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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15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비박주자 3인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리인들을 만나 경선 룰 조율을 위해 조찬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권택기 전 의원(이재오측), 안효대 의원(정몽준측), 황우여 대표, 신지호 전 의원(김문수측).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15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비박주자 3인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리인들을 만나 경선 룰 조율을 위해 조찬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권택기 전 의원(이재오측), 안효대 의원(정몽준측), 황우여 대표, 신지호 전 의원(김문수측).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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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승승장구하던 새누리당에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파동과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임수경 의원 발언 파문 등으로 한껏 고무되어 있던 새누리당 내부에 당 간부가 1인당 2원에 220만 명의 당원 명부를 스팸 업체에 팔아먹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 등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지만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의원이 독주하고 있는 새누리당 대통령 경선에 파문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한다. 새누리당 당원 유출 문제가 얼마나 큰 대형 파문을 몰고 올지 속단할 수 없지만 그 자체로 새누리당에는 악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유령당원 원조당'-'최대 유령당' 비아냥 어쩔꼬?

최근 유령당원 의혹 등 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논란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은 연일 이를 질타해 왔다. 그런데, 정작 '유령당원의 원조당', '최대 유령당원 정당'은 새누리당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전에도 당내 경선이나 여론조사 등에 유리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유령 당원 또는 페이퍼 당원, 당비 대납 사건 등이 알려진 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6년 4월의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유령당원 수사를 위한 당사 압수수색 시도와 인천 공무원들의 2000여 명 불법 당원 모집 사건이다.

2004년 지방선거 당시 홍성 등에서 당내 경선에서 부정을 저지르기 위해 불법 당원을 모집한 한나라당의 유령당원 사건이 터졌다. 검찰은 한나라당에 당원 명부 제출을 요구하였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하였고,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는 검찰의 한나라당사 진입을 막았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 의원이었는데, 한나라당은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손발을 묶는 자유당 시절의 행태"라며 강력하게 반발하여 결국 무산되었다.

같은 시기 인천 부평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당시 인천의 박아무개 부평구청장은 한나라당 소속이었는데, 구청장 재선을 위하여 (정당 활동이 금지된) 구청 국장과 과장 등 7명의 공무원들이 공모하여 2277명의 한나라당 당원을 모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무원들의 이 유령당원 가입 사건은 장애인 단체 회원과 노인들의 당비를 대납하며 유령 당원으로 가입시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는데 한나라당 내부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저질러진 불법이었다. 새누리당이 '유령당원 원조당'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이유가 일련의 이런 사건들이다.

간간히 문제되었던 새누리당의 유령 당원 문제가 당원 명부가 1인당 2원에 팔리면서 2012년 다시 터졌다. 새누리당은 늘 '200만 당원'을 강조해 왔는데, 이번에 누출된 명단이 220만 명이라니 명부 상의 수치로 보자면 새누리당의 200만 당원이 허풍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유령당원 문제는 이 200만 명이 정말로 새누리당의 당원이냐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한나라당에는 책임당원이라는 것이 있는데, 당비를 내는 등 당원으로서 일정 정도의 의무를 다한 당원으로 공직 출마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당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책임 당원의 수는 기껏 10만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이 당원에게 부여한 대표적인 의무는 "소정의 당비를 납부할 의무와 당이 실시하는 소정의 교육을 받을 의무"이다.

실제로 이런 최소한의 의무를 다한 새누리당 당원은 220만 명 중에 10만 명 남짓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새누리당 당원 95%가 유령당원이고 실질당원은 5% 정도밖에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최대 유령 정당'이라는 비아냥은 여기서 기인한 것이다.

새누리 당원 명부가 정말 선거에는 사용되지 않았을까?

새누리당의 220만 당원 대다수가 이름만 당원인 셈인데, 유령당원 모집을 통하여 얼마든지 당내 경선 결과나 여론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당비 납부는커녕 당 가입 원서를 쓴 적도 없고, 심지어는 당 행사에도 참석한 적이 없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일부 언론들에서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특정 학교의 동창회 명부나 향우회, 종친회 명부, 산악회 등의 친목 모임이 당원 명부로 둔갑한 경우도 있다. 당 행사가 아니라 지역 행사에 참석하거나 서명을 한 경우가 당원으로 가입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더 심한 경우는 1980년대까지는 학교에서도 교장이나 교감이 여당 가입서나 선거운동원 가입서를 들고 다니면서 받았다고 하니 유령 당원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새누리당 지도부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이번에 누출된 당원 명부가 지난 선거, 특히 내부 경선에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다. 당원 명부는 곧 새누리당 열렬한 지지자들의 명단이므로 선거운동 또는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당락이 몇십표 차이로 결정된 경우가 많아 이 명부를 사전에 가지고 선거운동에 활용한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는 공정한 경쟁을 보기 힘들다. 모든 후보가 똑같이 가지거나, 똑같이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 한 부정 선거 논란을 피하기 힘들어진다.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등 이른 바, '비박' 후보들이 이 당원 명부 유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이것이다. 명부가 유출된 당시 대표가 박근혜인데 그는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이고, 당대표와 사무처장 등이 모두 친박파이며, 현재 완강하게 경선 룰 개정을 거부하고 있다.

