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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 결과 4·11 총선 동해·삼척 선거구에서 삼척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이 52.2%로 찬성하는 주민 31.6%보다 20.6%나 높게 나와, 앞으로 삼척 원전 유치 반대 여론이 이 지역의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강원일보> 등 강원도 내 5개 언론사는 강원도민을 대상으로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삼척시에 원전을 유치하는 문제와 관련해 "동해 삼척 주민의 52.2%는 '안전성 등에 대한 우려로 유치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31.6%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므로 유치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16.2%는 '모른다'고 답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대 여론은 그동안 원전 유치에 적극적인 삼척시청과 삼척원자력산업유치협의회 등이 주장해온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삼척시에서 원전 유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여론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척시청과 삼척원자력산업유치협의회 등은 그동안 "삼척시민을 대상으로 원전 유치 서명을 받은 결과 96.9%가 찬성했기 때문에 원전을 유치하는 문제를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2011.3.9)"고 주장해 왔다. (관련기사 : 원전유치 찬성 96.9%, 이게 가능한 일?)

당시 이와 같은 서명 결과를 놓고,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서명 작업에 공무원과 통·반장 등이 동원되는 등 불법과 탈법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삼척시청 등은 원전 유치에 대다수 주민들이 찬성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며, 그런 주장은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라는 대참사가 일어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점점 더 늘어나는 원전 유치 반대 여론

지난 11일 삼척시 근덕면에 열린 '핵발전소 결사반대 범시민 궐기대회.
 지난 11일 삼척시 근덕면에 열린 '핵발전소 결사반대 범시민 궐기대회.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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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론조사로 삼척시청과 삼척원자력산업유치협의회 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원전 유치 반대 여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인 지난해 3월 29일,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은 "원전을 유치하는 문제를 가지고 삼척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한다'고 답한 주민이 45.6%였으며, '찬성한다'고 답한 주민은 41.1%였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1년이 더 지난 지금, 반대 여론은 7% 가까이 늘고 찬성 여론은 1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동해 삼척 지역에서 원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 직후 전 세계가 핵 공포에 휩싸여 있을 때보다도 더 높아졌다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방사능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로써 원전 반대 여론이 동해·삼척 선거구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이 지역의 총선 판세는 도내 5개 언론사가 실시한 같은 공동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의 이이재 후보가 28.9%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고, 무소속인 최연희 후보가 19.2%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도를 놓고 보면, 최연희 후보가 열세인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부동층이다. 동해 삼척 지역의 전체 부동층은 34.1%로 강원도 내 9개 선거구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만큼 아직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했거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 부동층이 원전 유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척 지역에서는 40%대로 높아진다. 동해시보다 최대 13%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이 부동층이 투표 직전에 가서는 원전 문제를 놓고 후보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원전 문제를 대하는 후보들의 선거 전략 역시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원전 반대 여론,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지난 19일 삼척시 대학로공원에서 열린 '반핵 평화대행진'.
 지난 19일 삼척시 대학로공원에서 열린 '반핵 평화대행진'.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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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재 후보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모호한 태도를 보여, 원전 반대 단체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그는 "정치인은 공인으로서 원전처럼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사안에는 양측을 다 존중해야 한다"며 "원전 유치는 찬성과 반대의 이분법적 논리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인 수사다.

그는 이번 선거가 원전 찬반 논리에 휘둘리는 걸 경계하고 있다. 찬성이든 반대든 원전 문제에 휩쓸림으로써 반대편으로부터 비난을 사거나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최연희 후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원전은 위험성과 원전 반대의 다수 의견이 명백해진 이상 원전 유치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심지어는 '원전 유치 반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 유치가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사퇴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원전 반대 여론에 하나의 희망을 걸고 있는 게 분명하다. 원전 반대 여론이 높으면 높을수록 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지난해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의 엄기영 후보는 처음에는 삼척 원전 유치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건 이후에는 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닌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결국 원전 반대 입장을 보인 민주통합당(당시 민주당)의 최문순 후보에게 역전패하는 고배를 마셨다.

선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당시 엄기영 후보는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최문순 후보보다 17%를 앞서 갔다. 하지만 투표가 끝난 후 개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최 후보가 엄 후보를 4.6% 차이로 눌러 이기는 이변이 일어났다.

원전 반대 여론, 행동으로 옮기는 시민들

지난 19일 삼척시내에서 진행된 '반핵 평화대행진'.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삼척 시민과 환경단체 회원들.
 지난 19일 삼척시내에서 진행된 '반핵 평화대행진'.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삼척 시민과 환경단체 회원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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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에 원전을 유치하는 문제는 사실 동해 삼척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한국농업경영인 강원도연합회는 지난 23일 성명을 발표하고 "청정 동해안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삼척시는 시민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핵발전소 유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강원도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삼척시가 핵발전소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특히 농업과 관광 부분에서 청정환경을 기반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강원도 동해안에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이들의 가치는 한순간에 급락하여 그 가치를 잊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원도연합회는 또 성명서를 통해 "강원도 30만 농업인과 8500명 회원을 대표해 한농연강원도연합회는 이것이 단순한 삼척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강원도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뜻을 같이 핵발전소유치가 백지화될 때까지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의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외부에서의 이런 지지세에 힘입어, 삼척시 내에서의 원전 반대 열기 역시 총선일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반대 집회 규모도 더 커졌다.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의 이광우 기획실장은 "이미 지난 11일과 19일 삼척 시내에서 개최된 원전 반대 집회에서 보았듯이, 시민들의 참여가 점점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걸 보면, 지난해와는 다르게 삼척 시민들이 더 이상 반대 의견을 숨기지 않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행동으로 표출하는 데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걸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동해·삼척 선거구에 출마하는 총선 후보들로서는 시민들이 이번에는 투표장에서 또 어떤 행동을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24일과 25일 이틀간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KBS, MBC, G1강원민방 등이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것이다. 조사 방식은 RDD(임의전화걸기) 전화조사방법을 사용했다. 조사 대상은 각 선거구별로 500명씩, 지역별 인구구성비를 반영한 인구비례할당으로 표본 추출했다. 최대 표본오차는 선거구별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태그:#4.11총선, #이이재, #최연희, #삼척,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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