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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탑밴드> 본 적 있어?"
"응, 시즌1부터 봐 왔어."
"그럼 '몽니' 알지?"
"응, 알아."
"이모, 나 '몽니' 팬인데, 8월 25일에 홍대 클럽에서 공연한대. 늦게 끝나서 그러는데, 이모가 같이 가줄 수 있어?"
"야, 신기하다. 고등학생이 아이돌 콘서트가 아니라 밴드 공연을 가고 싶다고? 그래 가자."


8월 25일 조카와 함께 간 공연은 '서울 라이브 뮤직 페스타 Vol.7'이었다. 홍대 앞에 있는 수많은 라이브 공연 클럽에서 여러 밴드들이 하는 공연을 하나의 입장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다니면서 볼 수 있는 형태였다. 요즘 홍대 앞 공연장에서 하는 라이브 공연이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대두하고 있는 듯한데, 이런 새로운 문화의 역사적 현장을 조카 덕분에 체험해 볼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순수한 '혜화동 소년', 19금 '연남동 덤앤더머'

 혜화동 소년
 혜화동 소년
ⓒ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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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 함께 간 공연장은 '롤링홀'이라는 곳이었다. 오프닝 무대는 '혜화동 소년'이라는 밴드가 열었다. 이 무대의 선곡만 그랬는지, 원래 이 밴드의 성향이 그러한지는 모르지만, '혜화동 소년'의 노래는 감미로웠다. 밴드 멤버 중 3명만 왔기에 음악적 색깔을 단정할 수는 없겠으나, 이날 들은 4곡만으로만 평가하자면, 맑은 목소리의 보컬은 첫사랑에 설레는 소년 같은 사랑 노래를 들려주었다. 이들은 풀밴드가 하는 공연도 보러와 달라며 관객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다음에 등장한 밴드는 달랐다. '연남동 덤앤더머'는 <탑밴드> 시즌2에서 본 기억이 있는 밴드였다. 이들이 두 번째 곡을 마쳤을 때 조카는 친구에게 "미성년자 배려좀!" 이라는 카톡 멘트를 보냈다. 살짝 19금 가사를 담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인 조카가 기분 나빠하거나 당혹스러워 할 정도의 내용은 아니었다.

밴드 멤버들도 우리 민족의 해학성에 대해 국어 시간에 귀가 따갑도록 들어서인지, 우리 민족의 피에 해학성이 흘러서인지, 이들의 노래는 재미있었다. 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조선시대 민요나 민담에 해학적 요소가 있기에 선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듯이, 이들의 노래도 19금 가사에 웃음 코드를 넣어 여성 관객이 많았던 클럽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밴드의 노래가 모두 19금 가사로만 점철되었던 것은 아니다. 나머지 절반은 유쾌한 가사와 멋진 멜로디를 가진 노래였다.

 연남동 덤앤더머
 연남동 덤앤더머
ⓒ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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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적인 무대 '로맨틱 펀치'

"이모, 로맨틱 펀치의 팬은 아주 열정적이야. 저번에 강남역에 있는 삼성 딜라이트에서 로맨틱 펀치가 공연할 때, 오후 1시에 대기표를 나누어 주는데, 로맨틱 펀치 팬이 새벽부터 와서 기다렸대."

팬은 좋아하는 스타를 닮는 것일까? '로맨틱 펀치'의 공연은 열정적이었다. '로맨틱 펀치'가 공연하는 약 1시간 동안, 나를 제외한 모든 관객들은 보컬 배인혁의 지시(?)대로 신들린 듯 제자리 뛰기를 했다. 미동조차 없이 공연을 열심히 쳐다보기만 하는 내 모습이 민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어쩌리. 이곳에 모인 다른 팬들처럼 열정적으로 예술에 몰입하지 못하는 성격인 것을....

 로맨틱 펀치
 로맨틱 펀치
ⓒ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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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증언에 의하면 보컬인 인혁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공연에 온 관객들이 시각, 청각, 후각, 청각 등 모든 감각에 즐거움을 느끼도록 퍼포먼스에도 큰 신경을 쓴다고. 그래서인지 보컬은 몇 개의 스카프를 매단 마이크로 노래를 불렀고, 공연마다 정육면체의 큰 발판을 가져와 그 위에 올라가고 뛰어내리는 등의 퍼포먼스도 하고, 열정적으로 춤도 추었다. 보컬 인혁은 여성적 매력과 남성적 매력을 모두 겸비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와 무대는 그의 섹시한 매력을 아주 잘 보여주었다. 하루 종일 기다려서라도 이 밴드의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곳에서 한차례 공연을 하고 와서인지,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선 내 눈에는 첫 곡을 부를 때부터 땀에 흠뻑 젖은 멤버들의 얼굴이 보였다. 열정적으로 무대를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한 곡이 끝날 때마다 힘들어하는 보컬 인혁, 비 오듯 땀을 흘리며 기타를 치는 콘치를 보니 저러다 무대에서 쓰러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다른 관객들은 앵콜곡을 부르자 좋아했지만, 나는 저러다 힘들어서 쓰러지지나 않을까 그저 안쓰럽다는 생각만 들었다.

