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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시간도 빠듯한 아이들이, 이 더운 날에 애를 쓰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다 나오려한다. 우리 정부한테 속상한 마음, 여기 와서 다 녹네...내 자식들도 (나에게) 무관심한테 내가 뭣이나 된다고…."

지난 15일, 광주 광산구의 장덕고에서 열린 바자회를 지켜보던 양금덕 할머니(84, 광주시 서구 양동)는 미처 말을 잇지 못했다. 손자 뻘 되는 학생들이 자신을 위해 바자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의 어린 나이에 일본 군수업체 미쓰비시중공업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다. 이를 이유로 양 할머니와 같은 처지의 피해자들은 일본정부와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배상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바자회는 이같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투쟁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열리게 된 것이다. 앞서 장덕고는 지난 11일, 양금덕 할머니와 김선호 광주시의회 의원을 초청해 근로정신대 문제를 주제로 강연을 가진 바 있다.

캠코더 가격 결정이 힘들어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투쟁을 돕기 위해 열린 바자회 물품 판매장의 모습.
▲ 캠코더 가격 결정이 힘들어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투쟁을 돕기 위해 열린 바자회 물품 판매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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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지역사회 탐구반' 동아리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 급식실 입구 산책로에 임시 판매대를 설치했다. 바자회의 먹거리로는 팥빙수와 복숭아 맛 아이스티, 공정무역 초콜릿, 판매할 물품으로는 참고서부터 컵, 귀걸이, 화장품, 머리핀 등 액세서리, 그 밖의 생활 잡화 등이었다. 가격은 손거울이나 머리 핀 한 개에 500원, 복숭아 맛 아이스티 1000원, 팥빙수 2500원…. 그 밖에 가격이 좀 나가는 남성 정장이나 카메라 등은 경매에 부치는 식이었다.

숟가락을 놓기가 바쁘게 엎어질 듯 학생들이 쏟아졌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팥빙수 코너. 팥빙수 1개에 2500원이라는 가격도 매력적이지만, 눈 뜨면 학교가기 바쁜 학생들에게는 언제 이런 군것질 할 호사가 있으랴 싶었는지 금세 긴 줄이 늘어졌다.

밀려드는 팥빙수 주문에 학생들 비지땀

돌아라 돌아라~ 밀려드는 팥빙수 주문을 맞추느라 안슬아 학생이 쉴틈도 없이 수동식 빙수기를 돌려 빙수를 만들어내고 있다.
▲ 돌아라 돌아라~ 밀려드는 팥빙수 주문을 맞추느라 안슬아 학생이 쉴틈도 없이 수동식 빙수기를 돌려 빙수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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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맛 보실래요? 장덕고 학생들이 온갖 수고를 들여 만들어낸 시원한 팥빙수.
▲ 한 그릇 맛 보실래요? 장덕고 학생들이 온갖 수고를 들여 만들어낸 시원한 팥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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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학생들은 덕분에 남몰래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여름철 별미인 팥빙수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손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얼음, 팥, 초코시럽, 시리얼, 아이스 떡이 보태져 먹음직스러운 팥빙수 한 개가 만들어진다. 얼음을 갈아 하얀 눈송이처럼 만들기 위해 전기용 빙수기를 2대나 준비했는데,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다 못한 안슬아(고2)양은 얼음을 넣고 직접 손으로 돌리는 수동 빙수기를 이틀째 연신 돌려야 했다. 이틀째를 맞는 안양은 "하도 많은 얼음을 가느라 자고나니 팔이 아파 혼났다"며 말할 새도 없이 다시 얼음을 넣고 빙수기를 돌렸다.

한 개에 500원! 바구니 가득 거울을 팔고 다니는 학생들. 거울은 교실에서 몰래 보다 그동안 선생님들한테 빼앗긴 것들이다.
▲ 한 개에 500원! 바구니 가득 거울을 팔고 다니는 학생들. 거울은 교실에서 몰래 보다 그동안 선생님들한테 빼앗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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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자회 행사장을 찾은 양금덕 할머니가 손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할머니도 이날 본인이 쓸 것, 친구에게 선물할 것 2개를 1천원에 구입했다.
 바자회 행사장을 찾은 양금덕 할머니가 손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할머니도 이날 본인이 쓸 것, 친구에게 선물할 것 2개를 1천원에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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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회 수익금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전달할 예정

바자회장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여학생들이 있었다. 플라스틱 바구니에 손거울을 가득 들고 다니며 판촉전을 펼치는 이들. 한 한생은 "교실에서 (거울을) 몰래 들여다보다 들켜 선생님한테 뺏긴 것"이라며 "바자회 때 쓸테니 뺏긴 거 다 돌려달라고 해서 받았다.1개에 500원인데, 많이 팔렸다"고 웃어보였다.

순전히 학생들 스스로 마련한 바자회다 보니 경험 없는 일에 남모른 고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의선(고1)양은 광주 광산구에서 밤늦게 멀리 광주 북구까지 가서 초콜릿을 구입해야 했고, 김세은(고2)양은 재료 값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인근 대형마트란 마트는 다 뒤져야 했다.

공정무역 초콜릿 판매를 담당한 박소연(고1)양은 "물건이 일찍 떨어져 더 팔 수 없게 됐다"며 "반응이 시원치 않을까 걱정했는데, 많이 판 덕분에 더 많이 기부할 수 있게 됐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박양은 "초청강연 중 할머니가 '일본도 밉지만, 어쩔때는 남의 일인양 손 놓고 있는 우리 정부가 더 미울 때도 있더라'고 하는 말씀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며 "우리들이라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덕고 '지역사회 탐구' 동아리 학생들은 양금덕 할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21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바자회 수익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거스름돈 받아가세요~ 바자회가 열리는 천막 천장에 전날 거스름돈을 건네 받지 못한 학생을 찾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거스름돈 받아가세요~ 바자회가 열리는 천막 천장에 전날 거스름돈을 건네 받지 못한 학생을 찾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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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무역 초콜릿 판매 수익금을 손에 쥐며 즐거워 하는 학생들의 모습.
 공정무역 초콜릿 판매 수익금을 손에 쥐며 즐거워 하는 학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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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입던 정장 단 돈 2만원에 샀어요"
야, 어때!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문승원 학생이 바자회에서 단 돈 2만원에 구입한 정장을 입어보고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야, 어때!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문승원 학생이 바자회에서 단 돈 2만원에 구입한 정장을 입어보고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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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코너와 달리 물품 판매대에서는 가격을 두고 적잖은 흥정이 벌어졌다. 물품 판매대의 상품들은 학교 선생님에게서 기증 받은 것이다.

"처음부터 정장에 눈독을 들여왔다"는 문승원(고2)군은 화학 선생님이 기증한 정장 한 벌을 비롯해 의류 4점을 단 돈 2만 원에 구입했다. 이날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생전 처음 정장을 걸쳐 본 문군의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물품 판매를 맡은 류충환(고2)군은 "교무회의에 찾아가 선생님들께 바자회 취지에 대해 말씀드렸다"며 "처음엔 선생님들이 시큰둥하고 기증한 물품도 없어 애가 탔는데, 막판에 예상보다 많은 물품들을 기증해 주셨다"고 흐뭇해했다.

류군은 "얼마로 할지가 가장 힘들었는데,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싼 값으로 해 달라고 하더라"며 "이 정도 반응이면 성공적이다"고 말했다. 류 군은 "아끼던 물건을 흔쾌히 내준 선생님들도 고마운데, 구입해 준 학생들한데 고맙다"며 "팔다 남은 물건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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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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