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초중고 시절에는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이 하시던 말씀 중에서도 '인성'들었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들었던 취업특강에는 '전인'을 들었다.
 초중고 시절에는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이 하시던 말씀 중에서도 '인성'들었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들었던 취업특강에는 '전인'을 들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벌써 26년 전 일이다. 졸업을 앞두고 몇몇 친구들이랑 지도교수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취업 좀 시켜 달라"는 부탁까지 하게 됐다. 그러자 지도교수는 "대학이 무슨 직원훈련원이고 직업소개소냐?"며 정색했다. 대학교수를 감히 직업소개소 직원쯤으로 취급하느냐는 분위기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싸해졌다. 취업은 더 이상 말도 꺼내보지 못했다. 

최소한 필자가 경험한 그때는 그랬다. 대학은 직업교육이나 시키는 직업 훈련원도 아니었고, 졸업 예정자들에게 취업 자리나 알아봐주는 직업소개소 역시 아니었다. '전인 교육'이 강조되던 시대였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인성'이니 '전인'이니 하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이 하시던 말씀 중에서도 들었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들었던 취업 특강에서도 들었다.

필자만 그런 게 아닐 게다. 그런 교육을 받으며 자란 세대가 바로 5060세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문제는 그때 들었던 인성, 그때 배웠던 전인이 과연 제대로 된 인성이었고 전인이었느냐 하는 점이다.

인성의, 인성에 의한, 인성을 위한 <인성공부>

박완순·이정근이 쓰고 빛나래가 펴낸 책 <인성공부>는 '인성'이 무엇이고, 우리들의 삶과 사회에 인성이 어떻게 관계되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담고 있다. 가장 인간답게 사는 삶, 인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그릴 수 있는 요소를 제대로 터득하고 간파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인성에 대한 개념부터 '나'와 '타인', 더 나아가 조직과 조직의 문화까지 포괄하고 있다. 고전적 배경과 현대석 설명이 조화롭다.

<인성공부> 표지
 <인성공부> 표지
ⓒ 빛나래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요즘 부모들의 모습은 어떤가?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뛰노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가 대다수이다. 심지어 이를 제지하면 아이의 기를 꺾는다고 불쾌하게 여기기까지 한다. 자신의 짧은 생각이 아이의 미래를 망치고 있음을 모르고, 인성을 담그는 그릇에 구멍을 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진정 사랑하는 부모라면 7, 8세 이전에 사회생활의 규범과 법칙을 따르도록 훈련시켜야 마땅하다."(본문 60쪽)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극복해야 하는 현실이다. 요즘에도 '대학이 무슨 직원훈련원이고 직업소개소냐?'며 정색을 하는 교수가 있다면 간덩이가 부어있는 교수거나 머지않아 어떤 형태든 치도곤을 당할 게 빤한 사람일 것이다.

대학을 평가하는 데 최우선이 되는 게 취업률인 시대다. 한 대학 교수가 자살한 이유가 취업률 압박 때문으로 보도된 사례도 있다. 아무리 다른 걸 잘해도 취업률이 저조하면 이런저런 불이익을 당하는 건 따 놓은 당상이다. 충·효·예 쯤 몰라도 좋은 게 교육 현장이다. 버르장머리가 없어도 좋고 소위 '싸가지'가 없어도 좋다. 일등 성적표에 대기업 취업이면 '엄친아'로 불리는 세상이다.

그래 놓고는 아이들에 대해 말들이 많다. 가정이 어떻고 학교가 어떠니 하며 애들을 탓한다. 윗물 없는 아랫물은 없다. 어른이 없는 아이들도 없다. 가정이 위협받고 교권이 무너지는 건 어른들이 뿌린 결과다. 아이들은 홀로 자라지 않는다. 어른들로부터 교육받고, 어른들이 하는 걸 보며 자란다.

"올바른 인성을 가진 글로벌 리더를 키운다고 대외적으로 자랑하는 학교들이 내세우는 것을 보라. 명문대에 몇 명을 입학시켰고, 취업률이 몇 퍼센트라고 자랑한다. 이 사회의 미래를 책임지고, 협조하며 공생하는 조직의 특성을 이해시켜 지성인을 양성해야 할 국내 교육기관들이 보여주는 이러한 형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적어도 다음과 같은 철학과 자부심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 교육기관의 기본 업무가 아닐까?"

'지난 몇 십 년간 교육을 통해 올바른 인성을 갖추고, 맡은 바 자기 몫을 다하는 수만 명의 건전한 사회인을 배출한 것이 우리 학교의 자랑입니다.'

고양이는 호랑이와 자신을 비교하지 않으며, 생쥐는 코끼리와 크기를 비교하지 않는다. 숲 속의 작은 식물조차도 큰 나무와 비교하거나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존재할 뿐이며,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어떠한 경우든 상대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절대평가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본문 145쪽)

이게 우리가 처한 사회 현실이고 천박하기조차 한 교육 현장이다. 가시적인 성과만을 강요하는 교육정책 탓이 크지만, 인성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교육을 하는 얼치기 인성교육 때문이기도 하다.

5060세대가 받은 인성교육은 어쩌면 '얼치기 인성교육'

전인교육이나 인성교육이 강조되던 시대를 산 5060세대들이 낳은 자식들이거나 손자들이 요즘 젊은이들이고 아이들이다. 전인이나 인성을 소홀히 하지 않던 교육을 받으며 자란 사람들이 요즘처럼 결과와 성과만 강조되는 시대를 낳게 됐다니 참으로 역설적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말로는 인성을 말하지만 제대로 된 인성이 아닌 뜨내기 인성만을 강요당했거나 교육받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 가정이 무너지고 교권이 붕괴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기득권자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고 필요로 하는 것은 인성 일수도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고 필요로 하는 것은 인성 일수도 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이긴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너지고 붕괴된 가정·사회·교권·질서 등을 제대로 치유하는 방법은 인성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회복시키는 것부터 시작된다. 인성을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된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인성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어렴풋하다면 인성의 실체, 인성이 무엇이고 인성을 계발시키는 처방을 <인성공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기업의 경우, 창업 초기에는 몇 사람만 머리를 맞대면 대체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고 조직원의 수가 늘면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파업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업의 규모를 키우려고 고용했던 조직원들이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극단적인 사례이다."(본문 112쪽)

저자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파업이 발생하기도 하고, 조직원들이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했다. 문맥으로 봐 기업의 파업이 노동조합 때문이라고 하는 소리로 들린다. 그럴 수도 있다고 백번 양보해 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인성공부>를 지은 저자들조차도 노동조합이나 파업을 무조건 또 다른 한쪽으로만 취급하는 외눈박이 인성을 교육받았거나 가치를 강요 받은 시대적 피해자가 아닌지 염려스럽다.

덧붙이는 글 | <인성공부>(박완순·이정근 씀 | 빛나래 | 2012.12. | 1만5000원)



인성공부 - 나를 다스리고, 타인을 통찰하여 관계의 매듭을 풀어내는 인성공식

박완순.이정근 지음, 벗나래(2012)


태그:#인성공부, #박완순, #이정근, #빛나래, #인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