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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천호(가명)가 말을 안 들어서 속상해 죽겠어요. 어떻게 해요?"
"잘 지내시죠? 천호가 말을 안 듣다니요?"
"무슨 일이든 짜증부터 내고, 무조건 하기 싫다고 대드네요."
"6학년 때도 그런 적이 몇 번 있었지요? 사춘기인가 봅니다. 제가 천호 만나볼게요.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그게 잘 안 돼요. 아이 얼굴만 보면 냅다 잔소리부터 쏟아지네요. 하는 짓거리도 밉게 보이고 도저히 대화도 안 되고..."
"어쩝니까. 그래도 엄마가 먼저 천호를 이해하셔야죠."

아이들은 관심을 가진만큼 성장한다 자식을 정말 사랑한다면 자식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진정한 이해가 있을 때 바르게 자란다.
▲ 아이들은 관심을 가진만큼 성장한다 자식을 정말 사랑한다면 자식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진정한 이해가 있을 때 바르게 자란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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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6학년이었던 천호의 어머니 전화였다. 다짜고짜 아이의 삿된 언행만 꼬집었다. 천호가 지금도 말썽을 피운다고 하셨다. 이제는 머리가 굵어 엄마를 괴롭힌다고 목청을 높였다. 가뜩이나 천호 엄마는 심장이 좋지 않은데 더럭 신경이 곤두섰다. 중학교 진학 후 천호를 자주 만났다. 그렇게 심성 곧은 상태는 아니었다. 나는 천호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괜히 심란해졌다. 흔히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까닭도 있겠지만 자기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때라 조그만 일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거리를 만든다.

천호 엄마께 무조건 천호 편에 서라고 말씀드렸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덩치가 불숙 커버린 녀석이 부모의 말을 곧이듣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또 엄마의 현재 마음 상태로는 녀석의 말을 경청하고, 삿된 행동을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보였다. 그러다 보니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이 안 될 것이다. 자칫 더 큰 문제로 비약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다. 그런데 천호는 부모의 기대 땜에 힘겨워 하고 있다고 했다. 나 역시 천호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까 고민스럽다. 녀석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렇다고 고삐 풀린 망아지를 다그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느긋함과 경청이 필요하다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를 깨닫는 것이다. 바로 이 깨달음이 교육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그저 걱정만하는 것으로 아이를 바르게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또한 사회에서 틀에 박힌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한 그러한 교육은 능률적인 인간만을 길러낼 뿐이지 창조적인 사람을 길러내지 못한다.

올바른 교육은 아이에게 부모의 이상에 맞는 인간형의 틀을 덮어씌우지 않고, 대리 만족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다만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 있다. 부모 욕심이 지나치면 아이의 참다운 삶을 그르친다.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게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이상의 틀 안에 가둬버리는 것은 규범에 순응하고 순종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진실로 자기 아이를 이해하는 부모는 이상의 틀로 자식을 바라보지 않는다.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부모라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아이의 성격이나 기분, 버릇이나 적성을 따뜻이 보살피며 느긋하다. 그러나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아이들에게 성급하다. 자식을 통하여 자기 욕망을 채우려고 자식에게 이러저러한 사람이 되기를 요구하게 되고, 이상의 굴레를 씌운다.

아이를 이해하는 부모는 이상의 틀로 자식을 바라보지 않아

아이들 저마다가 지닌 기질과 능력을 주위 깊게 살피고 이해함으로써 정말로 가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을 북돋워주기 위해서는 사랑과 인내심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두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들한테는 부모의 크나큰 이해심과 인내심, 인정과 사랑만큼 든든한 보살핌은 없다. 자식을 정말 사랑한다면 자식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진정한 이해가 있을 때 바르게 자란다.

방금 천호와 통화했다. 밝은 목소리로 응답하는 천호, 당장 보기에 큰 문제는 없는 듯하다. 짐작대로 녀석은 부모의 과중한 바람 때문에 힘에 부쳤던 것이다. 평소 천호 어머니는 자식을 대리 만족의 대상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녀석은 그 기대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거다. 그렇잖아도 늘 어깨를 축 늘어뜨린 모습이 퍽이나 안타까웠는데... 토요일 만나면 별스런 이야기보다 녀석이 좋아하는 탕수육이나 함께 먹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제 블로그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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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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