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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대(73.새누리당) 강창일(60.민주통합당) 장동훈(47.무소속) 고동수(50.무소속) 후보.
▲ 제주시 갑 선거구 현경대(73.새누리당) 강창일(60.민주통합당) 장동훈(47.무소속) 고동수(50.무소속)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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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치의 축소판으로 선거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제주. 소용돌이가 거세다.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투표 당일까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박빙 승부처도 있다. 한마디로 3구(區) 3색(色)이다.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는다는 이른바 제주 특유의 '무당파' 분위기 그대로 변화무쌍하다.

"게메양(글쎄요)... 제주날씨 만큼 변덕이 많앙(많아서) 선거 당일까지 알아지카 마씀(알 수 있을까요)."

'안전지대'에서 '박빙지역'으로... 눈길 가는 제주시갑

4.11총선 제주시갑, 제주시을, 서귀포시 세 곳 선거구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곳은 제주시갑(서쪽) 선거구다. 일찌감치 현역 의원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60)의 독주가 예상됐지만, 5선 경력의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73)가 보수 결집을 유도하며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뒤로 도의원 2선 경력이 있는 밑바닥 민심을 파고드는 장동훈(47)·고동수(50) 무소속 후보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2강 구도지만, 최근 TV토론 등에서 호평을 받은 무소속 장동훈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아 최종 3강 구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각종 여론조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민심을 전했다.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와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가 연일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 치열한 공방전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와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가 연일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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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 후보와 현경대 후보의 인연은 깊다. 벌써 세 번째 대결이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는 강창일 후보(열린우리당)가 5만6608표(48.2%)를 얻어 5만1409표(43.8%)에 그친 현경대 후보(한나라당)를 눌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등에 엎고 5선 관록을 잠재웠다는 평가가 많다.

이어 2008년 제18대 총선 때도 강창일 후보(민주통합당)는 3만2707표(39.3%)를 기록해 2만6711표(32.1%)에 그친 현경대 후보(무소속)를 따돌렸다. 한나라당 김동완 후보(2만2592표.27.14%)와 보수 표를 나눠가져 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처지만 바뀐 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이던 장동훈 후보가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이다.

장 후보는 "경기에 오르지도 못하게 한 현경대 후보와 새누리당이야 말로 꼼수 중의 꼼수"라며 "반드시 유권자에게 심판을 받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주통합당이 4일 "현경대 후보를 찍어달라"는 내용의 불법서신이 부재자에게 배달됐다며 선관위에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 괴편지 공개 민주통합당이 4일 "현경대 후보를 찍어달라"는 내용의 불법서신이 부재자에게 배달됐다며 선관위에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 양김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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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3석 싹쓸이' 희망한 민주당 제주도당은 최근 여권 및 보수층 결집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에 따른 상호 공세가 만만찮다.

민주당은 지난 4일 '현경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불법서신'을 공개하며 "현경대 후보 측에서 부재자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불법 선거운동을 저질렀다"며 "자유당 시절에나 있을 법한 불법행위가 제주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편지 문건은 지지율 급락에 따른 정치공세"라며 역공을 폈지만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 사건과 관련 이미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새누리당 제주시을 공천반납... 보수 결집?

민주통합당이 4일 공개한 "현경대 후보를 찍어달라"는 내용의 불법서신. 부재자에게 보내는 '위문편지' 형식으로 작성됐다.
▲ 불법 괴편지 민주통합당이 4일 공개한 "현경대 후보를 찍어달라"는 내용의 불법서신. 부재자에게 보내는 '위문편지' 형식으로 작성됐다.
ⓒ 양김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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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강창일 후보가 대표 발의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심의될 때, 정작 강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는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창일 후보는 야권 단일화로 후보직에서 물러난 이경수 전 예비후보에게 '긴급 구조요청'을 해 야권연대의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화는 뚜렷하게 감지된다. 먼저 예기치 않은 변수는 제주시을(동쪽)에 출마했던 새누리당 부상일 후보의 도중 하차로 촉발됐다. 부 후보는 배우자의 금품수수 혐의로 공천이 취소돼 출마를 포기했다. 결국 새누리당 결집세가 한 곳으로 집중된 것이다.

여기에 지난 제18대 총선에서 보수표 분산 탓에 강창일 후보에게 금배지를 넘겨준 '학습 효과'도 역시 한 몫하고 있다. 여기에 "좀 더 가능성 있는 후보로 몰아주자"는 분위기 역시 힘을 얻는 형국이다. 물론 현경대 후보의 많은 나이를 문제 삼는 시선도 있다.