미친 성대 '몽니'

조카에게 '몽니'의 매력을 물었더니 보컬 김신의의 미친(?) 성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연장에서 본 몽니의 무대는 로맨틱 펀치보다는 조금 온순해 보였다. 두 곡이 끝났을 때 쯤 내 뒤에서 이런 감탄이 들려왔다.

 몽니
 몽니
ⓒ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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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보컬 목소리가 사운드에 전혀 안 묻혀! 정말 대단하다!"

이제 맨 앞자리를 차지한 조카는 한 곡이 끝나자 사랑한다고 외쳤다. 나중에 친구와 통화할 때에는 보컬 김신의가 검은색 민소매 티셔츠를 입었고, 공연 중 선글라스도 벗어 맨눈을 보여 주었다며 아주 흥분된 목소리로 현장 소식을 전해 주었다.

기타의 주법도 드럼의 매력도 전혀 모르는, 음악적 소양이 깊지 못한 일반인이기에, 내 눈은 보컬에게만 갔다. 내가 본 공연으로만 판단한다면, 몽니의 공연은 로맨틱 펀치 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카가 말한 미친 성대라는 표현에는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아주 미려한 꽃미남은 아닌 듯 하지만, 보컬 김신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 멋진 남자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공연, 그 전의 긴 기다림

오후 11시에 시작된 공연은 다음날 오전 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서울 라이브 뮤직 페스타 Vol.7'의 모든 공연이 이렇게 늦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홍대 앞 다른 클럽에서 열린 공연은 대부분 오후 5시~7시 즈음에 시작해서 늦어도 오후 11시 이전에는 끝났다. 롤링홀에서 한 공연만 몽니가 부산 공연을 하고 올라와야 하기에 늦게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공연을 위해 우리는 합정역에서 오후 4시 30분 경에 만나 오후 5시 즈음에 인터넷으로 예매한 입장권을 받았다. 그리고 오후 9시에 배부하기 시작한다는 번호표를 받기 위해 오후 6시부터 공연장 앞에서 줄을 섰다. 오후 10시 반에 공연장에 입장해서는 새벽 2시가 넘을 때까지 꼬박 서서 라이브 공연을 보았다.

 서울 라이브뮤직 페스타 입장권
 서울 라이브뮤직 페스타 입장권
ⓒ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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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 개론>이 나의 이야기라며 눈물지었던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두 번은 못할 짓이 아닐까 모르겠다. 새벽에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잠을 잔 조카는 다음날 광나루역으로 갔다. 오늘도 밴드 공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역시 청춘은 좋다.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 여고생 열 명이 있으면 그 중 세 명은 아이돌을 좋아하고, 세 명은 가수 외에 배우나 다른 연예인을 좋아하고, 다른 세 명은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는데, 참 드문 마지막 한 명이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 조카는 바로 그 참 드문 경우였다.

공중파의 위력, 혹은 사회적 책임

공연을 보러 갈 때 나도 이미 로맨틱 펀치와 몽니, 예리밴드, 내 귀에 도청장치 같은 밴드를 알고 있었다. 내가 특별히 밴드 음악을 찾아 들어서가 아니라, 공중파 프로그램인 <탑밴드>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공연장에 가서 보니 밴드들도 공중파 TV를 통해 대중에게 좀 더 밴드 음악을 알릴 기회를 얻게 된 것을 기뻐하는 눈치였다.

공영방송 KBS에서 경연 방식으로 <탑밴드>라는 프로그램을 한다고 했을 때 든 생각은 요즘 각종 방송사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오디션 프로그램 중 또 하나일 뿐이라는 느낌이었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라 보이려고 밴드 음악을 가지고 오디션을 한다는 것일 뿐 뭐가 다를까 싶었다.

하지만, 밴드 장미여관이 봉숙이라는 곡으로 검색 사이트에서 이슈가 되었듯이 이 프로그램은 숨어있는 진주들을 찾아주었다. 그래서 나 같은 음악 문외한이 밴드 음악의 매력을 알고, 직접 공연도 보러가게 하는 배경을 제공해 주었다. 문화의 다양성을 제공해 주었다는 면에서, KBS는 항상 주장하던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긍정적 평가를 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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