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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맞아 <오마이뉴스>와 녹색당은 원자력 발전 등 국가 에너지 정책 전환을 화두로 던집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국에서도 고리와 월성 원전에서 고장사고가 자주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획 '원전을 버리자'를 통해 안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원전 문제는 우리 일상, 그리고 미래와 관련이 깊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안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고리 원전 전경
 고리 원전 전경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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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의 실제 이름은 핵발전소, 중성자를 이용해서 원자의 핵을 분열시켰을 때 나오는 핵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소다. 핵무기와 같은 원리인데, 물로 냉각시키고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성자를 잡아먹는 제어봉으로 핵분열 연쇄반응을 제어하기 때문에 핵무기처럼 폭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냉각재가 새어나오거나, 냉각재를 공급하는 전기 공급이 끊기거나 제어봉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핵연료가 섭씨 수 천 도까지 올라가면서 녹아내리고 여러 가지 원인으로 폭발하게 된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이 그렇게 폭발했다. 폭발할 때 대량의 인공 방사성물질이 대기 중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주변을 오염시킨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지구 전체로 흩어지면서 방사능에 오염시킨다. 그래서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가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형이나 구형이나 고장사고 이어지는 원전

최근에 우리나라 원전에서 제어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거나 냉각수를 공급하는 펌프에서 문제가 생겨서 가동이 중단되는 고장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방사능 누출 등의 위험은 없다고 하지만 가동 중인 원전이 자꾸 멈춰서는 것은 불안한 징조다.

지난 2일 오전, 2시간 간격으로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가 차례로 고장사고를 일으켜 멈춰섰다. 제어봉 계통의 고장으로 멈춰 선 신고리 1호기는 시운전 중에 8번의 고장 사고가 발생해서 불안한 상황이었는데 그 중 2번이 제어봉 관련 문제였다. 최근 들어 영광 원전 5호기, 6호기 등에서도 제어봉 제어계통에 문제가 생겨서 가동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장은 큰 사고가 아니지만 다른 자연재해나 고장 등과 같이 맞물려서 발생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당황스러운 것은 이렇게 고장 나서 멈춘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가 점검을 마치고 재가동을 했는데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영광 5호기는 100% 출력에 도달한 지 하루만에 변압기에서 문제가 생겨서 출력을 87% 정도로 낮춘 상태에서 지금도 계속 가동 중이고 신고리 1호기는 오전 11시에 재가동 시작했지만 주급수 펌프에 문제가 생겨서 재가동을 중단했다. 문제가 있는 해당 부품만 갈아끼우고 재가동하면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현실화 된 것이다.

사진은 신고리원전 1호기 연료장전 장면. 신고리 1호기는 한국표준형인 울진5,6호기 이후 약 6년만에 준공하게 되는 개선형 한국표준원전(OPR1000)이다.
▲ 신고리원전 1호기 사진은 신고리원전 1호기 연료장전 장면. 신고리 1호기는 한국표준형인 울진5,6호기 이후 약 6년만에 준공하게 되는 개선형 한국표준원전(OPR1000)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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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1호기는 2011년 2월 말에 상업가동을 처음 시작한 신형 원전이다. 영광 5호기는 가동한 지 10년 된 원전이다. 새 것이나 오래된 것이나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주급수 펌프가 재가동할 때 덜덜 떨렸다고 하는데 오래된 자동차가 제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덜컹 거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신형 원자로에서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설계정합성 등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새로 뽑은 차가 이 지경이면 리콜 사태가 벌어졌을 만하다.

주급수 펌프는 원자로의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다. 1979년 노심 일부가 녹아내리고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어 미국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은 쓰리마일 원전사고는 주급수 펌프의 이상에서 시작되었다. 신고리 1호기에서 문제가 된 주급수 펌프는 최근에 한국형 원전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부위다. 영광 5호기가 지난 12일에 고장사고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며, 신고리 1호기 시운전 중에도 문제가 2회 발생했다. 신고리 1호기와 같은 모델인 신고리 2호기의 시운전 중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영광 원전 5호기 재가동 시에 발생한 변압기 관련 고장사고는 비교적 오래된 원전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제어봉 제어계통이나 주급수 펌프나 모두 원자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인데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수력원자력(주)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일하게 문제를 대하고 있다. 이번에도 해당 부품을 교체하고 가동을 강행하려다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온 것이다.