유권자 강아무개(51. 회사원)씨는 "보다 젊게 나가야할 제주도가 인물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한 채 70대 후보를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현실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후보 지지층은 "현 후보 만큼 경력과 연륜, 정치적 감각을 갖춘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오히려 이번에 당선하면 6선으로 국회의장까지 도전하는 등 현역 의원 몇 명의 몫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 탈락한 장동훈 후보가 무소속으로 선회 후 맹추격을 벌이고 있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무소속 장동훈 후보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 탈락한 장동훈 후보가 무소속으로 선회 후 맹추격을 벌이고 있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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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장동훈 후보에게도 일정한 표가 모이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장 후보는 현 후보의 '기습 공천'이란 유탄을 맞고 한때 15%대를 넘나들던 지지세까지 한풀 꺽이며 적지않은 내상을 입었다.

하지만 한때 소강상태를 보였던 무소속 장동훈 후보는 TV토론의 영향으로 적지 않은 바람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제주시갑 선거구의 '케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동훈 후보 측은 "그만큼 오랫동안 적지않게 바닥민심을 다져왔다"며 "내부적으로 파악한 결과 TV토론 이후 지지세가 급상승, 최근 25%대를 넘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력을 다한다면 반드시 당선권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소속 장동훈 후보의 '맹추격'... 주요 변수 작용

일찌기 도의원 재직시절부터 바닥표심을 다져왔던 장 후보는 고향 한림을 중심으로 한경지역까지 적지 않은 지지세를 구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장 후보의 선전 여부에 따라 강 후보와 현 후보의 승부가 뒤바뀔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장 후보의 지지층은 얼핏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와 겹쳐 보이지만, 강창일 후보가 닦아 놓은 한림·한경지역은 물론 20~30대 젊은 유권자의 표 잠식도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강창일 후보 측 한 관계자는 "바닥 민심으로 볼때 현경대 후보보다 장동훈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가 됐다면 좀 더 긴장했었을 것"이라며 "제주시을 선거구의 부상일 후보가 중도하차 할 것은 전혀 예상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가 6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진보당 표심 단속에 나섰다.
▲ 야권연대 공동기자회견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가 6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진보당 표심 단속에 나섰다.
ⓒ 양김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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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대결 구도.. 투표율 촉각

제주지역은 야당과 여당 외에 '괸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좁은 지역사회의 '연고주의'와 '혈연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아왔다. 또 '인물론'에 입각한 후보 선택도 제주 지역 유권자의 특성이다.

하지만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연이어 야당(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 패배하면서 8년간 절치부심 해야 했던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에선 국회의원 한 석도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설욕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보수 대 진보' 대결구도가 형성돼 제주에서는 이례적으로 이념적 대립 구도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젊은층의 투표율이 적지않게 승부를 가르는 주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어느때 보다 크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반드시 1석 정도는 확보하겠다는 각오가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며 "이미 상승곡선을 타고 있어 적어도 한 곳(제주시갑 지역구)에서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심판론과 변화와 진보를 갈망하는 유권자가 많다"며 "이런 분위기가 결국 선거당일 표심으로 나타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도 민심에 영향 준 듯

들쭉날쭉 여론조사 결과 역시 민심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짧은 선거 일정상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는 후보에 대한 유불리와 호불호로 이어지는 등 여론에 영향을 줬다.

미래리서치 양진철 대표는 "ARS 등 전화를 거는 방식에서 표본 추출의 한계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낮 시간대에 집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유권자들은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 결과가 있어 휴대폰이 상용화된 젊은층의 여론을 제대로 담아내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플러스조사연구소 김대호 대표는 "언론사마다 조사기관이 제각각 다른데도 언론지상에 발표되면 자칫 동일한 조사기관에서 편차가 큰 조사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여론조사 기관별로 별도로 분리해서 지지추이를 살펴보면 그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 양김진웅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4.11 총선, #강창일, #현경대, #장동훈, #고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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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자(大者)는 그의 어린마음을 잃지않는 者이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12년 동안 걸었던 언론노동자의 길. 앞으로도 변치않을 꿈, 자유로운 영혼...불혹 즈음 제2인생을 위한 방점을 찍고 제주땅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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