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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주관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는 국제공공노련 일본가맹단체 대표들. 앞 줄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 검은 안경을 쓴 사람이 콘노 야스시 본부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주관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는 국제공공노련 일본가맹단체 대표들. 앞 줄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 검은 안경을 쓴 사람이 콘노 야스시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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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를 통해서 삼척 시민들은 핵발전소가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곳(삼척 성내성당)에 오기 전 삼척해변에 들렀다. 아름다웠다. 후쿠시마도 바다가 굉장히 아름다운 편이다. 여름만 되면 아이들은 매일 바다에 나가 해수욕을 즐기면서 뛰어놀았다. 그러나 지금 후쿠시마의 아이들은 바닷물에 발조차 적시지 못하고 있다. 그 아이들은 그 지역에 사는 이상 바다에 몸을 담그지 못하고 성장할 것이다."

전일본자치단체공무원노조 후쿠시마현본부 콘노 야스시 본부장은 7일 강원도 삼척시 천주교 성내성당 교육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폭발 사고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눈시울을 붉혔다.

콘노 본부장은 국제공공노련 일본가맹단체 대표단 중의 한 사람으로 오는 8일과 9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공공노련 워크샵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요청으로, 현재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가 전개하고 있는 삼척핵발전소 반대 투쟁을 지지하고, 삼척시민들에게 후쿠시마에서 일어나고 일들을 전하기 위해 삼척시를 방문했다.

이날 삼척시를 방문한 일본 대표단은 콘노 야스시 본부장을 비롯해, 전일본자치단체공무원노조 사또 가즈히코, 전일본자치단체운수노조 하야시자키 카츠유키, 일본국가공공노조연합 마츠세 준이치로 전국상수도노조 칸키도카이지역본부 무라카미 유지, 국제공공노련 일본가맹조직협의회 사무처 카이아게 리에 등 6인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일본 사회를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빠트렸다. 거기에는 정부와 언론이 제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 크다. 콘노 본부장은 후쿠시마에 핵발전소를 건설할 때만 해도 주민들 대다수가 찬성했다고 한다. 그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핵발전소는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원전이 폭발했을 때, 주민들은 방사능 유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해 3월 11일, 후쿠시마에서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후쿠시마 주민들은 핵발전소와 방사능이 초래할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쿄전력과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은폐하면서, 모든 희생을 해당 주민들이 떠안았다. 언론은 그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주민과 공무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그 후 후쿠시마 사람들은 더 이상 정부의 말을 믿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1년의 기록'.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관련한 뉴스가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고 있다. 사진 속 책자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보도통제 되어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뜻있는 기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촬영하고 기록한 기록집이다.
 '후쿠시마 1년의 기록'.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관련한 뉴스가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고 있다. 사진 속 책자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보도통제 되어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뜻있는 기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촬영하고 기록한 기록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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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콘노 본부장은 "후쿠시마 어르신들은 고향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젊은이들은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후쿠시마에는 향후 30년간 아무도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주민들이 의지해온 생활 터전 역시 상상했던 것 이상의 피해를 입고 있다. 콘노 본부장은 "후쿠시마 이름이 붙은 것은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며, "후쿠시마의 수산물 생산은 궤멸됐고, 농산물 생산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그마저 사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후쿠시마를 찾는 관광객도 절반 이하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방사능 피폭에 더 취약하다. 콘노 본부장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이 있는 지역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체내 방사능 피폭량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는 "이 아이들은 앞으로 성장하는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도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노 본부장은 이날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삼아 "핵발전소를 건설할 때는 주민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악의 상황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인간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의 피해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삼척시가 핵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하는 것과 관련해 "핵발전소 건설은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돼야 하며,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합의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민 합의를 위해서는) 건설될 핵발전소, 원자력과 관련이 있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콘노 야스시 일행은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 '원전백지화기념탑'이 서 있는 8.29공원을 찾아, 20여 년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삼척반핵운동의 역사를 경청했다.


태그:#후쿠시마, #삼척, #핵발전소, #원전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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