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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5일,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서 녹색당 당원들이 제19대 총선의 막바지 선거활동을 위해 피켓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서정원 인천 녹색당 사무책임자,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3번 장정화, 김현 조직담당자, 하승수 사무처장) 장정화 후보가 녹색당을 상징하는 정당기호 11번을 손으로 만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5일,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서 녹색당 당원들이 제19대 총선의 막바지 선거활동을 위해 피켓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서정원 인천 녹색당 사무책임자,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3번 장정화, 김현 조직담당자, 하승수 사무처장) 장정화 후보가 녹색당을 상징하는 정당기호 11번을 손으로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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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아베 유리카 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살았던 후쿠시마시는 원자력발전소로부터 60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나라(정부)가 정한 피난지역은 아닙니다. 하지만 방사선 양은 높은 곳 입니다.

3월11일 오후 2시46분, 엄마와 슈퍼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선반에서 물건이 우르르르 바닥에 떨어져 그것을 피해가며 밖의 주차장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서있을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지진이어서 주차장에 앉아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3분 정도 긴 지진이 계속 되어 무서웠고 후쿠시마가 부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정전이 되어 물도 전기도 쓸 수 없게 되어서 물과 먹거리를 사재기 하는 사람들로 슈퍼는 가득 찼고, 앗 하는 순간에 상품이 동이 나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석유도 구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라디오에서 3월12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1호기가 수소 폭발했다는 것을 들은 아버지는 "위험하니,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도록 짐을 챙겨라"라고 하셨습니다.

뭐가 위험한지 잘 알 수 없었지만 아버지의 표정으로부터 큰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집 안에서도 마스크와 선그라스를 쓰고 있었고 밖에 나가서는 안 된다는 말씀에 계속 집에 있었습니다.

TV나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로부터 '원전사고가 가서 많은 방사능이 밖으로 나갔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지만, 암이나 갑상선에 생기는 병이나 백혈병에 걸릴 수도 있다' '방사능은 사람의 세포를 파괴하는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무서워졌습니다.

14일 3호기까지 폭발했습니다. 3호기는 플루서멀(plutonium thermal, 플루토늄 떼르말)이 들어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도망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석유가 없어서 도망갈 수가 없었습니다. 10리터의 석유를 넣기 위해서 몇 시간씩이나 줄을 서고, 그것도 몇 군데를 돌아야 겨우 석유를 넣을 수 있게 되어, 16일이 되어 가족과 야마가타로 피난을 갔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원전사고 장소로부터 가능한 먼 곳으로 피난을 시키려고 3월18일, 어머니와 저, 그리고 할머니는 홋까이도로, 5월10일에는 어머니와 둘이서 키타카타 시로, 7월26일에는 오키나와로 이동하여, 8월25일에는 지금 살고 있는 쿄토로 왔습니다. 저는 반년 동안 홋카이도, 키나카타 시, 쿄토 이렇게 세 번이나 학교가 바뀌었습니다.

후쿠시마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싫었고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고 슬펐습니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할 때 마다 '친구가 생길까?', '이지매를 당하지는 않을까?', '공부는 잘할 수 있을까?' 등 불안했습니다. 겨우 친구가 생겼나 싶으면 다음 학교, 또 다음 학교로 바뀌는 바람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홋카이도에 있을 때, 이 이야기를 선생님께 말씀 드렸더니 '이곳저곳으로 전학가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생각을 바꾸어 해보면 전국에 친구가 있다는 일은 멋진 거야' 라고 하셔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했고, 매우 기분이 편해졌습니다.

원자력발전은 생활이 편리해지고, 일자리도 늘어나 돈을 받을 수 있을 런지는 몰라도 한번이라도 폭발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무서운 것입니다.

방사능 때문에 병에 걸리고 싶지 않습니다.
방사능 때문에 죽고 싶지 않습니다.
원전 폭발로 저는 고향인 후쿠시마를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아니 몇 십 년 동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피난을 간 후, 제일 좋아하는 아버지와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만날 수 있는 것은 한 달에 한번 정도입니다.