당시 친박파였던 사무처 등을 통해 이 명부를 새누리당의 실세인 친박파가 지난 선거에서 활용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이후에도 편파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물론 이 당원 명부가 지난 선거에서 불공정하게 활용되었다는 증거가 드러난 바는 없으며, 새누리당에서 이를 인정한 바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 유출되어 스팸업체에 1인당 2원에 팔린 이 명부가 지난 선거에서 활용되지 않았다고 믿으라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런 사실이 밝혀진다면 책임론을 넘어 이후 새누리당 내에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전교조 명단 공개하라고 호들갑 떨던 새누리당 어디 갔어?

지금 새누리당은 당원 명단 누출로 불난 호떡집 분위기이다. 부랴부랴 자체 진상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참 우습다. 조전혁 전 의원을 비롯하여 정두언, 심재철, 김용태 의원 등 10여 명이 법원의 판결에도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였으며, 동조하겠다던 의원이 50명을 넘었다.

당시 새누리당이 내세웠던 논리가 "전교조 조합원 명단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것과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것이 떳떳하다면 왜 공개를 못하느냐?"는 비아냥이었다. 그런데 그 비아냥이 이제 새누리당에게 그대로 돌아가게 생겼다.

"산악회나 동창회 명부도 1인당 몇 백원~몇 천원은 하는데 새누리당 당원은 1인당 2원이냐?"는 우스갯소리에서부터 그들이 전교조에 들이대었던 논리 그대로 "새누리당 당원 명단을 알고 싶은 것은 국민의 권리"이며, "새누리당이 그렇게 자랑스럽다면 왜 당원을 공개하지 못하느냐?"는 비아냥이 되돌아온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으로 보인다.

전교조 명단 공개 문제를 가지고 전교조를 공격하던 새누리당의 호기는 온데 간데 없고 연신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고, 호떡집에 불난 듯 좌불안석인 것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현재 모습이다.

진보당 당원명부 압수수색 옹호하던 새누리당에 부메랑 되나?

진보당에 쏟아 붓던 악담은 또 어떤가? 새누리당은 당대표와 원내대표, 대변인이 돌아가면서 진보당을 비난했다. '당원 명부는 당의 심장과도 같은 것'이라면서 당원 명부 압수수색에 저항하는 진보당을 향해서 "위법 사안에 대해서 절차를 밟아 조사하는 것은 합당한 조치이고 압수 수색은 필요했다"면서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 수색을 옹호했다.

그런데 어쩌나? 이 새누리당의 진보당에 대한 비아냥도 그들에게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이 명부가 선거에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나아가 자신도 모르게 새누리당의 당원으로 가입되어 있다는 의혹들이 여기 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이 명부가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하여 일부에게만 선거 자료로 활용되었거나, 당내 경선 또는 여론조사 조작에 사용되었다면 불법 선거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유령당원 그 자체가 불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당연히 형사 처벌감이므로, 형식 논리만 따지자면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를 피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나아가, 새누리당이 진보당에 들어대었던 그 잣대를 자신들에게 들이댈 경우, 조금이라도 이 명부가 선거에 활용된 것이 드러난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원 사퇴를 해야할 판이다. 새누리당은 이 명부가 선거에 활용된 증거가 나오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해야 할 상황이다.

진보당 압수수색하던 검찰의 호기, 새누리당에게는?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최초로 한 정당의 당원 명부를 통째로 압수해 갈 정도로 호기로웠던 검찰도 이번 새누리당의 명부 유출 사건으로 참 우스워지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새누리당 선거에 이 명부가 활용되었을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고, 유령당원 의혹은 이전부터 수없이 제기된 마당에 새누리당을 수사하지 않는 것도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 사건 이전에도 전교조 교사들의 월 5000~1만 원 정도의 후원금을 빌미로 당원 명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바가 있으며, 2000여 명의 교사와 공무원을 정당 가입 혐의로 기소하여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새누리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되어 검찰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필요도 없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진보당에게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 수색은 정당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새누리당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교조와 진보당에 적용했던 잣대를 새누리당과 새누리당에 정치후원금을 주었던 교장 등에게 똑같이 적용한다면 검찰은 당장 새누리당 수사에 돌입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보도는 없다. 새누리당도, 검찰도 이중잣대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일반 국민들이나 진보당 지지자들이 진보당의 경선 과정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잘못을 비난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진보당이 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1인당 2원에 당원 명부를 팔아먹은 새누리당은 진보당을 비난할 자격이 없어 보이며, 이 명부가 선거에 쓰이지 않았을 거라고 국민에게 믿으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의원들은 진보당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누출된 당원 명부가 지난 선거에 사용되지 않았는지, 혹시 자신은 사용하지 않았는지 의혹에 대해서 명백하게 밝혀야 하며, 진보당과 전교조에 쏟아냈던 악담에 대해서 사과부터 해야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전교조와 진보당에 들어대었던 그 칼날을 새누리당의 부정선거와 유령당원, 불법당원 의혹에 들어대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진보당의 당원 명부를 돌려주고 사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태그:#새누리당, #진보당, #전교조, #당원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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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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