불안한 수명연장

재가동 중인 고리 원전 1호기는 현재 불안한 상태에서 가동 중이다. 문제가 생겨도 비상노심냉각 장치를 가동할 수 없을 정도로 원자로 자체가 매우 약화되어 있는 상태다. 원자로 압력용기는 두꺼운 강철판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강철판이 오랜 시간 중성자에 노출되다 보면, 유리처럼 깨져버리는 성질인 '취성'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60년 수명연장 가동을 위한 감시 시편(원자로와 동일한 금속으로 만들어져 원자로 내부에 부착하여 중성자를 쬐게 한 후 원자로의 상태를 알아보는 시험에 쓰이는 조각)수치 조작과 관련 규제치 완화를 추진 중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주)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원전 1호기 관련 국회 공청회에서 제대로 안전성을 입증하지도 못했지만 결국 재가동하고 말았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단체 소속 회원들이 6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명다한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의 재가동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이들은 "고리1호기는 35년이 넘은 우리나라 최고령의 핵발전소이며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는 그 자체로 치명적이다"며 고리1호기의 폐쇄를 주장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단체 소속 회원들이 6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명다한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의 재가동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이들은 "고리1호기는 35년이 넘은 우리나라 최고령의 핵발전소이며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는 그 자체로 치명적이다"며 고리1호기의 폐쇄를 주장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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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설계수명이 오는 11월 20일에 끝날 예정인 월성 원전 1호기가 원전 안전상에 중대결함이 있음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사고가 발생한 비상시에 원자로를 냉각시키면서 열을 교환하는 장치가 다른 원전은 2개 이상씩 있는데 월성 1호기는 한 개밖에 없고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수소를 제거하는 장치는 있지만 수소가 얼마나 있는 지 농도를 측정하는 장치가 없어서 수소제거기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월성 원전은 중수를 사용하는 중수로 핵발전소로 흑연감속 원자로를 사용한 체르노빌과 같은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핵발전소보다 안전장치가 더 필요한 핵발전소라서 이를 가동하는 나라도 제작국인 캐나다 외에 한국, 인도 등 일부 국가밖에 없다. 세계 핵발전소 중에서 7% 정도다. 수명연장도 최근에 캐나다에서 승인 받은 포인트 레프루 발전소뿐이다. 젠틀리 2호기는 수명연장을 위한 설비 개선 사업에 5조 5천억원이 든다는 이유로 수명연장을 포기했다.

반면에 한국수력원자력(주)은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안전장치를 보완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명연장 승인을 받기도 전에 7천억원을 들여서 설비 개선을 하고 수명연장 승인을 요청했다. 승인을 받기도 전에 비용부터 투자했지만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춘 정도가 되지 못했다. 비상시 역할을 해야 하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원전은 소화기 등 방재시설이 없는 호화건물과 다르지 않다.

한국수력원자력(주), 이익 보장 전에 국민 안전 우선해야

핵발전소 가동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과 책임부서인 지식경제부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고장사고는 흔히 벌어질 수 있는 '고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고 국제적인 사고고장 등급상에서도 0등급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 않은 고장사고 정도로 그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핵발전소가 계속 보내오고 있는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오고 있는데, 한국수원자력(주)과 지식경제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원전은 안전할 때 꺼야한다. 큰 사고로 이어진 다음에 대책을 세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나라 원전 가동 정책은 높은 가동률과 이용률을 높이는데 있다. 가동률이 높은만큼 사업자의 매출액은 높아진다. 세계 평균 가동률은 80%에 못미치는데 우리는 90%를 넘는다. 그만큼 안전점검을 위해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한 원전에서 문제가 생기면 같은 모델의 원전을 가동 중단하고 점검하는 정책이다.

그래서 가동률이 60%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원전은 가동 주기가 끝난 뒤 안전점검하는 시간도 줄이다보니 이용률이 10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가동 초기 안전점검 기간이 두 달이었는데 계속 줄어들어 최근에는 한 달 남짓이다. 이 문제는 원전 고장사고가 잦았던 1990년대에도 제기되었다. 그래서 1999년 산업자원부는 '원전운영, 이용률보다 안전성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보도자료까지 냈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고 여전히 높은 가동률과 이용률 자랑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고리원전 1호기 정전은폐사고 이후로 지식경제부는 '원전운영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안전 최우선의 원전 건설·운영 추진을 위해 원전이용율․연속무고장 운전 등 이용율․효율성 중심의 원전 운영 목표·지표를 원전안전 및 비상상황대처 관련지표로 전환하고"라고 했지만 최근 신고리 1호기 영광 5호기 고장사고에 대처하는 사업자 한수원이나 지식경제부는 달라진 것이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주)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작금의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고 총체적인 안전점검에 돌입해야 한다. 국민들은 원전 사고의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전기를 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발전소는 멈추면서도 불안한 원전의 재가동을 강행하는 이유는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의 하루 10억원의 매출을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근본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재가동하는 것만이라도 중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양이원영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입니다



태그:#원전 안전성, #핵발전소 안전성, #수명연장, #원전 고장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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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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