아버지는 저를 지켜주고 피난시키기 위해서 후쿠시마에 남아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스스로 피난한 사람들에게는 아무 보상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활이 얼마나 계속될까요?

후쿠시마에 돌아가고 싶어!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어!
원전사고가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이제는 본래대로 되돌아 갈 수 없습니다.
원전사고가 일어나면 본래대로 되돌랄 수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저와 같은 생각을 (또 다른) 누군가가 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사고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원전사고 때문에 방사능을 뒤집어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저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제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
제가 건강한 아가를 낳을 수 있을까요?
 
- 후쿠시마 원전사고 모자 피난 가족의 어린이 아베 유리카의 편지. 지난 3월 10일 후쿠시마 대재앙 1주기 행사에서 발언함. (출처: 녹색당 홈페이지

www.kgreens.org)

지난 5일 오후 1시, 서울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녹색당 당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선거유세를 위한 마지막 홍보활동을 하고 있었다. 득표율이 2%가 안 되면, 앞으로 4년간 같은 이름으로 정당등록을 할 수 없다는 기존의 정당법은 아직까지 유권자들에게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새로운 정당들에는 불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2006년 스웨덴, 독일 등지에서 '정보공유,' '저작권에 대한 급진적인 개혁,' '검열반대' 등 '인터넷 자유권'을 주요 의제로 채택하며 창당한 해적당(Pirate Party)이 작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8.9% 득표로 베를린 지방의회의 19석을 차지했다. 또 해적당은 올 3월 25일에는 독일 서부 자알란드 주에서는 7.4%의 득표율을 차지하며 주의회 진입에 성공해 유럽을 놀라게 했다.

행정정보의 완벽한 공개를 원하며,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정직함'이란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해적당은 기존 정당의 표를 꾸준히 갖고 오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에 환멸을 갖고 있는 그동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로부터도 표를 얻고 있다고 한다.

지난 5일, 광화문광장 사거리에서 녹색당의 마지막 홍보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녹색당의 하승수 사무처장과 김현 조직담당자를 만나 녹색당이 주요 의제로 삼고 있는 탈핵, 탈토건, 탈성장, 지방자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녹색당은 '2030년까지 탈핵'이라는 급진적 탈핵의제 이외에도 '50% 여성 할당제,' '주3일 노동제로 정규직일자리 나누기' '결혼에 준하는 동반자제도 도입' '투표연령 15세로 하향' 등의 혁신적인 의제들을 채택하고 있다.

지난 4월 5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녹새당 하승수 사무처장이 신생당인 녹색당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마지한 선거작업으로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4월 5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녹새당 하승수 사무처장이 신생당인 녹색당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마지한 선거작업으로 피켓을 들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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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70%, 10% 전기가 인상에도 원전의 점차적 폐쇄에 찬성
탈핵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열망, 정치인들이 따라가지 못해

- 정당투표에서 2%가 안 되면 정당이 해산되는데요.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이하 '하') : "다시 정당 등록을 하면 돼요. 하지만, 앞으로 4년 동안 같은 이름으로 정당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 이름이라는 것은 나름대로 역사성도 있고,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인데, 2%가 안 되었다고 같은 이름으로 정당등록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새로운 정당으로서는 난감한 일이겠군요. 작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이제 탈핵은 많은 이들에게 절실한 생존의 문제로 다가와 있는데요. 여기 계시면서 일반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하 : "많은 사람들이 탈핵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설문조사 한 것을 발표했는데, 조사 대상자 중 현재 전기가격의 10%를 인상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줄이는 것에 대해 70%가 동의했다고 해요. 또, 20%의 비용인상과 원자력 발전소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응답자가 동의했어요. 그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소의 점차적 폐쇄를 원하는 지 알 수 있죠. 그런데 시민들의 탈핵에 대한 그런 높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지난 주 고리1호기 사고 때문에 부산을 다녀왔어요. 야당 정치인들까지도 언론에는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주민들에게는 반대로 이야기해요. 탈핵이라는 국민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정책발표보다는 눈앞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행태죠. 정치인들이 선거공약으로 100여 가지를 내놓지만, 실제로 실현 가능한 1-2가지의 정책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옳다고 봐요.

