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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에서는 아날로그TV 방송 종료로 수신이 불안해지면서 정부 지원을 신청하라는 안내 자막을 송출하고 있다. 사진은 아직 아날로그 방송을 하고 있는 청주MBC 자막 화면 갈무리.
 일부 지역에서는 아날로그TV 방송 종료로 수신이 불안해지면서 정부 지원을 신청하라는 안내 자막을 송출하고 있다. 사진은 아직 아날로그 방송을 하고 있는 청주MBC 자막 화면 갈무리.
ⓒ 네이버 아이디 gkgkgk2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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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 방송이 안 나온다는 거여, 뭐여? 무슨 채널 보니까 만날 아날로그인가 뭔가가 끝나부린다고 자꾸 자막 하긴 하던디."

"아니, 안테나 직접 쏴서 보는 집만. 거 삼지창(안테나)으로 보는 집은 내년부터 티비 안 나오니까 디지털로 바꾸라는 겨."

"우리 집도 쟁반마냥 둥그런 안테나 쏴서 보는디. 고거는 어디서 바꾼댜? 그냥 바꿔주는 겨 아니면 사라는 겨?"

"아~ 참! 영감네는 위성이라 상관 없어."

소외지역 주민들, 전환 사실도 잘 몰라

한국은 2012년 12월 31일 새벽 4시에 전국의 아날로그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방송으로 전면 전환한다. 디지털전환 홍보영상 갈무리.
 한국은 2012년 12월 31일 새벽 4시에 전국의 아날로그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방송으로 전면 전환한다. 디지털전환 홍보영상 갈무리.
ⓒ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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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디지털 전환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방문한 충북 제천시 봉양읍의 한 노인회관. 이곳에서 때아닌 승강이가 벌어졌다. 60대 이상 노인 인구가 많은 마곡리 주민들이 경로당에 모여 앉았지만, 결론 날 기미가 없는 신응범(71), 배석환(70) 할아버지 대화에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할 뿐이다. 지상파 아날로그방송 종료가 11개월밖에 안 남았지만, 직접 수신 비중이 높은 노인 세대와 변두리 지역주민들은 정부의 디지털 전환사업을 거의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12월 31일 오전 4시를 기준으로 전국의 아날로그방송이 강제 종료되고 디지털방송으로 전면 전환된다. 현재는 동일 프로그램을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동시에 송출하기 때문에 아날로그 TV만으로도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있지만, 2013년부터는 별도 디지털 수신기가 없으면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다. 즉 지상파 직접수신세대는 디지털 신호를 변환해 기존의 아날로그 TV로도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컨버터를 설치하거나 디지털 TV를 구입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던 가정은 기존 아날로그TV로도 시청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신호를 수신하고 변환할 별도의 안테나와 컨버터를 설치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던 가정은 기존 아날로그TV로도 시청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신호를 수신하고 변환할 별도의 안테나와 컨버터를 설치해야 한다.
ⓒ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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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분야의 디지털화가 국책사업으로 처음 논의된 것은 1997년 지상파의 디지털 TV 전송방식을 결정하면서부터다. 이후 방송위원회가 디지털 전환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2008년 디지털전환특별법(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2012년 본 전환에 앞서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2010년 9월 경북 울진을 시작으로 전남 강진과 충북 단양에서 한 달 간격으로 실시됐으며 제주 지역은 2011년 6월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다. 이는 2013년 본 전환과정에서 발생할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예비사업으로, 이들 4개 지역은 이미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 상태다.

하지만, 수신 환경에 차이가 있고 기술 지원 정도도 다른 상황. 일부 지역에서 실시한 시범사업으로 본 전환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지역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방법 대신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전국이 동시다발 전환을 하는 것은 시청 사각지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본 전환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시범 당시 주민들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고, 지원책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221만 가구, 전환에 대비해야

"단양 사는 큰 고모네는 사람이 와서 티레비도 봐주고 했다더만 왜 우리 집은 안 온답니까? 동네 사람들 말로는 내년에 티레비가 완전 꺼져부린다믄서, 시내 가서 쪼끄만한 뭐 박스 같은 거 사와서 달아야 한다는구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고, 이장이 뭐 어쩐다고 하더니 감감 무소식이여."

