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한 장면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한 장면 ⓒ 청년필름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 주인공 민수(김동윤 분)은 잘생긴 얼굴에 의사라는 직업까지 갖춘 훈남 중의 훈남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 숨기는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그가 게이라는 사실.

아직 커밍아웃하지 못한 민수는 아이 입양을 원하는 10년차 레즈비언 동료 의사 효진(류현경 분)과 한 번의 (위장) 결혼식을 감행한다. 효진과 이혼하고 프랑스로 유학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민수는 우연히 운명의 그(?) 이석(송용진 분)을 만나게 되고 금세 사랑에 빠진다.

법적인 결혼은 민수와 이석. 효진과 서영(정애연 분)의 사랑에 큰 방해물이 아니다. 동성애와 동성 결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두려울 뿐이다. 이석은 용기 내어 가족들 앞에서 게이임을 선언했지만 민수는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게이 모임에는 자주 나가지만 커밍아웃을 꺼리는 민수는 행여나 자신의 정체성이 노출될까봐 전전긍긍하게 되고, 끝내 효진이 레즈비언인 사실이 병원에 알려지면서 민수는 일생일대 큰 갈림길에 선다.

그리 많진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퀴어 영화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회를 반영하듯 그 내용이 어둡고,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다수였다. 하지만 <두결한장>은 한국 퀴어 영화사상 최초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다. 칙칙하고 무거운 남자들 간의 낯 뜨거운 처절한 사랑에서 벗어나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이성애자 커플들도 가볍게 사랑 이야기로 즐길 수 있는 발랄함이 엿보인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폭소가 나오는 장면도 더러 있지만, <두결한장>은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금기시되는 꽤나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다. 애써 유쾌하게 에둘러 표현하고자 하지만 여전히 동성애 간의 사랑이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여실히 꼬집는다.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한 장면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한 장면 ⓒ 청년필름


커밍아웃을 두려워하는 민수, 커밍아웃 선언 이후 아버지와 의절한 석, 레즈비언 정체가 들통 난 이후 동료들에게 퇴사 압박에 시달리는 효진. 그리고 동성애를 혐오하는 보통 사람들. 그들 중에는 동생이 게이임을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 눈감아주는 누나도 있지만 게이인 형과 거리감을 두고 싶은 석의 동생같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후자가 대다수다.

주위 시선이 두려워 하루라도 빨리 동성애가 합법화된 프랑스로 탈출하고픈 민수는 '한 번의 장례식'을 치룬 이후 급격한 심적 변화를 겪게 된다.

게이라는 모욕과 설움이 빚어낸 티나(박정표 분)의 죽음은 민수와 게이 언니들을 아프게 하면서 동시에 그들 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성정체성을 당당히 선언하는 두 번의 결혼식을 치른다.

동성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당당히 맞서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서로 의지하며 꿋꿋하고 밝게 살아가는 것. 그래서 김조광수 감독은 꾸준히 동성애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 왔다. <두결한장>도 예외는 아니다. 감독은 동성애 모임 친구들과 국내 유일의 게이 코러스 G-VOICE를 통해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민수와 효진,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바라는 것은 딱 하나. 남들처럼 눈치 안보고 편하게 연인을 만나 사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태생부터 대다수의 이성애자와 똑같을 수 없는 동성애자다.

실제 동성애자이자 19살 연하 애인을 공개하여 화제가 된 김조광수 감독처럼 당당하게 커밍아웃 하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지만, 동성애자가 살기엔 한국은 결코 녹록한 세상이 아니다.

김조광수 감독이나 실제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에게 바라는 시선은 "우리는 이성애자와 똑같아"가 아니었다. 이성애자들과 동성애자들은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고 사랑하는 방법도 다르지만, 그 다름 자체를 인정해주자는 것

그렇게 김조광수 감독의 바람대로 <두결한장>은 호모 포비아(동성애 혹은 동성애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그로 인한 차별)는 아니지만 동성애가 낯설 법한 이성애자들도 배우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유쾌한 영화였다. 물론 남자를 좋아하는 대다수 여성 관객들이 <두결한장>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대사는 "괜찮은 남자는 유부남 혹은 게이" 일 것 같다만.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메인 포스터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메인 포스터 ⓒ 청년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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