이곳에 서 있다 보니까, 가끔 말을 걸어오는 시민분들이 계시는데, 정당투표에서 녹색당을 찍고 싶어도 '내가 찍어 봤자, 그것이 죽은 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진 분들이 계셨어요. 소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우리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 분은 남성분이셨는데, 오히려 여성 보다는 남성분들이 군대, 직장 등 사회적으로 조직에 순응해 살아가는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종교를 가진 분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는 데 적극적이신 것 같아요.

밀양과 부산 송전탑 문제 해결은 '신고리 발전소 건설중단'
정치인들, 송전탑 반대 외치지만 원자력 입장 찾기 어려워

선거유세에서도 기성 정치인들은 핵발전소 폐쇄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아요.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고리1호기 폐쇄'는 선거가 지나고 나면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커요. 부산의 신도시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고 있어요. 송전탑 때문에 밀양에서 주민 한 분이 돌아가신 그 문제의 송전탑의 시작이 부산이예요. 고리1호기가 바로 부산과 밀양 경계선에 있는데, 행정구역은 부산으로 되어 있거든요. 부산과 밀양의 송전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되고 있는 '신고리 핵발전소'의 건설 중단입니다.

결국 '원자력발전소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인데, 이번 총선후보들이 선거 때문에 '고리 송전탑 건설을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원자력에 대한 입장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송전탑 반대가 결국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의 반증이지요."

녹색당, 탈핵으로 가는 구체적 법안과 시나리오 준비
정부, 아랍에미레이트 원전수주 내용 공개하지 않아

- 현재 한국에는 몇 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나요?
하: "현재 21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있습니다. 올 6월에 부산과 울산의 경계에 있는 '신고리 2호기'와 '경주 신월성1호기'가 완공됩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신월성, 신고리, 신울진 등 5개가 완공될 경우, 모두 합쳐 28개가 됩니다. 거기에 계획단계에 있는 것이 6개, 작년 12월 이후로 추가로 부지확보 중인 것이 8개입니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 2명의 지역후보와 1명의 비례후보를 내놓았습니다. 부산해운대 기장을에 출마한 구자성 후보와 탈핵·농민후보로 영양, 영덕, 봉화, 울진에 출마한 박혜령 후보입니다. 탈핵후보를 국회에 진입시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탈핵 및 에너지 개발 기본법,' '수명만료 핵발전소 폐쇄법,' '에너지전환시나리오' 등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시나리오'에는 우선 '단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것,' 둘째로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것,' 셋째로 '가전제품, 건물, 기업 등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독일정부는 공식적으로 점차적 핵발전소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진 프랑스는 어떻습니까?
하 : "현 사르코지 대통령은 핵발전소를 사용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야당에서 점차적 폐쇄로 가는 것에 합의를 보았다고 합니다. 올해 프랑스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아마도 탈원전의 큰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얼마 전 서울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있었고, 그 기저는 '원자력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핵발전소는 안전하다'며 핵발전소 사용을 옹호하는 것이었는데요, 현재 한국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옹호하는 입장에는 아마도 '상업용 전기의 주 사용자인 대기업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나' 하는 예상을 할 수 있는데요.
하 : "한국 전기사용의 절반 이상이 상업용입니다. 한국전력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원가이하의 가격으로 기업들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 이명박 정부는 아랍에미레이트에 원전을 수주했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했었는데요. 그곳의 지질이나 환경이 원전이 가능한가요?
하 : "지질의 조건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수주를 한 이상 안전운영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경제적으로도 싸게 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위키리크스(www.wikileaks-kr.org)에도 '덤핑'이었다고 보고하고 있어요. 정부는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결국 공기업인 한전이 손해를 보면서 계약을 했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오겠지요. 행정정보공개는 민주주의 절차에서 가장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후보들과 당원들, 인지도 위해 몸으로 선거유세 나서
녹색당 창준위, 후쿠시마 원전사고 날까지 100일간 광화문서 일인시위

- 광화문 선거유세는 언제부터 하고 계신 건가요?
하: "어제부터 하고 있어요.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다음 주 화요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예요. 비례후보는 대학가 등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홍보활동을 하고 있구요. 마지막 선거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몸으로 뛰고 있죠.

