자기만의 보폭으로 걸어가야 한다. 그런 삶이 편안한 삶이다.
▲ 걷기 오래 걸으려면 천천히 자기만의 보폭으로 걸어가야 한다. 그런 삶이 편안한 삶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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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행위는 거듭 말하거니와 거룩한 행위입니다. 그 거룩한 행위와 거리를 두고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후회, 그 후회가 늦지 않은 것이 될 수 있도록 걸어야겠습니다. 걸으면 볼 수 있을 것을 차창 밖으로 스쳐보내면서 아쉬워하던 미련한 날들을 줄여가야겠습니다.

평상시에 걷지 않다가 몰아서라도 걷겠다고 기계 위에서 숨가쁘게 뛰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이 소유해야만 하는 악순환의 고리들. 더 많이 가짐으로가 아니라 그냥 걷기만 하면 더 소유하려고 악을 쓰지 않아도 넉넉할 것을 이제사 안 것 같습니다.

직립보행,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했듯이 오늘 날에도 여전히 걸음으로 인간다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는 많이 걸어봐야겠습니다. 그래서 덜 걷고 더 빨리 달리던 시간과 비교를 해봐야 겠습니다. 어떤 삶이 더 나를 풍요롭게 하는지 말입니다.


태그:#걷기, #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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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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