2012년 12월 31일 디지털방송 본 전환에 실질적으로 대비해야 할 집은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221만 가구이다.
 2012년 12월 31일 디지털방송 본 전환에 실질적으로 대비해야 할 집은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221만 가구이다.
ⓒ 진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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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김옥순(가명·62·제천시 송학면)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0년 11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와 유료방송을 시청하면서 지상파 직접 수신을 병행하는 가구는 221만 가구로 전체 13.3%에 해당한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본 전환에 대비해야 할 가구로, 사업에 대한 충분한 홍보가 필요하다. 특히 지상파 방송만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에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차상위계층이 집중돼 있어 적절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전환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168만 가구 중 정부지원을 받은 가구는 전체 0.8%인 1만2970가구에 그쳤다. 디지털 전환 사업을 시행중인 DTV KOREA는 '지상파방송 직접수신 취약계층 34만 가구에 디지털 컨버터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정부 지정 디지털TV 구매 때 10만 원을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홍보 부족 상태인 데다가 주민센터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점에서 취약계층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2010년 11월, 단양군 디지털 전환에 맞춰 시범 사업일인 11월 3일을 전후로 2박 3일간 실시된 현장조사. 5개 채널에 한정하더라도 지상파 직접 수신을 선호하는 세대는 대부분 노인만 거주하는 저소득 계층이었다. 컨버터 설치에 따라 복잡해진 리모컨 조작법에 대해 충분한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시범 사업이 진행됐는데도 디지털 방송을 제대로 시청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당시 단양군 적성면의 독거노인 김두철(76)씨는 "뭐가 잘못됐는지 리모컨을 아무리 눌러도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며 "텔레비전만 보고 사는데 이틀째 못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디지털 컨버터용 리모컨이 TV용 리모컨과 별도로 있고, 조작법도 복잡해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는 서비스 지원 차원의 단순한 문제일 수 있으나, 디지털 전환으로 방송의 질과 시청자 보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따른 영향은 아날로그TV를 가진 유료방송 시청자에게서도 나타난다.

전환해도 난시청 지역은 위성수신 불가피


한국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회(DTV KOREA)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을 중심으로 디지털방송 본 전환을 준비중이지만, 국민들 인지도가 여전히 낮고 서비스 지원 인력 또한 부족한 상태다.
 한국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회(DTV KOREA)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을 중심으로 디지털방송 본 전환을 준비중이지만, 국민들 인지도가 여전히 낮고 서비스 지원 인력 또한 부족한 상태다.
ⓒ DTV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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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사업 주무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가 소득 하위 50%에 대해 디지털방송 수신기 비용으로 4만5000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료방송을 같이 보고 있는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에 대해서는 지원이 없어,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을 병행해 보고 있는 취약계층은 컨버터 구입비 8만 원과 안테나 개보수 비용 15만 원을 들여 전환해야 한다. 굳이 다채널을 선호하지 않더라도 지형적으로 지상파 채널이 난시청 지역이라 유료방송에 선택적으로 가입한 경우, 디지털방송 전환 이후에도 유료방송을 수신할 수밖에 없다.

"저는 타지에 일하러 나와 있지만 어머니 계신 집은 워낙 산골이라 위성으로 텔레비전을 보셨거든요. 그런데 내년부터는 기기(컨버터) 설치하면 돈 안 내고 지상파 볼 수 있다길래 문의했더니 집이 외져서 확답을 못하더라고요. 결국 사람이 와서 체크해 보더니 난시청 지대라 수신기랑 컨버터 설치해도 디지털로 못 본다고, 지금처럼 유료방송 봐야 한다고 합니다.

대도시 사람들은 상관없어도 우리 같은 사람은 내년에 아날로그 꺼버리면 무작정 위성으로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흐릿한 아날로그 전파라도 안 오면, 그때는 무조건 위성 쏴야 TV 볼 수 있단 얘긴데…. 조치가 필요한 거 같아요."

디지털방송 전환 시범지역이었던 제주도가 지난해 6월 29일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한 직후 모습. 아날로그TV에는 종료 안내 문구만 나오고 있다.
 디지털방송 전환 시범지역이었던 제주도가 지난해 6월 29일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한 직후 모습. 아날로그TV에는 종료 안내 문구만 나오고 있다.
ⓒ DTV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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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디지털 방송 전환 마지막 시범 지역이었던 제주도에서는 홍보와 준비 부족으로, 아날로그 방송 종료 당시 제주 시청자지원센터에 6000여 건의 민원이 폭주했다. 지상파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이를 대체하는 디지털 전환은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어려움이 따르는 국책사업이다. 본 전환을 앞두고 시범사업이라는 과정을 거친 이유도 그 때문이지만, 전국 동시 전환을 1년 앞둔 현재의 미진한 상태와 제주도의 사례는 국민의 고품질 시청권 보장이라는 애초 취지를 의심케 한다.

정부는 '20세기를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시대라 칭한다면, 21세기의 서막은 텔레비전의 디지털화로 명명될 것'이라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우여곡절이 많았던 디지털방송 전환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말이 너무 앞서 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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