작년 12월 2일부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3월 10일까지 100일 동안 이곳 광화문광장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일인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당시 삼척, 영덕에 추가건설 부지를 찾는 단계였는데,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지지 방문자를 포함해 약 100여 명이 참여했어요. 하루에 한 시간씩 할 때도 있고, 4-5시간 동안 서있을 때도 있었어요."

- 자녀가 있으세요? 아버지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이 하나 있어요. 전반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아빠가 작년 12월부터 녹색당 창당으로 바쁘니까 함께 할 시간이 적어서 불만이 많지요. 선거가 끝나면 함께 여행가자고 했던 약속을 지키려 해요."

지난 4월 5일, 서울시 광화문 사거리에서 녹색당 김현 조직담당자가 '411선거를 탈핵, 4대강, 살림 선거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막바지 선거유세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5일, 서울시 광화문 사거리에서 녹색당 김현 조직담당자가 '411선거를 탈핵, 4대강, 살림 선거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막바지 선거유세 활동을 하고 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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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강정마을, 골프장 등 토건사업에 제동 걸 정치세력 필요
후쿠시마 사고로 탈원전 문제 국민들에게 절박하게 다가와 

- 녹색당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김현 녹색당 조직담당자 (이하 '김') : "결정적으로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로 국민들에게 절박하게 탈원전 문제가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전부터 4대강, 강정마을, 골프장 문제 등 토건사업의 만연으로 이것들을 통제하고 견제하는 정치세력이 있어야겠다는 절박함에서 녹색당을 만들게 되었지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엄중하고 중요한 문제임에도 우리 사회가 너무나 조용하고 차분하고, 심도있는 논의도 이끌어내지 못했어요. 언론, 정부, 시민사회단체가 목소리를 냈지만, 공론화 되지 못했지요. 토건세력들이 우리사회를 좀먹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정치로 풀어내야 하겠다는 절박함으로 만들게 된 것이예요.

원전, 4대강, 강정마을 등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에 대해 정치세력들이 집요하게 비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그런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보았어요. '탈토건, 탈핵, 탈성장'이 녹색당의 주요 의제지요. 여기서 '탈성장'이란, 성장이 강조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봐요. 진정성을 갖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풀어가고 싶습니다."

우리안의 민주주의 실현위해 풀뿌리 단체 지원하는 '이음' 만들어
지역통화운동, 보육조례개정운동, 지역아동센터 사례 등 사례연구

김 : "십 이 년 전 하승수 사무처장과 함께 기성 정당들과는 다르게 지방자치운동을 해보자는 뜻에서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www.grasslog.net)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어요. '잇다'라는 뜻과 '다른 소리'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고,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잇는 관계망을 중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거기서 10년 정도 연구위원을 지냈습니다.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한국이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갖추어 졌지만, '우리 안의 민주주의' '삶에서의 민주주의'는 아직 이루지 못한 부분이 많았어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작은 문제들을 풀지 못하면 큰 문제도 풀 수 없다'는 생각에서 생활인의 문제, 보육, 놀이터, 학교 등의 의제를 갖고 지방자치조례를 연구조사하고 사례집을 냈지요. 삶의 현장에서 사람이 하는 일, 정치가 공고히 다지지 못하는 지방분권의 문제 등의 문제를 다루고, 지역 풀뿌리 단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지요. 서울, 과천에 사무실을 두었고, 현재는 산본, 군포에 있지요."

- 조금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이었는지 소개해 주세요.
김 : "대전에 한밭레츠 (LETS,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 즉 '지역통화거래운동' 또는 '지역화폐운동'이라고 있어요. 가상의 화폐를 갖고, 일을 거들어주면 필요에 따라 다른 품목이나 노동으로 그 보상을 하는 일종의 '품앗이제도'지요. 회원이 약 1,000 명 정도 되고, 거래품목도 많아 모범적으로 잘 운영을 해서 제도변화를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죠.

또, 과천에서 진행한 '보육조례개정운동'이 있어요. 또, 초창기 주민발의제도를 정착시켰지요. 일정정도의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 조례를 바꿀 수 있어요. 강북구의 '녹색마을 사람들' 또는 '녹색삶을 살아가는 모임'이 있어요. 동네 아주머니들이 중심으로 그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공부방) 활동을 하고 있지요. 또, 은평구 갈곡리의 '갈사모' 즉, '갈곡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어요. 쓰레기 적치장이 되어가고 있던 동네 놀이터를 주민서명을 통해 문화공간으로 바꾼 사례가 있어요. 이제는 은평구청에서 공원으로 만들고, 마을 행사를 하고, 공동체 활동을 하는 공간이 되었죠. 또, 원주의 시민단체들이 주도하여 만든 '원주한지 문화제'도 있어요."

- 과천 보육조례제정 운동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나요?
김 : "현장 중심이 아니라 행정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보육정책을 만들다 보니 보육정책에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주민발의제도'를 통해 '정보공개청구로 모든 내용을 공개하게 하고,' '보육시설의 운영위원회에 학부모가 참여하고,' '5년 단위의 장기 보육계획'을 세우는 등의 내용으로 조례를 변경할 수 있었지요."

- 투표율 2%라면 어느 정도의 수의 국민들이 표를 던져줘야 정당진입이 가능할까요?
김 : "현재는 당원이 7000명이 넘어 섰어요. 짧은 시간에 비하면 시민들의 호응이 아주 좋은 거죠. 투표율이 55-60%라고 볼 때, 50만 명 정도로 보고 있어요. 어제 오후에 현재 과천시의회의장인 서형원 의장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텔레비전 정당 정책토론회에 참석했어요. 전반적으로 반응은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후기>

항상 선거 때만 되면 당혹스럽다. 일에 쫒겨 선거하는 시간을 놓치기도 했고, 선거를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치는 정치인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네 아주머니도 우리 동네를 위해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선거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타운 위기에서 마을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표를 던져주고 싶었다. 그것이 진심이라면 말이다.

뉴타운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기존 정치권과 정치인에 대해 환멸을 느꼈고,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에 신물을 느끼고 있었으며, 삶의 벼랑 끝에서 살기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던진 표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통과시킨 뉴타운 관련법 때문에 삶과 생계의 터전에서 쫒겨났고, 쫒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인터넷 자유권'으로 시작한 독일 베를린 지방의회 선거에서 해적당이 여론조사에서 한계선인 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지지도가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후 사회권, 시민권 등의 보다 폭넓은 의제들을 채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언젠가 '일본에서 원전이 설치된 곳은 대체적으로 시민사회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전형적인 농촌마을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토건세력, 원전세력들은 마을의 미래를 걱정하고, 장기적인 마을의 미래를 계획하는 안목이 부족한 곳을 파고든 것이었다. '2030년까지 탈핵'이라는 선도적인 의제를 설정한 녹색당이 정당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서민의 삶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내내 기침을 하던 하승수 사무처장의 건강이 많이 걱정이 되었다.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 사거리에서 100일 동안 녹색당 창준위 회원들과 진행한 일인시위로 건강을 해친 때문이라고 한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미래를 걱정하는 세대로서, 탈핵은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다만, 주거권 등 기존 정당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현실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좀 더 낮은 곳의 삶에 관심을 갖는 일이야말로 정치에 임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기본이기 때문이다.

비록 금융위기 등 경제현안에 대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아도 '진정성'을 담보한 해적당이 유럽에서 승리한 사건이 2012년 한국 총선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태그:#탈핵, #뉴타운, #녹색당, #해적당, #후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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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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